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비정상’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요즘 세상을 보면 하도 비정상 모습이 많아, 누가 정상이고 누가 비정상인지조차 헷갈리는 시대를 산다는 느낌이다. 정상과 비정상에 대한 정체성의 혼란이 온다. 정상과 비정상에 대한 나름의 성찰과 기준이 요구된다.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는 참으로 애매모호하다. 또한 과연 누가 누구를 비정상으로 규정 할 수 있는지도 굉장히 어렵고 힘든 일이다. 정상과 비정상을 직접적인 주제로 다룬 책은 아니지만, 브라질의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에 나오는 우화는 정상과 비정상(미친 상태)에 대한 예리한 통찰을 제시한다.
우화의 의미는 대략 이러하다. 한 왕국을 무너뜨리려고 마음먹은 마법사가 왕국의 백성 모두가 마시는 우물에 비정상의(미치는) 묘약을 풀었다. 그 우물의 물을 마신 백성은 모두 미쳐버렸다. 왕궁의 우물을 마시는 왕과 왕비만 정상이었다. 어느 날 왕의 칙령을 접한 백성들은 왕이 미쳐버렸다고 확신하여, 모두 궁궐로 몰려가 함성을 지르며 왕에게 물러날 것을 요구하였다. 절망에 빠진 왕은 왕비의 제안으로 백성이 마시는 ‘마법의 우물’을 마셨고, 이내 엉터리 정치를 하자 백성들은 이제야 왕이 자신들처럼 정상인이 되었다며 마음을 돌렸다고 한다. 작가는 우화나 주인공의 대화를 통하여 이 시대 누가 진짜 미친 사람(비정상)인가를 묻는다.
오늘날 우리의 사회를 볼 때 비정상이 득세하고 정상이 물러나는 모양새다. 어떤 것에 대한 정상과 비정상의 규정 여부가 그 사회의 건강성을 말해 준다. 그러므로 제대로 된 사회라면 정상과 비정상에 대한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
비정상이란 어떤 것이 바뀌어 달라지거나 탈이 생겨 나타나는, 제대로가 아닌 상태 또는 바르거나 떳떳하지 못한 상태를 뜻한다. 간단히 말하면 전체 구성원의 상식이나 합리를 떠난 상태를 비정상이라고 보면 될 듯하다. 또한 동시대의 사회적 규범이나 시대정신을 벗어나는 것도 비정상이다.
그러고 보면 오늘날 주변을 보면 비정상이 얼마나 많은가? 호감도가 아니라 비호감도를 따라 대통령 후보자를 골라야 했던 미국의 대선, 매해 1만3,000여명이 총기사고로 죽어가는 사회 분명 비정상이다. 고국의 실상 역시 다르지 않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자살률, 패기와 희망의 상징이어야 할 청년의 좌절, 세계 최저의 출산율, 2년이 넘어도 아직도 실종자를 찾지 못하고 원인조차 규명 못한 세월호 사건, 실세 가족은 제대로 출석 하지 않아도 졸업 할 수 있는 학교, 근본 없는 비선 실세로 국정이 농단되는 국가, 이는 비정상이다. 나라 곳곳 어디도 안전하지 않다. 참담하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는 일은 쉽지 않다. 고국의 박근혜 정부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국정의 핵심 과제로 출발하였지만, 오히려 지금은 ‘정상의 비정상화’를 창출한(?) 정부라는 조롱을 받고, 대다수 국민들로부터 하야나 탄핵의 압력을 받고 있다. 왜 그럴까? 정상과 비정상에 대한 성찰과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파울로 코엘료의 우화에 나오는 ‘마법의 우물’을 마신 사람들처럼 대통령과 측근들은 무엇이 정상인지 몰랐거나 또는 (지극히 비정상적인) 자신들의 상태가 정상이라는 착각 속에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함께 고르고, 정의롭고, 인간다움을 유지하며 사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세상, 곧 ‘정상’이 정상으로 여겨지는 세상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굳이 ‘정상’을 알려 하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비정상의 정상화’는 정부나 그 누구의 독점물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우리 각자에게 일어나야 할 지당한 변혁적 행동이며 세상을 살리는 일이다. 이는 또한 성경의 줄기찬 메시지이기도 하다. 기독교를 비롯하여 세상의 모든 종교의 존재 의미 역시 세상의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는데 있어야 한다.
비정상과 정상이 헷갈리는 세상에 함께 휩쓸려 동요하지 말고, 자신의 삶에 대한 깊은 성찰, 상식과 합리 그리고 시대정신에 근거한 삶을 통하여 결연히 특권과 비정상을 하야시키며 ‘정상’을 찾아가는 삶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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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석 성공회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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