대통령 당선인 도널드 트럼프가 각료 인선으로 분주한 요즘, 공화당 의원들도 트럼프시대의 길을 닦아주기 위한 방향으로 레임덕 의회를 마무리하느라 못지않게 바쁘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내년 봄까지 연방정부가 돌아갈 수 있게 하는 임시예산안 통과다. 지난 가을 통과시킨 임시예산안의 시한은 9일, 내일 밤 자정이다. 그럴 리야 없지만 시한을 넘기면 정부폐쇄에 직면한다.
사실 연말 전에 처리해야하는 민생 안건은 수돗물 납 오염으로 고통당한 플린트의 식수시스템 재건 지원부터 석탄산업 쇠퇴로 의료보험 및 연금 중단 상황에 빠진 은퇴광부들 보조, 암 등 의료연구 확대법안 등 수두룩하다. 그러나 공화·민주 양당이 크게 대립하지 않는 사안이 많고 예산안 통과에 대한 암묵적 합의도 이루어진 상태니 오바마 8년 집권기의 마지막 의회인 2016년 레임덕 회기는 빠르면 이번 주에, 늦어도 다음 주 중엔 막을 내릴 것이다.
시한만료를 눈앞에 둔 공화당 양원 지도부는 6일 밤 절충 합의를 끝낸 70페이지의 임시예산안을 발표했다. 내년 4월28일까지 적용될 연방정부 지출안이다. 2년 전 출범할 때 공화당 의회는 몇 년째 계속되어 온 임시방편이 아닌 제대로 된 예산안 마련을 다짐했었다. 그런데 양극화 의회에서 실현시킬 환경도 안 되었고 트럼프 당선인도 최대 예산 결정은 자신의 취임이후로 연기해 줄 것을 당부했기 때문에 다시 ‘반창고’ 임시예산을 택한 것이다.
전 세계의 뉴스 조명이 집중되는 트럼프의 화려한 행보와는 대조적으로 관심권 밖에 밀려나있던 레임덕 의회에서 한 가지 사안이 불거졌다. 트럼프의 국방장관으로 내정된 퇴역장성 제임스 매티스의 상원인준을 신속히 처리하려는 공화당의 전략이 예산안에 끼워 넣기 조항으로 포함된 것이다.
트럼프 각료인준 전쟁이 예상보다 빨리 레임덕 회기에서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퇴역장성이 국방부장관에 임명되려면 제대한지 최소한 7년은 지나야 한다. 군의 문민통제를 명시한 1947년 제정 국가안보법에 의해서다. 그러나 중부사령관·해병대 1사단장 등을 역임한 4성 장군 매티스가 전역한 것은 불과 3년밖에 되지 않았다.
엊그제도 당선감사 순회 집회에 매티스를 동행하여 칭찬하며 소개한 트럼프가 자신의 마음에 꼭 드는 국방장관을 확보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상원에서 이 조항에 대한 면제법을 통과시키면 된다. 1950년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조지 마셜 전 육군참모총장을 국방장관에 지명할 때 썼던 방법이다.
상원은 1월20일 새 대통령 취임 전에 매티스 인준을 성사시키기 원하는데 1월3일 개원하여 면제법을 발의하여 통과시키려면 이럭저럭 1주일이 걸릴 수 있어 인준 시간이 다급해진다. 그래서 이번 예산안에 상원 본회의에서의 면제법 논의를 10시간으로 제한하는 조항을 끼워 넣은 것이다.
당장 민주당이 반발하고 나섰다. 중요한 절차의 수정을 ‘반드시 통과시켜야하는’ 대규모 예산법안에 부착시켜 처리한다면 “군의 문민통제라는 민주주의의 기본을 소홀히 하는 대단히 나쁜 전례를 남기게 될 것”이라고 지적한 낸시 펠로시 하원 민주당 대표는 매티스 조항이 예산안의 ‘독약’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민주당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 ‘정부폐쇄’라는 모험을 감행할 입장도 아닌데다 매티스 자체가 민주당에서도 상당히 좋은 평판을 받는 인물이다. “그는 전략적 사고와 도덕적 품성을 지닌 미국 최고의 지도자 중 하나”라는 극찬을 보낸 것도 민주당 상원의원이다. 그의 인준 절차를 신속히 하기 위한 수정조항 반대에 에너지를 낭비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새해에 필사적으로 반대해야할 지명자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공화 지도부는 매티스 조항만이 아니라 플린트 시에 대한 식수시설 재건 지원 등 수많은 법안을 끼워 넣은 임시예산안을 오늘 하원 표결, 내일 상원 표결과 오바마 서명까지 거쳐 9일 자정 데드라인 내에 처리할 계획이다. 예정대로 무난히 진행되면 레임덕 회기는 이번 주말로 끝나게 된다.
2015년 1월3일, 1930년대 이후 최강 공화당 의회로 출범하며 “초당적 타협과 건강한 대결의 균형”을 새로운 포부로 내세웠던 초기의 다짐과 달리 ‘무조건 오바마 반대’를 당론으로 공공연히 내세우며 ‘아니요 당’의 길을 걸어왔던 공화당 주도의 114대 연방의회가 여전히 인기 없는 ‘비생산적 집단’이라는 평가를 벗지 못하고 폐막하는 것이다.
‘국가의 거울’이라는 의회는 새해에도 잔뜩 금이 간 상태로 양극화의 늪에 빠진 채 또 새로운 회기를 시작할 것이다. 백악관 승리를 낙관했다가 참패한 후 ‘공화당 천하’에 던져진 민주당의 항전만 우려되는 게 아니다.
공화당 의회는 지난 한달, 트위터를 통해 각료인선에서 외교정책까지 다양한 정책을 마구 쏟아내고 있는 트럼프를 보며 새 대통령과의 단합도 전혀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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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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