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제45대 대통령으로 ‘아웃사이더’인 도날드 트럼프가 당선됐다.
트럼프 당선자는 내년 1월20일 취임식까지 정권인수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인수위원회를 구성하고 비서실장 등 핵심 인사들도 발표해야 한다. 국무장관, 국방장관, 재무장관 등 주요 부처장관도 선임해야 한다. 대통령이 심복(心腹)들을 어느 자리에 앉힐지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건 나라와 국민의 심복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래야 백악관이 간신보다 충신들이 일하는 궁궐이 될 수 있다. 그것이 곧 ‘미국을 가장 우선에 둔다’는 공약을 실천하는 출발점이 돼야한다.
한국은 지금 어떤가? 오래전부터 청와대에 충신들은 사라졌다. ‘용비어천가’를 불러대는 간신들이 우글거릴 뿐이다. 지금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인물들만 봐도 그렇다. 이번 사태에 연루된 청와대 출신 모두가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발을 뺐다. 자신들의 안위만 챙기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그들은 대통령의 일탈을 막지 못한 인물이다. 그것도 모자라 주군을 배신(?)하는 불충마저 저지르고 있다. 참으로 의리도 없는 인간들이 아닌가.
박 대통령은 의리를 매우 중시한다. ‘의리가 없으면 인간도 아니다’라는 말을 했을 정도다. 그런데 배신한 심복들에게 뒤통수를 맞고 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국민의 심복보다는 자신의 심복만을 데려다 쓴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끝까지 ‘의리’를 지키는 심복하나 없는 현실이 참으로 처량할 뿐이다.
요즘 심복(心腹)’은 부정적인 뜻으로 사용된다. 흔히 권력에 빌붙어 발호하는 사람을 심복이라 한다. 주구(走狗-권력 등에 빌붙어 앞장서서 못된 짓을 하는 사람)라는 험악한 단어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심복은 원래 부정적 의미가 아니다. 이 말 뜻은 원래 심장(心)과 복부(腹)다. 중국 전국시대 통일을 앞둔 진나라, 그 동쪽으로 바짝 붙어 있던 한나라의 관계를 설명하는 단어였다. 진의 앞길을 가로 막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한이 지니는 지리적 중요성을 ‘심장(心)과 복부(腹)’로 설명하면서 나왔던 것이다.
<후한서>에는 조아(爪牙)와 심복(心腹)이 같은 뜻으로 쓰인다. 권력자의 가장 가까운 곁을 지키는 사람이라는 ‘측근’이다. 조아(爪牙)는 그 자체가 손톱을 일컫는 조(爪)와 이빨을 가리키는 아(牙)의 합성어이다. 그래서 권력자의 곁을 지키는 용맹한 무사, 호위 등의 의미도 얻었다. 단순한 측근이 아니라 일정한 무력을 지니고서 권력자를 지키는 사람인 셈이다.
친신(親臣)은 가장 가까운 신하를 가리킨다. 손과 발을 가리키는 수족(手足)도 마찬가지다. 손과 발처럼 편하게 부릴 수 있는 측근이란 뜻이다. 심복(心腹), 조아(爪牙), 수족(手足) 등은 원래 마음을 놓고 믿을 수 있는 부하란 뜻이다. 그런데 세상이 험하게 돌아가다 보니 원래 뜻과는 상관없이 암물하고 부정적인 의미로 더 많이 쓰기고 있는 셈이다.
한인사회에는 ‘회장’, ‘사장’, ‘주인’ 등이 수두룩하다. 그들 곁에는 늘 측근들이 있기 마련이다. 의리를 지키는 측근일 수도 있고 배신을 일삼는 측근일 수도 있다. 그래서 측근들 때문에 웃고, 우는 일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부정은 심복으로 부터’라는 표현이 있다. 심복을 뒤지면 거의 부정이 있다는 것이다. 사실 심복이라고 다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대개 심복은 줄을 잘 타는 재주가 있는 사람이 차지하기 마련이다.
제갈공명은 ‘무릇 장수는 심복(心腹), 이목(耳目), 수족(手足)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심복은 자신의 마음을 나누고 믿을 수 있는 부하다. 이목은 자신의 눈과 귀가 되어주는 부하다. 수족은 손발처럼 움직일 수 있는 부하다. 장수는 심복으로는 두루 학문에 능통하고, 우수한 두뇌를 가진 사람을 뽑는다. 이목은 침착하고 냉정하여 입이 무거운 인물을 뽑는다. 그리고 용맹하고 과감하며 적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물을 수족으로 뽑는다고 한다. 지금, 당신 곁의 측근은 어떤 인물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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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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