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화폐단위는 달러(dollar). 대개 $로 표기한다. 달러란 이름은 16세기 초 보헤미아 지방에서 쓰던 탈러(thaler)에서 왔다고 한다. 흔히 우리는 ‘$’와 모양이 비슷한 한자 ‘弗’의 소리대로 ‘불’이라고 부른다. 1달러는 100페니, 20니켈, 10다임, 4쿼터다.
미국 화폐엔 주로 전직 대통령들의 초상이 새겨있다. 1달러에는 워싱턴(초대대통령), 2달러에는 제퍼슨(3대), 5달러에는 링컨(15대) 대통령이 그려져 있다. 20달러와 50달러 지폐에도 잭슨(7대)과 그랜트(18대)대통령의 얼굴이 각각 새겨 있다. 하지만 10달러에는 전직 재무장관인 해밀턴이, 100달러에는 전직 외교관 이며 정치가인 프랭클린이 각각 그려져 있다.
한 때는 500달러에 매킨리(25대), 1,000달러에 클리브랜드(22, 24대), 5,000달러에 매디슨(4대), 1만 달러에 체이스(상원의원), 10만 달러에 윌슨(28대) 대통령을 새겨 발행한 적이 있었다. 이런 고액권은 1946년 발행이 중단됐다. 1969년부터는 사용하는 이가 드물었다. 지금 지폐 수집가들의 손에만 있는 이유다.
동전의 초상도 주로 전직 대통령이다. 1달러 동전 초상은 1800년대 초 미국의 서부 탐험대를 인도한 원주민 여성 새커거위아. 50센트 동전은 35대 케네디 대통령이다. 흔하게 사용되지 않아, 가끔 볼 수 있는 동전이다. 25센트인 쿼터에는 초대 워싱턴 대통령이 주인공이다. 10세트 다임에는 루즈벨트, 5세트 니켈에는 제퍼슨 그리고 1센트인 페니에는 링컨 대통령 초상이 각각 새겨있다. 일상생활에서 주로 쓰이는 쿼터, 다임, 니켈 그리고 페니 중에서는 페니가 언제나 화제의 주인공이다.
페니(penny)는 1센트 동전이다. 달러의 100분의 1에 해당하는 통화단위인 셈이다. 1909년 이후에 발행된 동전 앞면에 링컨이 새겨있다. 1959년 이후 발행된 뒷면은 링컨기념관이다. 2010년 발행돼 지금 통용되는 페니 뒷면 그림은 미국 건국의 또 다른 상징인 연방방패‘union shield’다. 방패에는 초기 연방국 가입한 주를 상징하는 13개의 줄무늬가 있다. ’다수가 모인 하나‘라는 뜻의 라틴어 ’E PLURIBUS UNUM’도 적혀있다.
이런 페니가 자주 퇴출위기에 놓이곤 한다. 주조 비용이 화폐가치보다 커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 것. 갈수록 쓸모가 없어져 저금통에 들어가면 호강이다. 대개는 집구석 어딘가에 버려져 있기 일쑤다. 하지만 아직까지 잘 버티고 있다. 페니를 없애면 물건 값이 오른다는 주장에 퇴출을 면하고 있는 셈이다.
많은 사람들은 페니를 하찮게 여긴다.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1792년 주조된 일명 ‘버치 센트(Birch Cent)’는 지난해 290만 달러에 경매가 이뤄졌다. 그 외에도 고액에 거래되는 페니는 수두룩하다. 그래도 여전히 페니는 하찮은 취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최근 ’페니의 소중함‘을 알리기 위한 행사마저 펼쳐지고 있다. 미국 금융사 앨리 파이낸셜이 10대 대도시에 행운의 1페니 동전 100개를 분산, 배포하고 이를 찾는 사람에게 1,000달러의 현금을 주는 이색 이벤트를 말함이다. 이 행사로 1,000달러 행운을 얻기는 쉽지 않은 것이다. 그래도 페니에 관심을 갖게 할 수는 있을 것 같다.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는 동전을 모아 살펴보다보면, 푼돈이 모여 목돈이 된다는 것도 체험(?)할 수 있을 게다.
페니를 주우면 행운이 온다는 말이 있다. 물론, 1센트 앞쪽에 새겨진 링컨 대통령 초상이 위로 올라와 있는 경우다. 뒷면이 위에 있는 페니를 주우면 행운은커녕 불행이 닥친다고 한다. 아이들이 동전 줍다 손이 더러워질 것을 우려한 어른(?)들의 생각에서 나온 말이 아닐까 싶다.
페니는 ‘행운’의 동전임에 틀림없다. 링컨 대통령이 앞에 있는 페니를 주우면 푼돈이 생기고 행운마저 얻을 수 있다. 뒷면이 위로 온 페니라도 외면할 필요는 없다. 줍거나 뒤집어 놓으면 될 일이다. 주우면 푼돈이 생긴다. 줍지 않더라도 동전을 뒤집어 놓으면 다른 사람에게 행운을 줄 수 있다. 행운은 그런 것이다. 그렇게 모르는 누군가에게 작은사랑을 베푸는 사람에게 찾아오는 것이다. 자, 이제 우리 모두 앞으로 길거리에서 페니를 보더라도 망설이지 말자. 주우면 돈이 되고, 뒤집어 놓으면 작은사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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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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