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세월 그 누구가 잡을 수가 있나요/ 흘러가는 시냇물을 막을 수가 있나요/ 아가들이 자라나서 어른이 되듯이/ 슬픔과 행복속에 우리도 변했구려/ 하지만 이것만은 변할 수 없어요/ 새들이 저 하늘을 날아서 가듯이/ 달이 가고 해가 가고 산천초목 다 바뀌어도/ 이 내몸이 흙이 되도 내 마음은 영원하리” 서유석의 ‘가는 세월’이다.
세월이 화살처럼 빨리 지나간다. 4일만 지나가면 12월이다. 12월이 지나면 새해가 된다. 벌써부터 라디오에선 크리스마스 케롤이 흘러나오고 신문엔 동포 단체들의 연말 파티들이 홍보되며 한껏 연말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서유석의 노래가사처럼 가는 세월은 잡을 수도, 막을 수도 없다. 그저 흘러가는 게 세월이요 시간인가 보다.
영국의 우주물리학자 스티븐 호킹(74). 그는 <시간의 역사>를 통해 시간의 화살(흐름)을 이렇게 설명한다. 첫째, 무질서도(度)가 증가하는 열역학적 시간의 화살. 둘째, 우리가 시간이 흐른다고 느끼는 방향인 미래가 아닌 과거를 기억하는 심리적 시간의 화살. 세 번째, 우주가 수축이 아닌 팽창하고 있는 우주론적 시간의 화살이다.
그가 말한 열역학적 시간의 흐름과 우주론적 시간의 흐름은 일상을 살고 있는 우리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두 번째 시간의 화살인 심리적 시간의 흐름은 우리가 일상속에서 늘 경험하는 피부에 와 닿는 시간의 화살이다. 그것은 지나간 과거를 기억하며 시간이 가고 있음을 예측하는 심리적 시간의 흐름으로 가는 세월에 해당된다.
사람은 미래를 바라보면서도 늘 과거를 기억하며 살아간다. 호킹이 지적했듯이 과거를 기억하기에 우리는 시간의 흐름을 인지(認知) 혹은 인식(認識)하게 된다. 어떤 사고로 인해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는 심리적 시간의 화살은 적용되지 않을 게다. 그는 기억을 잃어버린 그 시간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이 만든 시간의 흐름, 즉 초와 분과 시와 날과 달과 년은 인간의 작품이요 창조물이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달력은 양력(陽曆)으로 고대 로마의 정치가인 율리우스 카이자르가 기원전 46년에 재정한 것이다. 이것이 그레고리력으로 바뀐 것은 기원후 1582년 교황 그레고리오 13세 때이다. 그레고리력은 세계공용이다.
인간이 다른 동물보다 위대함이 시간을 쪼개어 사용하는 이런데서 나타난다. 희랍(그리스) 철학의 시간개념엔 두 가지가 나온다. 하나는 카이로스(kiros)로 영원한 현재란 뜻이며 또 하나는 크로노스(chronos)로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물리적 시간개념이다. 친구 하나가 회심(悔心)했는데 이런 회심의 시간이 카이로스에 속하는 거다.
그 친구는 술을 무지 좋아했었다. 술로 인해 가정은 파탄 직전에 놓였고 본인은 거의 비정상인의 길을 가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어떤 계시를 받고 술을 끊게 되었다. 본인 말로는 “술을 끊은 게 아니라 술을 끊긴 것”이라 한다. 도저히 자신의 힘으로는 끊을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술이 끊어진 것이기에 그렇다고 한다.
카이로스의 시간이 그에게 임한 거다. 그는 정확히 그 날자와 시를 알고 기억한다. 그런 후 그의 삶은 변화됐고 그의 가정은 점점 회복돼 6년이란 시간이 흐른 지금은 모든 것이 정상을 되찾았다. 부부사이와 아버지와 자식 간의 사이가 좋아졌고 비록 적은 수입원을 갖고는 있지만 그 나름대로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단다.
가는 세월, 잡을 수는 없다. 그러나 가는 세월 속에 자신을 실어 나를 수는 있다. 유년기와 소년기, 청년기와 장년기, 노년기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진솔한 모습을 심리적 시간의 흐름인 기억 속에 담을 수 있기에 그렇다. 2016년, 연말이 다가온다. 파티도 좋다. 그러나 조심해야 할 것은 술. 술 잘못 마시면 50년, 먼저 갈 수 있음에야.
인생의 선배들이 말한다. “그대는 인생을 사랑하는가? 그렇다면 시간(세월)을 낭비하지 말라”(벤자민 프랭클린). “시간을 지배하는 자가 인생을 지배한다”(에센 바흐). 시간을, 세월을 멈추게 하는 방법이 있긴 하다. 영원한 현재, 카이로스로 순간순간 의미 있게 살아가는 삶을 살아봄이 세월을 멈추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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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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