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가을, 나무 잎새들이 짙은 단풍으로 물들어 가고 있다. 세월이 가고 오는 것이다. 세월이란 무엇인가? 영어로는 세월을 ‘Time and Tide’이라고 표기한다. 땅이 혼돈하고 공허하며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그 수면위에 운행하시던 하나님이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있게 되었다. 모든 것의 생존을 위한 질서의 시작인 것이다. 하나님은 이때에 하늘과 땅, 궁창의 자전과 공전을 이루게 하시고, 낮과 밤, 날과 달, 연한을 이루시고 징조와 사시(四時)를 정하셨다. 세월이란 이와 같은 모든 것들의 총칭이다.
오늘날 인간들은 이같이 하나님이 이루어 놓으신 모든 것들의 섭리를 과학이라는 노력으로 알아내려 한다. 이 세월은 하나님이 지으신, 우리 인간 생존에 가장 기본적인 역체(域體: Essential Sphere)이며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자산(資産)의 일부인 것이다.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주신 다른 모든 것들은 한정된 소유가 가능하다. 저장할 수도 있고 떼어 나누어 줄 수도 있고 더러는 버릴 수도 있겠으나 세월은 그와 같이 처분이 가능한 소유로 주신 것이 아니라 나의 삶으로 채우고 누리도록 주신 자산인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흘러가는 세월 속에서 땅위에서 열심히 일하고 땀 흘려 일하여 얻어지는 가시적 ,물질적 분깃으로 그 삶의 성취를 가늠한다. 농부는 봄에 밭을 갈고 씨를 뿌린다. 추수의 계절, 가을에 소망을 두고 한 여름의 수고와 고통을 감내하는 것이다. 새벽에 나가 밤늦게 돌아오며 1년을 보낸다. 부지런하고 열심히 일하며, 속이지 않고, 남의 것을 탐내지 않으며 정직하게 일하여 즐거운 추수를 하고, 풍성히 얻어진 수확을 흐뭇하고 만족해한다. 그 만족스러운 수확은 보람있는 즐거움이다. 하지만 그것은 없어지고 살아질 것에 대한 물거품과 같은 즐거움이다. 하나님께서 내게 소유와 처분이 불가능하게 주신 세월이라는 자산 가운데서, 나의 수고와 노력으로 즐거운 소득이 이루어지는 동안 나는 얼마나 그 세월이라는 자산을 주신 하나님을 발견하고 만났느냐 하는 것은 가시적 소유보다 더 중요한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하나님이 주신 시간과 공간 안에서 일천 번의 괭이질과 삽질을 하고, 천리의 들길을 걸었다면, 나는 몇 번이나 주님 앞에 머리 숙였으며 주님을 찾아 만나려 달려간 거리는 몇 리(里)나 되 는 것일까? 얼마나 창조주이시고 나의 구주이신 하나님을 발견했으며 만났느냐 하는 것이다. 세상 사람들은 세월이 지나간다고 말한다. 이 지나가는 세월은 붙잡을 수도, 멈추게 할 수도 없고. 그 속도를 빠르거나 늦게 조절 할 수도 없는 것이다.
성경에서는 이러한 세월이 날아간다고 말한다. 이 날아가는 것처럼 빠른 세월을 살면서 세월의 주관자이신 하나님을 만나는 일은, 세월이라는 자산을 가장 값있게 누리고 많은 수확을 가져오게 하는 인생의 지혜이다. 하나님이 주신 대지와 공간은 미련하고 패려하고 우둔한 인간들이 세상을 살면서 밟고. 달리고. 찢고. 부디 치고. 내던지고. 내뱉고 무책임하게 깔아뭉개고 온통 북새통을 쳐서 그토록 피폐해지고 만신창이가 된다. “저녁이 되니 아침이 되니라...” 망가지고 만신창이가 된 대지(大地)는 밤이 되고 아침이 되는 동안 하나님의 손길 안에서 그토록 깨끗하고 새롭게 재창조되어 우둔한 우리에게 다시 안겨진다.
사랑의 하나님은 조잡한 인간들이 하나님께서 새로이 재창조하신 새벽의 첫 시간에 찾아오기를 바라고 기뻐하시는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의 새벽기도는 천혜의 은혜를 누리는 지혜를 깨달은 사람들의 소중한 몫이다. 새벽잠이 달고 단만큼 그것을 버리고 새벽을 깨운 사람들에게는 천혜의 은총이 말할 수 없이 깊고 풍성하다.
80여 평생을 새벽을 깨워 온 나는 새벽에만 누릴 수 있는 천혜(天惠)의 정적과 싱그러움에 마음껏 감사하며, 임의로 처분 불가한 자산을 주신 하나님께, 새벽을 깨우는 지혜를 주신 것을 무한 감사하며 하루를 보내고 새 날을 맞는다. 이 황무한 땅을 새벽을 깨워 가경(起耕)하자. 그 위에 하늘로부터의 신령한 이슬과 단비가 풍성히 내려앉을 것이다. 저물어 가는 가을 인생마라톤, 새벽을 깨워 달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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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경은목 회장/ 티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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