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반 남태희 동점골·구자철 역전골로 2-1 교체투입 김신욱 맹활약으로 분위기 바꿔
▶ 월드컵 최종예선 조 2위로 상승
한국축구 대표팀 슈틸리케호가 2018 러시아 월드컵으로 가는 여정에서 큰 고비를 넘어섰다. 한국 대표팀은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우즈베키스탄과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5차전에서 전반 수비실수로 선제골을 내주고 끌려가다 후반 남태희의 헤딩 동점골과 구자철의 결승골에 힘입어 2-1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이 승리로 조별리그 전적 3승1무1패(승점 10)를 기록한 한국은 우즈베키스탄(승점 9, 3승2패)을 조 3위로 밀어내고 2위로 올라서 본선 직행 길에 청신호를 밝히며 최종예선의 반환점을 돌았다. 조 1위인 이란(3승2무)과는 승점 1점차다. 이란은 이날 시리아(승점 5, 1승2무2패)와 0-0 무승부에 그쳤다. A조의 5, 6위팀인 카타르(승점 4, 1승1무3패)와 중국(승점 2, 2무3패)도 중국 쿤밍에서 0-0으로 비겨 이날 A조에선 한국만 승리를 따냈다.
패할 경우 본선행 가도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울 것은 물론 슈틸리케 감독의 경질까지 예상됐던 사실상 ‘단두대 매치’에서 한국은 초반부터 주도권을 잡고 우즈베키스탄을 압도했으나 좀처럼 골이 터지지 않아 애간장을 태워야 했다. “목표는 지지 않는 것”이라고 공언하고 나선 우즈베키스탄은 4-5-1 포메이션에서 미드필드를 바짝 뒤로 끌어내린 수비적 전형으로 나서 한국의 공세를 차단한 뒤 역습을 노리는 작전으로 나섰다.
이정협을 원톱, 손흥민과 구자철, 남태희, 지동원을 2선 공격수로 배치하는 4-1-4-1 전형으로 나선 한국은 시작부터 적극적 공세로 나섰으나 오히려 전반 25분 수비실책으로 우즈베크에 선제골을 내주면서 고행 길로 들어섰다.
우즈베크가 후방에서 길게 걷어낸 볼을 센터백 김기희가 골키퍼 쪽으로 백헤딩했으나 볼이 짧아 상대 공격수에 끊길 위기를 맞았고 골키퍼 김승규가 페널티박스 밖으로 뛰어나오며 간신히 걷어낸 볼은 센터서클 안에 있는 마라크 비크마예프 앞으로 갔다. 골문이 빈 사실을 간파한 비크마예프는 약 40야드 거리에서 빈 골문을 향해 장거리 슈팅을 날렸고 볼은 정확히 한국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김기희와 김승규의 볼처리가 모두 만족스럽지 못했다.
또 다시 실수로 예상치 못한 일격을 맞은 한국은 전열을 정비하고 다시 공세로 나섰으나 좀처럼 골이 터지지 않았다. 특히 후반 9분엔 후방에서 길게 넘어온 볼을 페널티박스 안으로 침투한 손흥민이 트래핑한 뒤 숏 하기 직전 수비수가 발을 뻗어 걷어낸 장면은 더욱 아쉬웠다.
위기에 몰린 슈틸리케 감독은 후반 17분과 21분 이재성과 김신욱을 투입하며 변화를 모색했고 마침내 22분 동점골이 터져 균형을 맞췄다. 오른쪽에서 중앙을 거쳐 왼쪽으로 연결된 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바로 오버래핑에 나선 박주호에게 패스를 내줬고 골라인부근에서 박주호가 올린 크로스를 남태희가 골문 바로 앞에서 헤딩으로 마무리, 1-1을 만들었다.
김신욱이 페널티박스 안에서 공중볼을 따내 구자철의 결승골을 어시스트 했다. 골을 뽑아낸 뒤 환호하는 구자철(위).
하지만 한국에게 홈 무승부는 패배나 마찬가지였기에 이후에도 총공세가 이어졌고 결국 후반 40분 천금 같은 역전 결승골을 뽑아내는데 성공했다. 홍철이 후방 왼쪽에서 페널티박스 안으로 길게 올려준 볼을 장신의 김신욱이 솟구쳐 올라 헤딩으로 떨어뜨렸고 이를 구자철이 달려들며 논스탑 왼발슛으로 연결, 우즈베크의 골네트를 흔들었다. 이 골로 한국은 최종예선 중반 일대 위기를 탈출하게 됐다. 또 우즈베키스탄과의 역대전적에서도 10승3무1패로 압도적 우위를 지켰다.
한편 이날 자신의 62번째 생일을 맞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이날 승리로 최고의 생일선물을 받게 됐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슈틸리케 감독은 “최종예선 반환점을 돈 시점에 2위를 탈환한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면서 “앞으로 조금 더 차분하게 다음 경기를 준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 내용에 대해선 “상대보다 많이 뛰고 점유율이 높았지만 세밀함이 좀 떨어졌다. 그래도 경기를 지배한 것은 우리였다”고 분석했고 “수비가 견고한 우즈베키스탄에 선제골을 내줬지만 선수들이 냉정함을 잃지 않고 침착하게 경기를 뒤집어 대단히 만족스럽다”고 평가했다.
또 결승골을 어시스트한 김신욱을 선발 출전시키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설명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롱볼을 이용한 공격은 먼저 하는 것보다는 나중에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면서 “김신욱을 선발 출전시킨다면 원하는 만큼 점유율을 확보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움직임이 좋은 이정협을 선발 출전시켜 상대 수비를 지치게 한 뒤 김신욱을 투입할 경우 더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신욱은 이날 교체투입 후 헤딩볼을 따내 결승골을 어시스트했을 뿐 아니라 손흥민과 볼을 주고받으며 수차례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내는 돋보이는 활약을 보였다.
우즈베크의 삼벨 바바얀 감독은 “김신욱에 대해 당연히 준비했지만, 우리 팀에서 공중전을 가장 잘하는 선수가 그에게 지면서 실점했다”면서 ”그 선수의 실수보다, 세컨드볼에 집중해 누군가 찾아갔어야 하는데 그 점도 부족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좋게 시작했는데 결과를 가져오지 못해 유감스럽다“면서 ”두 번의 순간 실수에 의해 실점했다. 오늘 경기는 한국이 강팀인 걸 보여줬다. 슈틸리케 감독이 강하고, 선수들도 이름 있는 강팀인 것은 확실하다“고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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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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