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매티스. 마이클 플린. 잭 킨. 존 켈리. 데이빗 페트리어스. 요즘 미국 언론에 자주 언급되는 이름들이다.
매티스는 트럼프가 국방장관으로 발탁한 인물이다. 플린은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으로 낙점된 사람. 킨은 한 때 국방장관으로 거론됐었다. 켈리는 국토안보부 장관 기용이 확실시되고 있다. 그리고 페트리어스는 트럼프 행정부의 유력 국무장관 후보의 하나다.
이들은 한 가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별 넷, 혹은 셋의 고위 군 장성출신 이라는 사실이다.
“곧 출범하는 트럼프 행정부는 행정부라기보다는 트럼프 군사평의회(junta)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 타임지의 논평이다.
하나하나가 미군 현대사에서 입지전적인 지휘관으로 꼽힌다. 그 전직 장군들이 외교 안보라인을 모두 장악하다시피 했다. 그 모습이 그런데 그렇다. 어딘가 피노체트 시절의 칠레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따르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제기되는 우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해외정책이 지나치게 군(軍)중심의 강경일변도로 기우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다.
긍정적 시각도 존재한다. 대장, 중장이 됐다는 것은 이미 정치적 경험이 풍부하다는 이야기다. 지휘관으로서의 능력만으로 고위 장성에 발탁되는 것은 아니니까. 그리고 정치적으로 엄격히 중립적 입장을 취해왔다. 자기관리가 돼 있고 객관적 정책 수립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거다.
군 출신으로 정부 요직에 기용돼 성공한 경우는 하나둘이 아니다. 4성 장군으로 합참의장을 지낸 콜린 파월은 가장 유능한 국무장관이란 평을 듣는다. 브렌트 스코우크로프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공군 중장 출신이다.
그렇지만 안보외교라인을 모두 장악하다 시피 군 출신이 대대적으로 기용됐다. 이를 포린 폴리시지는 ‘하나의 현상적 상황’으로 진단했다. 특히 페트리어스마저 국무장관장관으로 발탁될 때에는.
무엇이 불러온 현상인가. 외교 안보문제에 있어 미국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 한 마디로 극도로 위험한 상황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잇단 포린 폴리시지의 진단이다.
미국이 맞은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 그 위험은 그러면 어디서 오는 것일까. 이 질문의 답은 ‘트럼프 군사평의회’ 구성 인물들의 프로필에서 상당부문 얻어지는 것은 아닐까.
페트리어스와 매티스는 둘 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총괄하는 중부사령부 사령관을 지냈다. 플린 역시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테러전쟁 수행 과정에서 작전과 정보를 통합한 전술 개발로 명성을 쌓았다. 그러니까 이들은 모두 이슬람 테러리즘 전쟁 전문가들이다.
또 하나. 이들 대부분은 테러전쟁 수행과정에서 오바마 정책에 이견을 보였다. 매티스는 이란문제에 오바마와 의견을 달리 해 중부사령관직을 내놓았다.
다른 이야기가 아니다. 극단주의 이슬람‘(radical Islam), 다시 말해 회교율령 샤리아(sharia)에 의한 세계통치를 정치 이데올로기로 내세운 이슬람이스트세력의 도전이 미국과 서방세계가 맞이한 가장 심각한 안보문제라는 것이 트럼프 진영이 제시하는 답인 것이다.
관련해 특히 주목되는 것은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으로 기용된 플린이 마이클 린든과 함께 펴낸 저서 ‘전장’(The Field of Fight)이다.
‘거대한 반(反)서방 동맹이 형성돼 미국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 책의 주테마다. 그 반미, 반 서방 동맹의 첨병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은 이슬람국가(IS), 알 카에다 등으로 대변되는 극단주의 이슬람세력이다. 이들은 러시아, 중국, 북한 등 권위주의 형 체제들과 동맹을 맺고 미국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거다.
플린은 회교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집단인 IS와, 시아파 극단주의 세력인 이란 회교공화국을 동전의 양면 같은 존재로 파악한다. 그러면서 이란은 반미, 반 서방 동맹의 핵심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유대-기독교전통의 서방과 이슬람권과의 투쟁은 세기를 걸쳐 이어져왔고 현재 그 막바지 단계에 있다는 것이 그 주장이다. 이 반미 동맹세력과의 전쟁을 그는 과거 나치나 공산주의세력과의 전쟁에 비유했다. 그러니까 군사적 대응은 물론이고 사상적 대응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안보, 외교영역까지 짓누르고 있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에 정면 도전을 하고 나섰다. 극단주의 이슬람이란 말조차 쓰기 두려워하는 정치적 올바름은 당면한 주적의 개념조차 정립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이미 새로운 해외정책을 내놓았다. 지난 8월15일 연설을 통해 극단주의 이슬람 세력 확산저지를 선언한 것이 그것이다. 그 날의 연설은 ‘트럼프 독트린’으로 불려 질 것이다.” 역사학자 니얼 퍼거슨의 말이다.
왜 트럼프는 군 장성 출신들을 외교와 안보라인 전면에 일제히 배치했나. 다가오고 있는 문명사적 대 전쟁에 대비해서인가, 아니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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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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