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버너디노 총기 테러 현장인 인랜드 리저널 센터 [AP=연합뉴스 자료 사진]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LA) 인근 샌버너디노 시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테러가 1주기를 맞았으나, 수사 당국은 여전히 핵심 의문을 풀지 못했다고 일간지 LA 타임스가 1일 보도했다.
샌버너디노 참사는 파키스탄계 미국 국적자인 사이드 파룩(28)과 파키스탄 출신 그의 아내 타시핀 말리크(27)가 2015년 12월 2일 샌버너디노 시 발달장애인 복지·재활시설 '인랜드 리저널 센터'에서 무차별로 총기를 난사해 14명을 살해한 사건이다.
수니파 급진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주도로 터진 프랑스 파리 동시다발 테러로 전 세계가 충격과 공포에 빠진 직후 또 벌어진 참사를 두고 미국 연방수사국(FBI) 등 수사기관은 파리 테러와 연계한 범죄로 규정하고 수사를 벌여왔다.
그러나 용의자인 파룩과 말리크가 경찰에 사살된 뒤 사건을 풀어줄 주요 진실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형국이다.
LA 타임스가 수사 당국자들을 인용해 전한 풀리지 않는 의문은 용의자 부부 지인들의 범행 사전 인지 여부, 범행 후 도주 중 드러나지 않은 18분간의 행적 등이다.
당국은 용의자 부부가 IS에 영향을 받아 급진화한 자생적 테러리스트라고 판단하고 이들의 범행을 사전에 알고 도운 지원 세력 추적에 심혈을 기울였다.
수사관들은 수십 차례 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가족과 지인의 집을 샅샅이 뒤지고 600명 이상을 인터뷰했으며 500건 이상의 증거를 확보했으나, 주변 인물들의 범행 사전 인지를 밝힐만한 확증을 찾아내지 못했다고 LA 타임스는 소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운동 기간 이웃들이 용의자 부부의 집에서 폭발물 등 테러에 사용된 물질을 봤지만, 이를 무시하고 경찰에 알리지 않았다면서 주변 인물들의 범행 사전 인지를 이슈로 키우기도 했다.
샌버너디노 총기 테러 현장서 발견된 실탄 [AP=연합뉴스 자료 사진]
수사기관은 또 파룩의 아이폰 5c에 주요 단서가 있을 것이라며 아이폰 제조사인 애플에 잠금 해제를 요청했다가 거절당하자 소송전을 벌이기도 했다.
국가 안보와 사생활 보호라는 첨예한 명제가 맞물린 이 사안은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애플의 완강한 거부로 당국은 결국 제3의 단체(서드파티)의 도움을 받아 아이폰의 잠금을 풀었으나 휴대전화에 테러와 연관된 자료는 없었다.
인랜드 리저널 센터 직원이던 파룩의 직장 관련 자료만 잔뜩 나와 수사관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파룩 부부가 당시 송년 파티를 위해 모인 직장 동료를 겨냥해 방아쇠를 당긴 동기도 석연치 않은 가운데 도주 중 포착되지 않은 18분간의 행적도 수사 당국이 해결해야 할 숙제다.
파룩 부부는 범행 당일 오전 8시 37분 집을 나서 10분 만에 인랜드 리저널 센터에 도착했다.
두 시간 동안 머문 파룩은 동료와 논쟁 후 현장을 떠났다가 오전 10시 56분 아내와 함께 다시 돌아와 복면을 한 채 AR-15 소총으로 총기를 무차별 난사했다.
도주하던 파룩 부부의 행적은 도시 곳곳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와 폐쇄회로 TV에 찍혔다. 하지만 오후 12시 59분∼1시 17분 사이 18분간의 행적은 묘연하다.
이후 사건 현장에 되돌아간 파룩 부부는 경찰에 포위돼 사살됐다. 당국은 이들이 현장에 남긴 폭발물을 원격으로 터뜨리려고 재등장한 것으로 추정했다.
당국은 이들이 카메라에서 사라진 18분간 다른 이들을 만났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어디까지나 추정일 뿐 확실한 증거가 없어 고전 중이라고 LA 타임스는 전했다.
이는 지인들의 테러 사전 인지 여부와 직결된 것이어서 자생적 테러리스트 지원 세력을 일망타진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로 꼽힌다.
수사 당국은 파룩 부부가 범행 당일 오전 11시 45분 시컴 호수 근처 주차장에 잠시 머문 것을 고려해 집에서 사라진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호수에 버린 것으로 보고 잠수사를 동원해 훑었지만 뚜렷한 결과물을 얻지 못했다.
파룩 부부의 범행 동기, IS 등 테러단체와의 연계성 등 사건의 밑그림을 보여줄 주요 단서가 묻힌 상태여서 사건 1년이 지난 후에도 수사는 답보상태다.
LA 타임스 인터뷰에 응한 테러 전문가들은 1995년 오클라호마시티 정부청사 폭탄 테러, 2013년 보스턴 마라톤 폭발 테러를 거론한 뒤 수사 당국이 수집한 여러 퍼즐을 맞춰가며 진실을 찾고 있으나 모든 의문을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샌버너디노 테러의 전모를 파악하는 데 수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샌버너디노 총기난사 용의자 부부 말리크(왼쪽)와 파룩 [AP=연합뉴스 자료 사진]
<연합뉴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