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나 종교기구, 비영리단체에서 근무하는 종업원들에게 제공되는 은퇴 연금플랜 403(b)은 과도한 투자비용으로 매년 100억달러에 달하는 은퇴 자금을 날리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은퇴 자문회사인 ‘에이온’의 최근 자료를 분석해 보도했다. 신문은 많은 403(b) 어카운트는 매우 복잡하고 수수료가 비싼 투자상품에 투자하고 있어 플랜 가입자들이 수만달러의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면서 사기업이 종업원에게 제공하는 401(k) 은퇴플랜과 같이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은퇴가 가까운 62세 미망인 캐런 S씨는 2015년 말까지 은퇴를 대비해 모아졌어야 할 403(b) 어카운트에 11만3,000달러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난 8년간 지출된 커미션과 각종 수수료가 무려 3만7,500달러에 달해 남은 잔고는 7만달러 정도에 그쳤다. 이유는 복잡하지 않은 저비용 주식과 채권 혼합형 펀드에 투자하지 않고 수수료가 비싼 상품에 투자했기 때문이다.

뉴저지의 교외 지역의 한 공립 중학교에 재직하는 마가렉 주신스키씨 역시 비슷한 경우다. 주신스키는 지난 8년간 수수료와 커미션으로 1만5,000달러를 지불했다. 2015년 말 그의 어카운트에는 8만7,000달러가 모아졌다. 주신스키가 일반적인 저수수료의 주식 채권 혼합형 펀드에 투자했더라면 지금 거의 10만5,000달러의 자금을 모았을 것이다.

‘서를리 어소시에이츠’ 리서치회사에 따르면 403(b)는 401(k)에 적용되는 소비자 보호 정책의 규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403(b)에 투자된 총 자산은 8,790억달러로 이중 절반 가량은 연방은퇴플랜법에 적용되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오바마 행정부는 고객들의 은퇴 자금을 관리하는 브로커들은 자신들의 이익보다는 고객들의 이익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내용의 강화된 보호 정책을 발표했지만 이 역시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401(k)는 한 회사의 저비용 뮤추얼펀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교사나 기타 공립학교 교직원들은 7~8개의 대형 투자회사들의 고비용 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허용되고 있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캘리포니아나 오하이오, 텍사스, 워싱턴 주와 같은 주들은 투자회사들의 리스트를 더 많이 허용하고 있다. 특히 캘리포니아 공립학교 교직원들은 무려 59개 회사에 220개의 투자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

401(k)는 주요 증권 지수 또는 채권에 투자하는 전형적인 뮤추얼 펀드에 투자하지만 많은 403(b)는 이보다 더 복잡한 연금보험상품(어뉴이티)에 투자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많은 교사들은 복잡한 전문용어들로 설명을 늘어놓는, 관리 비용이 높은 변동 연금보험상품에 더 끌리고 있다. 브로커나 에이전트에 속았다고 생각해 투자자들이 이를 저비용 투자 상품으로 옮기려다 보면 해약 비용을 내거나 투자 상품에서 옮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도 많다.

일리노이의 한 중학교에서 크로스컨트리 육상 코치 겸 언어학 교사로 일하는 마크 에이첸러브는 한 대형 투자회사의 연 2.34% 커미션 및 수수료에 분개해 5%의 해지 비용을 내고 은퇴자금을 옮겨 버렸다. 만일 401(k) 였다면 연 수수료는 0.5%에 불과했다.

▲누가 규제하나
401(k) 은퇴플랜은 ‘종업원 은퇴 수입안정법’(ERISA)에 의거해 1974년 첫선을 보였다. 이 플랜의 감독은 연방 노동부가 맡는다.

연방 노동부는 최소한의 가이드 라인을 정해 고용주 또는 플랜 관리자측이 가입자인 노동자의 이익을 보호토록 하고 있다.

하지만 403(b)는 운영이 복잡해 종종 가입자들이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있다. 403(b)는 1974년 ERISA법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의회에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지만 아직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 각 주정부들이 주법으로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체 법을 만들고 있고 ERISA보다 규제 강도가 낮은 연방 증권거래법 등에 적용해 규제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계와는 달리 교계나 비영리 단체는 403(b) 대신에 종업원이 출원하는 적립금에 일정부분 보조해주는 401(k)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때는 ERISA법에 적용돼 엄격한 규제를 받게 된다.

▲ERISA란
1974년 제정된 연방법이다. 공공이 아닌 민간 기업에서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연금과 건강보험 플랜에 가입한 개인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최소 규정이라고 보면 된다.

ERISA에 따라 연금이나 건강보험 플랜은 가입자들에게 플랜의 특성과 기금 등을 포함한 모든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또 투자 자격이나, 이익 증가액, 자금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고 플랜 자산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지켜야 한 수탁 책임을 교육시키고, 플랜 이익 창출 방식이나 결과에 대해 가입자들이 불만과 항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플랜이 소멸될 경우를 대비해 출연금을 보장하는 연방정부 관할 ‘연금혜택 보장사’(PBGC)에 가입해야 한다.

ERISA는 일반적으로 정부 관련 업계나 교회에 의해 설립된 은퇴 플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특히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 일하는 비 시민 또는 비 영주권자들에게 제공되는 은퇴 플랜 역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 403(b)는 무엇?
403(b)는 401(k)와 유사한 세금 유예 직장 은퇴 투자 계좌를 말한다. 기업이나 회사에서는 401(k)라는 은퇴 플랜을 제공하지만 403(b)는 주로 교사 등 공·사립 학교, 병원, 자선단체 등을 포함하는 종교 기구 직원들에게 제공된다.

403(b)나 401(k)는 연방 국세청의 세법 조항의 숫자다. 두 조항이 비슷한 것 같지만 내용상으로는 다르다.

교육계 종사자들에게는 403(b)만 가능하지만 비영리, 종교그룹들은 다소간의 유동성이 가능해 다른 은퇴 투자플랜을 종업원들에게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간편하다는 이유로 403(b)를 제공하고 있다.

“조세감면 연금보험협정”(tax-sheltered annuity arragement) 이라고도 불리는 403(b)는 401(k)보다 오래된 플랜이다. 1958년 연방의회는 펜션(pension)이라고 부르는 전통적 은퇴연금 플랜의 대체 상품으로 교사들에게 제공하는 플랜으로 확정했다.

적립된 기금은 오직 ‘어누이티’라고 불리는 은퇴 연금보험 상품에만 투자토록 했다. 하지만 1974년 부터는 뮤추얼 펀드에도 투자가 가능하도록 투자 폭을 더욱 넓혔다.

<김정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