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라고 하지 않고 정부라고 한 것은 11월 선거결과로 행정부는 물론 상하양원과 또 연방최고법원까지 장악할 공화당의 집권이 3권 분립의 의미마저 퇴색시킬 정도로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예상외의 선거결과였고, 또 한인사회로서도 충격적이었지만, 이제 차분히 이번선거결과가 우리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해볼 때다.
우선 우리에게 실질적으로 가장 중요한 경제적 영향을 보자. 별로 나쁘지 않다. 미국 현대경제사에서 공화당집권 때가 스몰비즈니스에겐 좋은 환경이었었다. 사회적 평등 관념에서 떠나서 냉정하게 보면, 민주당은 대기업 위주이었고 자영업 한인들에겐 별로 호혜적이질 않았다.
드러나게 달라질 변화는 각종 규제의 완화다. 환경문제도 비즈니스 친화적으로 방향이 바뀔 것이고, 스몰비즈니스 업주들에게 가장 큰 부담이던 종업원 최저임금 인상이란 이슈도 연방정부차원에서는 앞으로 4년간은 끝난 것으로 본다. 더 이상 최저임금수준의 법적 강제인상은 없을 것이란 얘기다. 고용시장의 수요공급에 따라 임금이 결정될 것이고 강제로 법을 이용해서 올리진 못하게 된다. 비즈니스 소득세율 인하도 한인업주들에게 조세부담을 줄여줄 것이다.
거시경제의 변화가 우리에게 미칠 영향은 다양하다.
저금리정책은 당분간 유지되겠지만, 연방세수가 소득세율 인하로 줄어들면서 동시에 늘어날 자금차입을 기조로 한 연방수준의 건설사업 증가, 사회 인프라에 대한 투자증가는 가뜩이나 높은 연방예산적자를 엄청나게 늘여놓을 것이다. 따라서 차기정부의 말기인 4년 후가 아니라 이미 그전에 장단기금리가 지금보다는 놀라운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다.
인플레의 복귀를 조심해야한다. 저소득 저학력 백인 노동자계급에 약속한 게 있어서 그동안 외국과 맺은 자유무역협정들이 거의 전부 무력화 되거나 없어질 것이다. 미국이야 미국기업들에게 좋은 쪽으로 무역협정들을 바꾸려하겠지만 협정이란 쌍방 협조 없이는 고치지 못하는 것. 외국(한국포함)이라고 왜 미국에 일방적으로 양보하겠는가. 무력화되는 방향으로 달라지지 않을까 한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글로벌 환경에서 싼 외국제 상품들로 안정되어있던 물가가 계속 인상되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고금리에 높은 물가가 지배하는 시장이 돌아올 것이다. 그러나 미국내 시장에서 수입상품들의 시장점유율은 낮아질 것이다.
경제전망은 이처럼 나쁘지만은 않다. 그러나 이번 선거결과가 사회적으로 미칠 영향은 오래 갈 것이고 상처가 클 것이다. 우선 여성문제의 사고적 후퇴가 줄 영향을 마음 아파한다. 역사적이 되었을 미국의 첫 여성대통령 탄생은 인구의 절반인 여성들에게, 또 그들의 아버지, 할아버지, 남편, 오빠, 동생들에게 얼마나 보람 있고 신나는 일이 될 뻔했는가. 여성비하가 체질이 되어버린 존경스럽지 않은 사람이 대통령이라고 백악관에 앉아있는 사실을 우리의 딸, 손녀, 어머니, 여동생, 누나들에게 어떻게 기분상하지 않고 얘기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이번 선거로 그동안 알고 있던 진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었다 : 대통령이란 우리사회에서 상당히 훌륭한 이가 되는 게 아니라, 가장 권력에 굶주린 이가 된다는 것을. 존경스럽지도, 세상일을 잘 알지도 못하는 교육받지 않은 다수가 현명하지 않게 분노하게 되면 사회전체가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 민주주의란 사실을.
미국은 이제 국제사회에서 자랑스러운 나라가 아니다.
원리주의 크리스천이란 극우파에서는 낙태반대만 할 수 있으면 선거후보가 형편없는 인품의 소유자이더라도 상관없이 표를 주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들이 딸, 손녀, 조카들에게 그것을 어떻게 합리화시킬 수 있는지 기가 막힌다.
서류미비 이민자문제, 사회보장제도와 메디케어(오바마케어는 이제 끝났다) 문제에서는 소문과는 달리 별 진전 없이, 대규모 강제추방도 없이 4년이 갈 것이다. 트럼프가 성난 백인들의 환심을 사기위해 선거 때 남발한 것이지 그런 사회문제로 심각하게 고민했을 리가 없다는 것은 우리가 잘 알지 않는가.
힐러리 후원만 하고 트럼프 반대했다고 걱정하는 한인들이 있다고 한다. 걱정들 놓으시라. 언제 후원금 모아주었다고 당선된 대통령에게서 대접받았던 적 있었는가. 트럼프가 싫으면 앞으로 4년 TV 끄고 사는 불편만 참고지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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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열 페이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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