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45대 대통령 선거일이 내일로 다가왔다. 미 역사상 가장 추악한 선거라고 말들이 많다. 이런 시점에서 미 유력지 워싱턴포스트는 얼마 전 1면에 “트럼피즘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트럼프의 공격적인 언어와 소수민족에 대한 모욕은 좌절과 분노에 가득 찬 미국인들을 그의 지지자로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트럼프 현상은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라 이미 나타난 현상을 그가 증폭시킨 것이다”라고 기사는 결론지었다.
이 결론의 일부는 맞다. 그의 인종차별적, 성차별적, 종교차별적인 발언은 아마도 일부 미국인들의 의식 속에서 서서히 자라나고 있었던 것들일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를 외치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트럼프를 보며 조금 다른 생각을 해 본다. 미국이 개인주의에서 이기주의로 변하고 있는 것 아닌가 느끼고 있다. 트럼프의 막말과 모욕적인 코멘트는 미국 정치의 변형이나 폭로의 발로가 아니라, “나만 잘되면 된다”는 식의 이기주의를 대변하는 것이다.
역대 대통령 후보들이 상대 후보나 특정한 사람들에 대한 공격은 있었다. 그러나 트럼프처럼 하지는 않았다. 트럼프는 자기중심적인 지지자 층을 타깃으로 하여 자기중심적 선거운동을 해왔다. 개인주의를 넘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기주의를 선동하는 것이 트럼프의 선거 전략이 아닌가 싶다. ‘미국 우선주의’가 ‘미국 이기주의’로 보이는 것이 두렵기까지 하다.
인생은 선택이다. 정치 또한 선택이다. 좋던 싫던 클린턴이나 트럼프 중에 한 사람을 선택하여야 한다. 두 후보자 중에 “누가 더 대통령직을 수행할 능력과 자질을 가졌는가”로 평가하면서 투표해야 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객관적이고 냉정한 기준보다는 감정적인 판단과 개인적 이해관계 속에서 선택을 하는 것 같다. 그래서 트럼프는 백인 남성표를 집중적으로 의식하면서 그들의 귀에 달콤한 밀만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주의의 상징이요, 세계평화의 기둥역할을 하는 것처럼 인식되어 왔던 미국의 많은 유권자들이 “미국만 살면 된다”며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던 상관없다”고 외치는 이기적 구호에 박수치며 열광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우리는 함께 할 수 있다“는 힐러리의 구호에 잠시 위로를 받는다. ‘우리가 있어야 내가 있을 수 있는 세상’에서 ‘나만 살겠다’는 생각은 위험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익으로 따져도 미국으로서는 ‘같이 세계평화를 위해, 경제를 위해 함께 일하자’는 힐러리가 훨씬 낫다.
미국에 사는 한인들에게는 마찬가지다. 소수민족을 대변하면서 신분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후보가 누군지 생각해 보면 된다. 미국 내 한국인 불법체류자 숫자는 약 25만명으로 추산되며 국가별 순위로 7번째이다. 2008년 시행된 미국의 비자면제 프로그램(VWD) 이후 한인 불법체류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비공식적인 숫자는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또한 오바마 행정명령에 의한 청소년 불법체류자 추방유예(DACA) 신청률도 국가별 순위로 6위이다. 중남미 국가 다음으로 아시아 국가에서는 단연 1위다. 미국 내 한인들에게 힐러리의 불법체류자 구제안은 한인 가정을 살리고, 한인 경제를 살리는 획기적인 원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조국을 생각하는 한인이라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인상, 자유무역 협정(FTA) 재검토, 필요시 주한미군 철수까지 거론하는 트럼프가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처럼 여러모로 트럼프는 부담스러운 대통령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미국 건국 초기의 3대 토마스 제퍼슨 대통령, 4대 제임스 매디슨 대통령, 그리고 5대 제임스 몬로 대통령은 국무부 장관에서 대통령이 된 사람들이다. 만약 힐러리가 대통령이 된다면, 건국 초기 대통령들처럼 국무부 장관 출신으로 대통령이 되는 역사를 재현하게 될 것이다. 더욱이 최초 여성대통령(Madam President)으로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될 것이다. 한인들도 빠짐없이 투표하여 우리의 목소리를 반드시 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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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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