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는 미국 제 45대 대통령이 되었다. 거의 모든 전문가의 예측들과 여론조사의 전망을 완전히 뒤엎은 결과다. 나 자신도 지난달 칼럼에서 그의 쌍소리가 담긴 비디오 공개는 “트럼프 집권 가능성이란 악몽을 관에 넣고 못질하는데 있어서 마지막 대못의 역할을 할런지도 모른다”라고 쓰는 어리석음을 보였다.
하기는 지난 8일 선거날 저녁 약 2마일 거리를 둔 클린턴과 트럼프 두 진영의 분위기도 저녁 7시부터 10시 사이 클린턴 쪽은 승리를 목전에 둔 모습이었지만 트럼프 행사장은 패색이 짙었었다. 10시 이후 자정이 가까워지면서 격전지였던 플로리다, 오하이오 그리고 펜실베니아에서 트럼프가 승리하자 양 진영 파티장의 분위기는 역전됐다. 클린턴 지지자들은 조용하게 울고 트럼프 편은 흥분이 고조된 모습이었다.
트럼프가 공화당 예선전을 포함, 장장 17개월의 선거운동 기간 중에 보여준 여성혐오, 인종과 종교 편견, 그리고 알맹이 없는 선거구호성 약속 및 힐러리를 감옥에 처넣으라는 깡패 수준의 언동을 일삼았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그의 승리 연설은 차분하고 관대하게 들렸다. 자기는 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던진 사람들을 포함한 모든 미국인들의 대통령이라는 약속도 그럴듯하게 들렸고 특히 미국은 힐러리 클린턴의 오랜 공직생활 때문에 그에게 큰 빚을 졌다는 데야 하루이틀사이의 천양지차 같은 표현이었다. 극히 대통령다운 언사로 들렸다.
힐러리 여사의 다음날 패배연설에도 이제는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었으니 그가 성공하도록 돕는 것이 미국의 국익이라는 문장 하나가 들어 있다.
오바마의 치적을 유지할 힐러리를 당선시키기 위해 부인 미셸과 함께 역사상 가장 많이 후보지지 선거운동을 했던 오바마 대통령 역시 새벽에 전화를 걸어 트럼프에게 축하하는 민주제도 아래서의 평화적 정권교체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10일에는 트럼프 부부를 백악관으로 초청해서 오바마와 트럼프 양자 회담을 했다. 불과 한두 달 전까지는 오바마가 미국 시민이 아니라는 황당한 주장을 하기도 했고 오바마와 클린턴이 “ISIS를 창립했다”는 억지에다가 오바마가 최악의 대통령이라고 강조했던 트럼프였다. 회동이 어색할 것이라는 기자들의 추측과는 정반대로 15분 정도일 것이라던 구수회담이 1시간 반 만에 끝난 다음 기자들을 잠깐 만난 자리도 거의 화기애애한 수준이었다.
오바마는 트럼프가 대통령으로서 성공하는 것이 미국의 성공이기 때문에 정권 이양에 있어서 최대의 협조를 하겠다고 했으며 트럼프는 오바마를 존경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자주 만나 그의 충고를 구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선거 결과가 무섭기는 하다. 선거 예측 전문가들이 딴 직종으로 이직을 해야 할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공화당은 예상과 달리 압승을 했다. 그리고 트럼프는 오바마의 대법원 판사 지명자 대신 보수 성향 인사를 임명할 것이며 대법원 판사의 다른 공석이 생길 때 역시 그렇게 할 것이기 때문에 민주당의 실망은 깊을 수밖에 없다.
조지. F 윌이란 워싱턴 포스트의 보수계 칼럼니스트는 이번 공화당의 승리를 파멸적인 승리라고 부르면서 “공화당은 역사상 가장 불쾌하며 가장 준비가 안된 후보에게 너무나도 쉽게 점령당했고 그것이 곧 정상처럼 여겨졌으며 그의 선거운동은 거짓말의 나이아가라 폭포였다”고 혹평했다. 그러나 적어도 미시간, 펜실베니아 등 녹슨 지대(러스트 벨트)나 남부에 살면서 경제상태가 몇 십년 동안 악화된 백인들의 반이민, 반소수민족 및 반 현체제에 대한 민심을 정확히 읽고 그들을 환호시키는 언동으로 선거에서 승리한 것만은 사실이다.
트럼프는 우리 대통령이 아니다 라는 데모가 여러 도시에 있고 상원에서 47석을 차지한 민주당이 필리버스터(의사진행방해)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오바마케어 폐기 등 트럼프의 공약실천과 대법원 판사 임명 등의 진보, 보수의 타협하기 어려운 쟁점들에 있어서의 교착상태를 예견할 수 있다.
트럼프에게 표를 던진 사람들마저 실망시키는 결과가 오래지않아 표출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은 인간 정치 역사의 교훈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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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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