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주택 구입 뒤 나타나기 쉬운 ‘홈오너 증후군’
세입자 신분에서 홈 오너 대열에 합류한다는 것만큼 설레는 일이 없다. 마치 무슨 신분 상승이라도 이뤄 낸 것처럼 기분이 뿌듯하다. 새차를 구입할 때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한동안 들뜬 기분에 젖어 살게 된다. 그런데 내집을 소유하면서부터 전에 없던 이상한 버릇들이 생겨나는 경우도 있다. 홈 오너라는 직함이 사람까지 변하게 해 자칫‘꼴불견’ 소리까지 듣기도 한다. 온라인부동산 업체‘리얼터 닷컴’이 첫 주택 구입 뒤 흔히 나타나는 홈 오너 증후군 사례를 모아봤다.
■ 에어컨 꺼주세요.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올 겨울 난방비가 무려 20% 이상이나 치솟을 전망이다. 이 소식에 가장 긴장하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최근 첫 주택을 구입한 사람들이다. 가뜩이나 내집을 장만하느라 가계부가 바닥난 상황에서 난방비까지 오른다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첫 주택을 장만하고 나서 냉난방비 부담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게 되는 경우가 많다. 더워도 참고 추워도 견디면서 냉난방 시설을 사용하지 않고 보물처럼 잘 보관하는 사례다. 심지어 친지나 손님이 찾아와도 냉난방 시설 사용에 매우 야박한 반응을 보일 때도 있다.
아파트나 콘도미니엄 등 다세대 주택에서 거주했다가 단독 주택을 구입한 경우가 특히 더하다. 다세대 주택의 경우 냉난방비 요율이 낮기 때문에 단독 주택으로 입주한 뒤에도 전과 같은 냉난방비 수준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다보면 꼴불견 집주인 소리를 듣기 쉽다.
■ 사용한 컵은 치워주세요.
세입자로 살 때는 주택 관리에 조금 소홀한 것이 사실이다.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내집도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손님들이 놀고 가면서 어지러워진 집을 치워 주면 고맙고 안 치워도 ‘조금 지저분하게 살지’라는 생각에 마음을 쉽게 놓는다. 그런데 내집을 처음 마련한 뒤부터 태도가 180도 바뀌는 경우도 있다. 손님들이 방문해서 집을 조금이라도 어지럽혀 놓고갈까봐 노심초사하게 된다.
한 첫 주택 구입자는 “우리집에 놀러 온 손님들이 컵과 같은 식기를 사용하고 싱크대에 놓지 않는 것을 보면 매우 불쾌해진다”는 민감한 반응을 리얼터 닷컴에 털어 놓기도 했다. 그러면서 “집을 임대해서 살 때는 신경 쓰지도 않던 작은 일인데 내집을 사고 나서 왜 이렇게 시시콜콜한 것들까지 눈에 들어오는지 모르겠다”고 고백했다.
■ 옆집 사람 아무리 봐도 수상해
아파트처럼 이웃이 대부분 세입자일 때는 이웃에 잘 신경쓰지 않게 된다. 1년에 한두번씩 이사 나가고 들어오기 때문에 굳이 어떤 사람인지 알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복도나 주차장에서만나도 인사나 하는 게 전부인 정도가 세입자 이웃간의 관계다. 그런데 내집을 마련한 뒤부터는 옆집 앞집, 심지어 몇집 건너에 사는 사람까지 누구인 지 궁금해서 못 견딜 정도다.
이웃과 인사를 나누고 각자 소개를 한 뒤에도 옆집에서 무슨 소리라도 들리면 확인을 해야 하는 ‘스토커’처럼 변하는 경우다. 스토커로 변하게 되면 최근 유행하는 인터넷 반상회와 같은 사이트에 가입해 동네에서 일어나는 자질구레한 일들을 모두 챙기면서까지 이웃 감시에 나서야 마음이 놓인다고 한다.■ 내 사전에 지출이란 없다.
내집 장만에 따른 자부심과 함께 따라 오는 것이 바로 홈 오너로서의 책임감이다. 홈 오너로서의 책임감중 가장 큰 책임이 바로 재정적인 부분이다. 세입자로 살 때 부담하지 않아도 되는 각종 비용들이 홈 오너가 된 뒤 부터는 어깨를 짓누르기 시작한다.
모기지 페이먼트에서부터 재산세, 관리비, 주택 보험료, 수리비, 정원 관리비, 각종 에너지 비용 등 이루 셀 수 없을 정도다. 갑자기 닥쳐오는 비용 부담 공포 때문에 내집을 장만하고 나서 바로 구두쇠로 전락하는 유형도 적지 않다. 필요한 물건 구입에도 주택비용 걱정 때문에 지갑 여는 게 두렵기만 하다.
어렵게 마련한 내집을 유지하고 관리하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깝다. 평소 즐기던 취미 생활을 줄이거나 당장 필요하지 않은 구입은 자제하면서 주택 비용 마련을 위해 안간힘을 쓸 수밖에 없다.
■ 그곳만이 내 세상
내집을 장만하고 나서 갑자기 주말 외출을 끊는 경우도 있다. 주말이면 어김없이 찾던 레스토랑과 커피샵, 영화관, 클럽 등을 일절 끊고 모든 주말 여가 생활을 집에서 해결하려는 유형이다. 리얼터 닷컴에 따르면 한 첫 주택 구입자는 수영장이 딸린 집을 구입한 뒤 매주말마다 수영장 파티를 열어 친구들을 초대했다고 한다.
그것도 여름 내내 주말을 뒷마당에 수영장에서 파티를 개최했다는 것이다. 다른 구입자는 주중 ‘디너 클럽’을 개최해 집안에서 손님을 초대해 외식을 대신했던 사례도 있다. 내집이 아무리 좋아도 바깥 공기도 좀 쐬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는 유형이다.
■ ‘DIY’ 중독
내집을 갖게 되면서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증후군이 바로 DIY 중독 증후군이다. DIY는 ‘Do It Yourself’의 약어로 물건 제작이나 집안 수리, 장식 등을 직접 한다는 뜻이다. ‘남의 집’에 세들어 살 때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내부 색상이나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들어도 손도 델 수 없는 것이 세입자들의 현실이다.
그러나 내집을 장만하면서부터 DIY에 대한 욕망이 봇물처럼 쏟아지기 시작한다. 매주말, 심지어 매일 퇴근 후에도 집에 와서 집안 이곳저곳을 뜯어 고치고 칠하느라 피곤한 몸을 혹사시킨다. ’즐기는 건 좋지만 잘못되면 수리비가 더 많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것도 알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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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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