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 경악, 배신감, 분노. 허탈, 집단 우울증…. 병신년(丙申年) 국치(國恥). ‘무당통치의 민주헌정 유린’이라는 어이없는 사태를 맞아 대한민국 전체가 보이고 있는 증세다.
그 가운데 한 가지 소리가 들려온다. ‘이제야 퍼즐이 풀리는 것 같다’는 것이다.
박근혜의 통치술은 미스터리 하다. 박 대통령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파악이 안 된다. 통치 방향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확인되지 않는다. 집권 초부터 권력주변에서 들려온 얘기다. 대통령의 언어도 그렇다. 때로 해독 불가능이다. 사생활은 완전 장막에 가려 있다.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된다. 그래서 ‘공포스럽다’는 말도 들려왔다.
‘청와대의 생각’이 시달된다. 그러면 그럴 때마다 반드시라고 할 정도로 제기됐던 게 ‘도대체 누가…’ ‘어떻게 그런 일이…’라는 의구심이었다. 그러나 감히 이의를 제기 할 수는 없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폭로되면서 그 의문은 상당부문 풀렸다. 퍼즐의 끝 조각은 최순실이었던 거다.
연초로 기억된다. 한 청와대 당국자는 이런 말을 했다. “밖에서는 중요한 안보외교문제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의 판단을 돕는 참모들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내가 아는 한 사실이 아니다. 그 동안 있었던 주요 결정이나 아이디어는 모두 대통령 본인이 홀로 고민한 끝에 나왔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안보와 외교 문제가 대통령 1인 독점 의사결정 구조에서 결정돼 왔다는 것이다. 관계 장관은 물론, 외교안보수석과도 논의를 하지 않았다. 대통령이 고민 끝에 홀로 주요 안보 외교현안을 결정해 왔다는 거다. 그러니까 안보외교문제에서도 국가 시스템은 붕괴돼 있었던 것이다.
맞는 진단일까. 상당 부문 맞다. 그러나 이제 와서 보면 완전 정답은 아닌 것 같다. 대한민국의 운명이 걸려 있다. 그런 안보와 외교문제 결정과정에도 최순실의 그림자가 어른거려서다.
박 대통령은 중국의 전승절에 참가해 시진핑과 푸틴, 두 독재자와 함께 나란히 천안문 망루에 올라 전 세계를 경악시켰다. 그리고 그 다음 달 억지로 미국을 방문했다. 중국에 경도됐다. 그러다가 뜬금없이 아베 일본정부와 위안부문제에 전격적 합의를 했다.
그 외교행보가 그렇다. 너무나 충동적이다. 심하게 표현하면 무당 널뛰듯 했다고 할까. 아무리 1인 독점 의사결정구조에서 이루어졌다고 해도 논리적 해석이 안 된다.
어떻게 그러면 그런 일이 가능했나. 이제 와서 새삼 들먹여 지는 것이 최순실 역할론이다. 대통령이 홀로 고심 끝에 결정을 했다. 아니, 그랬다기보다는 그렇게 보인 것 같다. 그 뒤에서는 최순실의 입김이 강력히 작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정황이 하나, 둘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관련해 새삼 주목되는 것이 월악산 통일예언이라는 괴담이다. 1975년인가. 풍수지리에 도가 텄다는 한 불승(佛僧)이 여왕의 출현과 함께 3~4년 내에 통일이 이루어진다는 예언을 했다. 그 괴담을 새누리당은 지난해 당 신문에 게재했다. 그러면서 ‘신라천년에 웅장함을 용트림할 때 우리는 꿈을 이룰 수 있다’는 다짐도 곁들였다.
그 전후해 나온 것이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이다. 그리고 권력 주변에서는 또 이런 말이 나돌았다. ‘북한 붕괴는 1~2년 안에 반드시 이루어진다.’ 그 같은 맹신 때문인지 박대통령은 개성공단 전격 폐쇄라는 강수도 서슴지 않았다는 거다. 그리고 그 결정과정에서도 최순실의 입김이 상당히 작용했다는 것이다.
잘 믿기지 않는 이야기다. 그러나 현 사태는 주술적 국정농단이란 큰 그림에서 볼 때 안보와 외교의 난맥상, 그 최종 퍼즐 조각은 최순실일 수도 있다는 지적은 상당한 설득력을 갖는다.
이야기가 길어진 건 다름이 아니다. 현 사태 수습의 방안으로 ‘내치(內治)는 거국일치 총리가, 외치(外治)는 박 대통령’의 이야기가 들려와서다. 한 마디로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아무리 심각한 부정부패라도 그 나름의 논리가 있다. 그렇지만 세계 10대 경제대국인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이 스캔들은 이성적인 논리로는 도저히 설명이 안 된다. 샤머니즘의 주술적 사고라면 몰라도.” 디플로매트지의 지적이다. 그러면서 이 잡지는 박 대통령을 ‘마리 앙투아네트와 러시아의 요승(妖僧) 라스푸틴의 합성물 같은 인물에 비유했다.
무슨 말인가. 대한민국 대통령은 전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된 것이다. 무당에 휘둘리는 박 대통령과 어느 나라 정상이 진지한 정상회담을 가지려고 들까. 그래서 하는 말이다.
능력이, 자질이 의심받고 있다. 성품에서도, 판단력에서도 낙제점으로 판명됐다. 도덕적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 그리고 신기(神氣)들린 여자의 조종을 받아왔다. 게다가 90%에 가까운 한국의 국민은 더 이상 대통령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 박 대통령이 국가와 민족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도 있는 외교 안보문제를 전담한다. 생각만 해도 모골이 송연한 느낌마저 든다.
그렇지 않아도 국가시스템을 무시한 대통령 1인의 독점 의사결정으로 한국외교는 사면초가의 상황을 맞고 있다. 이 정황에서 가장 급선무는 박 대통령을 외교와 안보문제에서 하루라도 빨리 손을 떼게 하는 것이 아닐까. 그 무엇보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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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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