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닷새 남았다.
지난해 3월말 공화당 테드 크루즈의 출마선언으로 공식 개막한 2016년 대선이 다사다난했던 600일의 대장정을 마무리하고 있다. 수없이 반복된 이변에도 판세가 크게 요동치지 않았던 이상한 선거답게, 끝나는 가는데 끝의 실체는 보이지 않는다.
선거 막바지에 ‘시계(視界) 제로’의 안개정국을 초래한 것은 지난 28일 제임스 코미 FBI 국장의 힐러리 클린턴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 발표다. 코미의 이메일 폭탄은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 자신이 읽지도 않은 이메일에 근거해 (그 파문이 얼마나 클 것을 알면서도) 법무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발표를 강행한 저의가 무엇이냐는 분노와 추궁도, 어제 오바마 대통령이 지적한 대로 “수사는 암시나 부정확한 정보, 누설로 하는 게 아니다”란 비판도 설득력이 충분하다.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시시비비를 가리기엔 시간도 없고 소용도 없다. FBI발 ‘10월의 충격’을 모멘텀 삼아 기사회생한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막판 뒤집기에 돌입했고, 지난주만 해도 승리를 자신했던 민주당 힐러리 진영엔 곳곳에서 하락하는 지지율에 초비상이 걸렸다.
지금까지의 수많은 변수들이 그랬듯이 코미의 발표도 기본 판세를 뒤흔들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USA투데이의 지적처럼 오히려 힐러리가 당선될 경우 트럼프의 ‘선거 조작’ 트집에 대해 (코미에게 감사하며) 반대 증거로 내밀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선거 피로감을 가중시키는 이 안개정국에서 머리를 식히려면 일단 두 가지 정리가 필요하다 : 현재 어디에 서 있는가. 이제 무엇을 해야 하나.
여론조사 결과에서 선거인단 계산, 선거예측시장의 승률까지 매일 매일, 조사 주관처에 따라 널뛰듯 바뀌고 있으니 현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힘들다.
그래도 일단 숫자로 보여주는 선거지도는 아직 힐러리에 유리하다.
2일 현재 양 후보가 확보한 선거인단 수는 모든 조사에서 힐러리가 단연 앞선다. 월스트릿저널이 힐러리 278명과 트럼프 179명의 가장 큰 차이로 집계했고, 226명 대 180명으로 집계한 리얼클리어폴리틱스가 205명 대 158명의 폭스뉴스와 함께 트럼프의 승산을 그중 높게 평가했다.
선거예측시장의 승률도 프리딕트와이즈는 85% 대 15%로, 파이브서티에잇은 69% 대 31%로, CNN은 77% 대 27%로 힐러리의 당선을 예측하고 있다.
최종 승패를 가를 선거인단 수를 바꾸는 것은 경합주의 투표결과다. 보통 플로리다와 오하이오, 노스캐롤라이나 등 8~10개주가 경합주로 꼽혀왔지만 트럼프 광풍이 휘몰아친 금년선거에선 애리조나와 조지아 등 공화당 성향의 레드 스테이트들도 경합지역 범주를 들락거린다.
양진영의 전략은 막바지 유세일정에서도 읽혀진다. 트럼프는 민주당 성향의 뉴멕시코와 미시간을 공략하며 캠페인 마지막 주의 유세를 시작했다. 선거인단 확대 전략일 것이다. 요 며칠 힐러리는 1996년 한 차례를 제외하곤 매번 공화당이 승리했던 애리조나를 겨냥하고 있다. 그곳의 공화당 연방 상원의원 2명이 다 “반 트럼프”를 공개선언한 분위기에 더해 급증하는 히스패닉 인구에 희망을 거는 것이다.
그러나 2일 현재 미시간과 뉴멕시코에선 힐러리가 6~7포인트, 애리조나에선 트럼프가 3포인트 앞서고 있으니 양쪽 모두에게 쉬운 일은 아니다.
후보자신 뿐 아니라 오바마 대통령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에 이르기까지 스타플레이어를 총동원하여 수천마일을 날아다니며 마지막 호소에 전력투구 중인 힐러리 진영이 집중 공략하는 곳의 하나는 플로리다 주다. “힐러리의 플로리다 승리는 당선을 의미한다”는 분석엔 양당 전략가들 대부분이 동의한다. 어제 발표된 CNN조사에선 49% 대 47%의 힐러리 우세로 나타났다.
힐러리는 플로리다에서 패배해도 당선될 수 있지만 트럼프 당선에는 반드시 필요한 주가 플로리다이다. 최대 경합주인 선거인단 29명의 플로리다를 얻지 못할 경우 트럼프는 오하이오와 노스캐롤라이나, 콜로라도와 네바다를 비롯한 모든 다른 경합주에서 승리하고 민주당 성향의 한 두 개 주에서 더 이겨야 하는데 그건 현실적으로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트럼프 승리가 불가능하다는 뜻은 아니다. 선거분석가 네이트 콘은 트럼프를 위한 ‘완벽한 폭풍’이 몰아칠 수도 있다고 설명한다. 이메일 스캔들 재조명으로 사기가 저하된 힐러리 지지자들이 투표불참을 결정하고 등 돌렸던 반 트럼프 고학력 백인 유권자들이 공화당으로 복귀할 경우, 민주당 성향의 부동층 백인남성들은 트럼프에게로 기우는데 흑인과 히스패닉 등 소수계 투표는 예상보다 저조할 경우다.
이쯤 되면 두 번째 질문, “이제 무엇을 해야 하나”에 대한 우리의 답이 명확해진다 - “투표하라”
2012년 대선에선 1억2,500만명이 투표했다. 백인 72%, 흑인 13%, 히스패닉 10%, 아시안 3%였던 4년 전의 투표 인종구성이 약간만 바뀌어도 현재 주요 경합주의 결과는 달라질 수 있으며 가장 확실하게 바꿀 수 있는 것은 이민자의 표라고 분석가들은 지적한다.
‘반이민 후보’ 트럼프의 당선을 막을 수 있는 힘이 이민 유권자들에게 있다는 것은 얼마나 다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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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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