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대격전 끝에 도널드 트럼프가 앞으로 4년 간 미국을 이끌어 갈 새로운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새 대통령의 선출은 국민들에게 새로운 출발에 대한 희망어린 기대감을 안겨주어야 함에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기나 긴 대선 레이스가 건전한 정책대결은 실종된 채 인신공격과 비방으로 얼룩지면서 후보들은 물론 지지자들 간에도 쉬 해소되기 힘든 앙금이 쌓였기 때문이다. 승자는 웃고 지지자들을 환호하고 있지만 상대였던 힐러리 클린턴 지지자들은 절망과 좌절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그만큼 이번 대선의 상처는 깊었으며 후유증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우려된다.
어쨌든 싸움은 끝났고 승자는 결정됐다.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된 도널드 트럼프를 향한 국민들의 시선은 엇갈린다. 워싱턴 주류가 아닌 ‘아웃사이더’로서 권력의 정점에 서게 된 그가 불러올 변화와 혁신에 대한 기대감이 있는 반면 경험 부족과 예측키 힘든 성정 때문에 혼란이 초래되지 않을까 불안해하는 국민들도 많다. 트럼프의 당선 확정 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40% 가까운 미국인들이 “두렵다”는 반응을 나타낸 것이 이를 뒷받침 한다.
따라서 트럼프 당선자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이런 불안을 잠재우는 것이다. 트럼프는 캠페인 기간 내내 막말과 함께 심한 인종적, 종교적 편견을 여과 없이 드러내 왔다. 하지만 우리는 이것이 지지층 표를 결집시키고 자금을 모으기 위한 선거 전략이었을 뿐, ‘후보 트럼프’와 ‘대통령 트럼프’는 다를 것이라 믿고 싶다. 트럼프가 당선 소감을 통해 “모든 국민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한 것은 긍정적으로 받아 들일만 하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자신을 둘러싼 반감과 부정적 시선을 점차 해소해 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
트럼프는 불법 이민자들 추방과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되는 선별적 이민자 유입을 핵심공약으로 내걸었다. 트럼프 당선이 확정되자 벌써부터 초강경 이민정책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불법 이민자들을 포함한 이민사회가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을 막대하다. 이를 무조건 부정하고 위축시키려 든다면 그가 말한 경제 활성화와 성장은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반이민 정서의 확산이 그의 핵심 지지층을 응어리를 풀어주는 데는 요긴했을지 몰라도 미국의 정신에는 부합되지 않는다. 보다 신중한 자세로 이민정책에 접근해야 할 것이다.
선거를 치르면서 미국의 고질병이 되고 있는 이념적 양극화는 더욱 심해졌다. 여기에는 트럼프 자신의 책임도 컸다. 경제적으로 또 이념적으로 양극화 된 미국은 결코 강한 미국이 될 수 없다. 그가 정말 자신의 선거구호처럼 ‘미국을 다시 한 번 위대하게’ 만들고 싶다면 양극화 해소에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경제적 불평등이 해소되지 않고는 양극화 해소는 공염불일 뿐이다. 일자리 창출과 공평한 세제는 중산층 회복을 위한 두 개의 축이다. 특정계층의 경제적 이익을 대변하는 일에 몰두하지 않는, 진정한 의미의 ‘경제 대통령’이 되었으면 한다.
이와 함께 한인들은 트럼프가 어떤 대외정책을 펼지, 특히 한국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 나갈지도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는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비용을 더 많이 부담할 것을 요구하면서 철수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어떤 변화이든 그것은 한국의 안보가 위협 받지 않는 상황 내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현재 교착상태에 빠져있는 남북관계와 미북관계에도 예기치 못한 큰 변화가 올 수 있다.
국가를 운영한다는 것은 냉엄한 현실을 다루는, 대단히 지난한 일이다. 지나친 이상주의와 극단주의로는 국가를 정상적으로 이끌어 갈 수 없다. 그것은 분열과 혼란을 자초할 뿐이다. 트럼프가 비록 승리했지만 지지자와 비슷한 수의 유권자들이 그를 거부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정말 ‘모두의 대통령’이 되고 싶다면 두루두루 귀를 기울이면서 합리적인 정책을 만들고 추진해 나가는 대통령이 되어야 할 것이다. “통합 없이는 통치 없다”는 것을 한시도 잊지 않는 겸손한 권력이 되길 바란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