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쭈타누깐 골프 여왕 등극·전인지의 화려한 입성·미국세 몰락
▶ 골프천재 리디아 고 치세 조기 마감, 내년 박셩현 가세 주목
에리야 쭈타누깐은 시즌 마지막 날 CME 글로브 트로피와 100만달러 보너스는 물론 올해의 선수상과 상금왕도 거머쥐었다. [AP]
올해 LPGA투어는 한마디로 ‘아시안 천하’였다고 요약할 수 있다.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이라는 새로운 여왕의 탄생과 전인지(22)의 화려한 입성을 비롯한 한국 자매 군단의 여전한 강세, 그리고 미국의 몰락 등은 모두 아시안의 강세와 맞물렸다. 천재소녀 리디아 고(뉴질랜드)의 치세가 쭈타누깐에 밀려 일찌감치 마감한 것은 올해 LPGA투어 최대 이변으로 꼽힌다.
새로운 골프여왕 쭈타누깐의 비상은 한마디로 눈부셨다.
큰 체격에서 뿜어 나오는 어마어마한 장타력에도 심약한 탓에 툭하면 역전패를 당하던 쭈타누깐은 5월 요코하마 타이어 우승 이후 전혀 다른 선수가 됐다. 이어진 킹스밀 챔피언십과 볼빅챔피언십 등 3개 대회를 휩쓴 쭈타누깐은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으로 메이저 여왕에 올랐고 캐나다여자오픈을 제패했다.
그는 드라이버 대신 남자 선수들도 버겁게 여기는 2번 아이언으로 티샷을 날렸다. 그러고도 웬만한 선수 드라이버 티샷 거리를 능가했다.
쭈타누깐은 압도적인 힘을 앞세워 차원이 다른 골프를 펼친 끝에 상금왕, 다승왕, 올해의 선수, 그리고 100만 달러의 보너스가 걸린 CME 글로브 포인트 1위 등 개인 타이틀을 싹쓸이하면서 골프 여왕 왕좌에 앉았다.
전인지는 1978년 낸시 로페스 이후 처음으로 신인왕과 베어트로피를 동시에 차지한 선수가 됐다. [AP]
쭈타누깐의 기세에 다소 눌린 감은 있지만, LPGA투어의 대세로 자리 잡은 한국 자매 군단은 올해도 위력이 여전했다. 한국 선수가 올해 들어 올린 우승 트로피는 모두 9개. 지난해 14개보다 줄었지만 간판선수 박인비(28)가 손가락 부상으로 전력을 이탈한 사실을 감안하면 평년작 이상의 수확이라는 평가다.
한국 자매 군단에서는 가장 많은 승수를 올린 장하나(24)와 신인왕과 최저타수상까지 휩쓴 전인지가 돋보였다. LPGA투어에 뛰어든 지 2년째인 장하나는 3승을 따내 한국 자매 군단의 핵심 전력으로 자리를 잡았다.
지난해 비회원으로 US여자오픈을 제패해 LPGA투어에 데뷔하기 전부터 특급 신인으로 주목을 받았던 전인지는 기대에 부응했다. 우승은 한 번뿐이지만 메이저대회 에비앙챔피언십에서 따낸 것이라 순도는 높았고 무엇보다 평균타수 1위를 차지해 최정상급 선수의 반열에 올랐다. 전인지는 세계랭킹 3위로 시즌을 마쳐 브룩 헨더슨(캐나다)을 밀어내고 세계 여자 골프 ‘빅3’에 합류했다.
둘은 공교롭게도 시즌 초반에 벌어진 불미스러운 사건에 얽혀 몸과 마음에 적지 않은 상처를 입고도 이런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신인왕 김세영도 2차례 우승으로 차세대 골프 여왕에 도전할 재목임을 입증했다. 한 뼘 퍼팅 실수의 저주에서 6년 만에 벗어난 김인경(28)과 135차례 출전한 대회에서 마침내 우승 물꼬를 튼 신지은(24)의 인간 승리 드라마도 눈길을 끌었다.
박인비의 영광과 좌절도 올해 LPGA투어에서 빼놓을 수 없다.
손가락 부상과 허리 통증이 겹친 박인비는 올해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10개 대회밖에 치르지 못했고 상금은 25만3,000달러(69위)에 그쳤다.
하지만 박인비는 올해 한국인 두번째 명예의 전당 입회와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찬란한 역사의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 특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은 다친 손가락 통증을 참아내며 이뤄내 국민에게 감동을 안겼다.
2014년 LPGA투어에 등장해 단숨에 골프 여왕 자리를 꿰찼던 천재소녀 리디아 고는 올해 개인 타이틀 없이 시즌을 마감했다. 상금왕, 올해의 선수, 그리고 최저타수에서 모조리 2위에 그쳤다. 메이저대회를 비롯해 4승을 거뒀지만, 다승 1위도 놓쳤다.
쭈타누깐의 경쟁에서 밀린 탓이다. 리디아 고는 시즌 중반 이후 장기인 퍼팅이 흔들리더니 샷이 나빠지면서 1인자의 지위가 흔들렸다. 시즌 도중 캐디를 교체하는 극약 처방까지 내렸지만, 반등에 실패했다. 쭈타누깐의 가파른 상승세와 리디아 고의 급격한 쇠락은 올해 LPTGA투어 판도 변화의 중심이었다.
여자 골프의 맹주를 자처한 미국의 몰락은 올해 한층 두드러졌다.
미국 여자 골프의 몰락은 스테이시 루이스의 뒤를 이을 특급 스타 부재로 어느 정도 예견은 됐지만, 예상 밖으로 빠르게 현실이 됐다. 올해 치러진 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미국 선수는 단 2명이다. 세계랭킹 탑10에는 렉시 탐슨 혼자만 남았다. 올림픽에서는 동메달조차 만져보지 못했다.
미국 여자 골프의 몰락은 아시아계의 약진과 맞물렸다. LPGA투어는 올해 아시안의 무대였다. 한국 뿐 아니라 쭈타누깐을 앞세운 태국과 펑산산이 이끈 중국, 노무라 하루가 2승을 올린 일본 등 아시아 국가 출신 선수가 18승을 따냈다. 4승을 올린 리디아 고와 2승을 올린 이민지(호주)도 사실상 아시안이어서 투어 대회 우승자의 72.7%가 아시안이다.
LPGA투어의 아시아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 33개 투어 대회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5개 대회가 아시아 기업이 타이틀 스폰서를 맡았다. 8개 대회는 아예 아시아 지역에서 열렸다.
LPGA투어는 내년 1월 2017년 시즌을 시작한다. 내년에는 박성현(23)이라는 또 한 명의 대형 한국선수가 LPGA투어에 합류한다.
태국과 중국은 선수층은 더 두터워지고 기량은 더 나아질 전망이다. 리디아 고와 이민지가 이끄는 호주·뉴질랜드 역시 LPGA투어 판도를 뒤흔들 힘이 있다. 내년 LPGA투어는 아시안의 지배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