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변 문제로 취임후 첫 대국민사과…‘비선실세’ 의혹 휘말리며 타격
▶ 국정 동력 상실 우려…靑 주도 개헌 구상도 제동걸릴 가능성 커
후속 조치 불가피…측근 3인방·민정수석 포함 靑 개편·개각 여부 주목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씨의 연설문 개입 의혹으로 취임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박 대통령은 25일 최씨 파문과 관련해 고개를 숙이며 대국민사과를 했다. 정책이나 국정 운영상의 문제가 아니라 주변 관리 문제로 대국민사과를 한 것도 취임이후 처음이다.
비선실세 의혹을 받는 최씨가 놓고 간 컴퓨터에서 박 대통령의 연설문 등을 미리 확인한 기록이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지 하루만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직접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대선 때와 취임 후 일정 기간 최씨로부터 도움을 받은 사실을 인정한 뒤 "좀 더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면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처음으로 최씨와의 관계를 인정했고, "청와대 및 보좌체제가 완비"되기 이전인 "취임이후 일정기간"이라고 했지만 청와대 비서실이라는 공조직을 두고 외부의 사인(私人)을 통해 "일부 자료에 대해 의견을 들은 적이 있다"고 토로한 점은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안길 것으로 보인다.
"비선실세를 통한 국정운영을 자인한 것"(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 논평)이라는 비판이 야당으로부터 즉각 터져나왔고, 이에 대한 법적, 정치적, 도덕적 책임을 지라는 공세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이번 대국민사과는 불가피했다는 것이 청와대 판단이다.
박 대통령이 최씨 관련 의혹에 거리두기를 하는 가운데 그동안 청와대가 비선실세 의혹이나 최씨의 연설문 개입 의혹 등에 대해 그동안 강력히 반박해 왔다는데 이를 뒤집는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앞서 "최 씨가 대통령 연설문을 고치는 게 취미"라는 첫 보도가 나왔을 때 "말이 되는 소리냐"(20일 청와대 관계자), "봉건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일"(21일 이원종 비서실장)이라고 선을 분명히 그었다. 또 "비선 실세는 없다"(21일 이원종 비서실장)며 야당의 비선실세 주장을 반박했다.
박 대통령도 지난달 22일 미르·K스포츠재단을 둘러싼 의혹이 최씨 문제로 옮겨가자 "비상시국에 난무하는 비방과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발언들은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방어선을 치면서 야권을 비판했다.
또 국회 국정감사를 계기로 최씨 의혹이 확산되자 최씨 이름은 언급하지 않으면서 "만약 어느 누구라도 재단과 관련해 자금 유용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정히 처벌받을 것"(20일)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전날 보도로 최씨 의혹의 중심에 박 대통령이 사실상 서게 되면서 박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사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에 대국민 사과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날 낮에 덴마크 총리와 정상회담 일정이 진행되면서 실제 회견은 오후에 이뤄졌다.
한 참모는 "다들 국민께서 놀랐을 것 같다고 생각했고 그런 말을 해야하지 않겠느냐고 대통령께서 먼저 생각하셨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춘추관을 찾아 직접 사과한 배경에는 이번 의혹이 대통령과 직접 연결된데다 박 대통령 본인 외에는 전체적인 사실관계를 알기 어려운 사안이라는 판단도 깔려 있다.
야당은 물론 여당 지도부에서도 "언론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국민께 소명하고 입장을 밝혀야 한다"(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공개 발언이 나올 정도로 민심이 크게 악화한 것도 대국민 사과의 이유로 꼽힌다.
다만 박 대통령의 사과에도 불구, 상처받은 민심이 진정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당장 야당에서는 박 대통령의 사과에 대해 "변명"이라는 혹평이 나오고 새누리당에서도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치권에서 엄정한 진상규명을 위해 특별검사, 국정조사 도입까지 거론되고 있고, 청와대 비서실과 내각 개편 등 대대적인 인적 쇄신 요구까지 분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씨를 둘러싼 의혹이 추가로 불거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취임 후 최저치인 25%(갤럽 21일 조사)까지 떨어진 지지율이 추가 하락하고 국정 운영에도 큰 어려움이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국정 동력 추락으로 개헌 추진 구상 역시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에 이어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한 후속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이른바 측근 3인방과 우병우 민정수석을 포함해 청와대 개편을 단행할지가 관심이다. 인적 쇄신 없이는 대국민사과의 진정성을 보여주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이와 함께 개각을 통해 민심에 호응하는 방향으로 내각 진용을 다시 짤 가능성도 있다.
박 대통령은 2014년 말 이른바 문건 파동이 발생하자 2015년 초에 청와대 조직을 개편하고 총리·비서실장 교체 등의 인적 쇄신을 한 바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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