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면 헐리웃 거물스타였던 폴 뉴먼이 생각난다. ‘스팅’ ‘엑소더스’ ‘버치 캐시디와 선댄스 키드’ ‘상처뿐인 영광’ ‘뜨거운 양철지붕 위의 고양이’ 등 숱한 명화에 출연했지만 그가 히트시킨 땡스기빙이나 크리스마스 영화는 없다. 나눔의 계절인 연말에 폴 뉴먼이 생각나는 이유는 그가 영화배우 못지않게 자선사업가로도 큰 족적을 남겼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세상을 떠난 뉴먼을 배우 아닌 샐러드 드레싱 제조업자로 아는 밀레니얼세대가 적지 않다. 그의 얼굴이 그려진 ‘뉴먼스 오운(Newman’s Own)’ 브랜드 드레싱이 전 세계적으로 무소부재의 인기를 누린다. 뉴먼의 식품회사는 이익금을 100% 기부한다. 그의 생전에 2억6,080만달러, 사후에 지금까지 2억2,440만달러를 7,600여 자선기관에 기부했다.
뉴먼의 자선행위는 후배 배우들에게도 좋은 귀감이 됐다. ‘X-Men’에 나온 휴 잭맨은 뉴먼의 책을 읽고 감동돼 ‘래핑 맨(웃는 사람)’이라는 재단을 설립했다. 그는 에티오피아에서 수입한 커피를 팔아 번 이익금을 100% 에티오피아의 가난한 커피 재배농가에 보낸다. 요즘은 영화보다 커피 때문에 자기에게 말을 걸어오는 사람이 더 많다고 그는 자랑한다.
TV 탤런트인 라이언 데블린은 뉴먼의 중환자 어린이 자선캠프에서 여러 차례 자원봉사한 뒤 UCLA에서 자선모금 관련 코스를 공부했다. 데블린이 차린 ‘생명구조 영양 바’회사는 지금도 지구촌의 영양실조 어린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버드맨’의 에드워드 노턴과 ‘푸트루스’의 케빈 베이컨도 각각 뉴먼의 영향을 받고 인터넷을 이용한 자선활동을 벌이고 있다.
자선은 영어로 ‘philanthropy’이다. 그리스어 ‘philos anthropos’에서 연유한 ‘인류애’(love of humanity)라는 의미다. 미국인들은 지난해 자그마치 3,732억5,000만 달러어치의 인류 사랑을 자선기관에 쏟아 부었다. 역대 최고액이다. 더 놀라운 건 그 돈의 71%가 개인 주머니에서 나온 십시일반 기부금이었다는 사실이다. 전해인 2014년보다 3.8%가 늘어났다.
새삼스럽지 않지만 대기업체들이 낸 기부금은 전체의 5%에 불과했다. 그나마 전년도보다 3.9% 증가했다. 각종 재단의 기부금이 16%(전년대비 6.5% 증가), 유산기부가 9%(2.1% 증가)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기부금이 크게 늘어난 것은 액수 그 자체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강조한다. 미국인들의 박애정신이 그만큼 높아졌음을 웅변적으로 반증한다는 것이다.
자선기부금이 기탁된 기관들도 다양했다. 지난해 기부금 총액 중 가장 많은 32%가 교회 등 종교기관을 통해 모아졌다. 그 뒤를 이어 교육기관이 15%, 불우이웃 돕기 단체가 12%, 사회봉사 재단이 11%, 의료보건 시설이 8%, 공공-사회복지 기관이 7%를 각각 모았다. 문화예술(5%), 국제관계(4%), 환경/동물보호(3%) 등 단체와 개인 모금자(2%)들도 일조했다.
기부금을 내는 사람도, 받는 기관도 많은 연말엔 사기꾼들도 덩달아 많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이들은 우편함(PO Box) 번호에는 결코 기부금을 보내지 말라며 ▲평소 잘 알고 있거나 정부당국에 등록된 비영리기관 ▲기부금 1달러 당 85센트 이상을 자선목적에 투입하는 기관 ▲기부금에 세금공제 혜택을 보장하는 기관 등을 찾아서 기부하라고 조언한다.
시애틀 한국일보도 연말연시 불우이웃 돕기 연례 캠페인을 시작한다. 성실하고 공명정대하게 장장 30년간 이어져와 한인들이 믿고 기부금을 보낸다. 주정부에 유일한 한인자선 비영리기관으로 등록돼 있다. 행정비나 운영비 없이 모금액을 몽땅 불우이웃들에 배분한다. 지난해엔 사상 최대 규모인 6만4,000여달러를 모아 절박한 처지의 동포 47명에 전달했다.
영화 ‘스팅’에서 사기꾼으로 나온 폴 뉴먼은 사실은 완벽한 모범인물이다. 용모, 지성, 재능, 명성, 부귀를 모두 갖췄고 배우, 감독, 사업가, 자동차경주자로 성공했다. 배우인 부인 조앤 우드워드와 50년을 해로해 금혼식을 치렀다. “집에 스테이크가 있는데 왜 밖에 나가 햄버거를 먹느냐”는 명언을 남겼다. 그에게 만복을 안겨준 자선사업은 결코 연기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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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춘 시애틀 지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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