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일들이 많이 발생한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게 세상인 것 같다. 큰소리치고 장담해서는 안 될 일도 많이 생긴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이라 언제나 변수는 존재한다. 변수란 사람이 변하니 그럴 수밖에. 사람의 판단과 생각은 늘 변하기 마련이요 그러기에 세상은 늘 불확실하게 돌아간다.
20세기 가장 위대한 물리학자 중 한 사람인 하이젠베르크. 그는 미시세계의 자연법칙인 양자역학을 세운 한 사람으로 1927년 불확실성의 원리를 발표했다. 불확실성(불확정성)원리란 전자의 위치와 운동량은 서로 상보적이어서 동시에 둘을 정확히 측정할 수 없다는 이론이다. 불확실성의 원리는 세상의 원리와 이치와도 상통한다.
지지율 1%로 대통령선거에 뛰어든 트럼프가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어 세계인을 놀라게 하고 있다. 그것도 압도적으로 힐러리를 누르고 당선됐다. 가상이 아닌 현실이다. 그 누구도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줄은 몰랐었다. 미국의 언론들은, 특히 CNN은 힐러리의 당선을 91%, 트럼프의 당선을 9%로 책정했었다.
선거인단을 확정해 간접선거로 치러지는 선거에서 트럼프는 289명, 힐러리는 218명을 획득 했다. 득표율은 둘 다 48%로 동률. 하지만 승자독식제의 간접선거이기에 트럼프가 경합주인 플로리다,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등에서 득세해 당선이 된 거다. 아웃사이더처럼 거침없는 막말로 선거유세 내내 입방아에 올랐던 트럼프다.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에 당선됨으로 세계정세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로 변해버렸다. 한반도를 비롯한 아시아의 경우, 미군이 방위비 분담금을 내세워 철수할 수도 있다. 자국의 방위는 자국에서 해결하라는 게 트럼프의 정책이다. 북한의 김정은 하고도 만날 용의가 있다는 트럼프니 한 치 앞이 안개정국이다.
투표가 있던 날인 11월8일, 화요일 아침. 투표장으로 향했다. 유난히 소수민족들이 많이 사는 동네라 투표장 안은 온통 소수민족들의 장날 같이 북적였다. 그래도 미국시민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길은 투표밖엔 없다. 대통령을 뽑든, 연방 혹은 주의 국회의원을 뽑든 투표만이 유일한 권리행사이기에 그렇다.
미국에 살아오며 느끼는 건, 대통령투표를 했다 하여 언제 대통령 얼굴 한 번 가까이서 본 적이 있다던가. 없다. 그런데도 왜 투표를 했어야만 했을까. 그나마 올바른 사람들이 당선돼 나라를 위해 시민을 위해 일해 줄 것을 바라왔기에 그랬다. 하지만 이젠 소수민족이 설 자리가 더 좁아지는 감을 가지게 되니 나만의 생각일까.
기득권 정치권에 반발하는 백인들을 공략해 이번 선거를 유리하게 이끈 트럼프. 총기규제를 반대하며 미국의 신(新)고립주의를 표방하고 초강경이민정책을 펼치게 될 트럼프 대통령당선자. 그래도 그에게 희망을 건다면 그의 대통령수락연설에서의 “모든 시민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습니다”란 그의 약속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또 말한다. “모든 미국 시민이 꿈과 희망과 염원을 이룰 수 있는 국가, 사회의 소외된 자들이 더 이상 잊혀지지 않도록 하며 전 세계 시민과 전 세계 국가들이 미국과 함께 공동의 기반을 찾고 파트너십을 가지고 갈등과 분열을 청산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이 말을 어디까지 믿고 안심해도 될는지.
불확실성의 원리는 미시(微示)뿐만 아니라 거시(擧示)의 세계에도 해당된다. 24살 연하와 세 번째 결혼한 막말의 대가, 70살의 트럼프가 미국의 대통령 당선인이 됐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세상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의 시대다. 그러나 세상은 불확실해도 지구는 돌고 내일은 태양이 뜨는 이 한 가지만은 확실함에야.
미국은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뽑았다. 변수다. 공화당은 대통령뿐만 아니라 연방 상원과 하원까지도 다수를 차지했다. 변수다. 이에 2017년부터 4년간은 공화당의 정책대로 미국은 나갈 것이다. 제발, 미 국민과 세계에 불확실성과 불안을 안겨 주지 않는 정권이 되기를 바랄뿐이다. 대통령수락연설문이 공허에 그치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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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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