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 목전에 정치적으로 예민하고 불완전한 수사상황 공개 ‘역풍’
▶ “‘정치사찰’ 후버 전 국장 연상” 비판
미국 대선을 목전에 두고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 착수를 선언한 제임스 코미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민주당과 공화당 일부를 비롯한 정치권 안팎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그의 행동이 과거 정치사찰로 악명높았던 존 에드거 후버 FBI 전 국장을 연상케 한다는 지적까지 내놓고 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31일 전했다.
'밤의 대통령'으로 불렸던 후버는 1924년부터 1972년까지 48년간 FBI의 수장을 맡으면서 막강한 권력을 휘두른 인물로, 마틴 루서 킹 목사 등 시민운동가와 정치인에 대한 도청, 정치사찰로 악명높다.
후버는 과거 대선전에서 민주당 대선후보 해리 트루먼에 대한 '유용한' 정보를 공화당 대선후보 토머스 듀이 측에 공급하는 등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 시도하기도 했다.
코미 국장이 외압에 굴복하지 않는 강직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는 만큼 그가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게 선거를 끌고 가기 위해 이번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데는 여러 사람이 동의하지만, 결과적으로 선거에 개입한 셈이 됐다는 점에서 이러한 비판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FBI 역사에 대해 저술한 작가이자 학자인 샌퍼드 웅가르는 NYT에 "이번 일은 에드거 후버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며 "부당한 비교일지도 모르지만, 후버는 경고 없이, 또 예상치 못하게 여러 사안에 관여하곤 했다"고 설명했다.
마켓대 명예교수이자 FBI 역사가인 어선 시어하리스는 "FBI는 냉전 시대 미국 정치를 만드는 데 이면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정치에 영향을 미치기 위한 거대한 정보를 이용하는 비밀 정보기관이 있다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뉴욕대 법학과 법윤리 전공 교수인 스티븐 길러즈는 코미 국장이 이번에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 방침을 공개한 것은 물론 지난 7월 불기소를 권고하면서 클린턴이 "매우 부주의했다"고 언급한 것 역시 실수였다고 지적했다.
길러즈는 "수사를 계속하지 않기로 했다면, 수사한 사람에 대해 나쁜 이야기는 하지 않아야 한다. 왜냐면 수사 대상자들은 자신을 변호할 공개 토론회에 나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미가 이번에 재수사를 공개적으로 언급함으로써 또 한 번 그의 권한을 넘어서 선거운동에 뛰어들었다고 덧붙였다.
법무부 전 장관들도 잇따라 코미의 이번 행동이 부적절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공화당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법무장관을 지낸 앨버토 곤잘러스는 CNN에 코미의 이번 행동은 "판단착오"라면서 코미는 수사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선거 60일 이전부터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법무부의 오랜 관행을 깼다고 지적했다.
곤잘러스는 "만약 그 (재수사) 발표를 미뤘다면 수사와 정의를 위태롭게 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유권자들은 불완전거나 사실이 아닐 수도 있는 정보 없이 선거일에 투표할 기회를 가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곤잘러스 후임 법무장관이었던 마이클 뮤케이지도 코미가 그 자신과 FBI, 법무부를 곤경에 빠뜨렸다고 비판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법무장관을 지낸 에릭 홀더는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일반 대중, 그리고 정치적 이해관계와 관련됐을 수 있는 이메일에 대해 그렇게 모호한 편지를 보낸 코미 국장의 결정은 매우 우려스러운 것"이라면서 "그 결정은 규정에 맞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 백악관의 최고 윤리담당 변호사를 지낸 리처드 페인터는 31일 코미의 재수사는 공직을 이용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것을 금지한 해치법(Hatch Act) 위반이라면서 지난 29일 해치법 위반 조사를 담당하는 연방조사기관인 특별조사국(OSC)과 미국 정부윤리청(OGE)에 FBI를 고소했다.
특별조사국은 고소가 이뤄짐에 따라 코미 국장의 선거개입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으며, 조사 결과를 대통령에게 보고해야 한다고 미 공영라디오 NPR은 전했다.
코미 국장은 앞서 대선을 11일 앞둔 지난달 28일 미 의회에 보낸 서신에서 "당초 이메일 수사와 무관한 것으로 분류한 이메일 중에서 수사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이메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재수사 방침을 밝히면서 구체적인 내용은 일절 언급하지 않아 논란을 촉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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