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가수겸 작사가 밥 딜런에게 노벨 문학상이 수여됐다는 소식이다. 미국에 처음와서 그가 부른‘Blowing in the Wind’를 따라부르며 영어를 배운 적이 있었는데 아무튼 대중가요 작사가에게 문학상이라… 다소 의외로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보다 앞서 약 1백 여년 전에도 음악소설이 한번 노벨 문학상을 타서 파문이 인 바 있었다. 10권으로 이루어진 이 대하소설은 당시 베토벤을 모델로 했다하여 화제를 모았는데 문학성도 문학성이었지만 음악과 문학을 랑데뷰시킨 교양소설로서, 빛에 대한 열망이 있는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빛을 열망하는 삶은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스스로 그 빛이 된다는 것은 다른 얘기이기도 하다. 돌이켜보건데, 젊은 날이 힘들었던 것은 실존해야할 삶보다 그 추구해야했던 빛이 너무 강렬했기 때문은 아니었나싶다. 로망 롤랑의 ‘장 크리스토프’를 읽고, 혹은 베토벤의 작품 등에 심취하면서 많은 사색을 했던 청소년기였지만 정작 어떻게 살야야한다는 나침판은 그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는 스스로의 문제였다.
예술이 결코 삶을 대신해 주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것들에 대한 강렬한 열망이 있었던 것은 무언가 스스로에 대한 긍지 (내지는) 진심으로 사랑할만한 친구가 필요한 때문이었을 것이다. 전혀 무관했다고는 볼 수 없지만 또 살아왔던 과정과는 전혀 관계없이 그저 옆에서 묵묵히 길을 걸어왔던 음악의 이야기를 길게 펼쳐보면 어쩌면 그것은 스스로에게 하나의 흔적으로 남기고 싶었던 나름대로의 문학, 자신의 이름으로 지어내고 싶었던 소설같은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문호 로망 롤랑처럼 대단한 야망을 가지고 (음악)소설을 쓴 것은 아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음악이 주는 인생의 긍정, 음악을 벗하고… 무엇보다도 진실과 사랑의 마음을 배울 수 있었으면 하는 제법 어른다운 생각이었겠지만 사실 본인 자신도 그렇게 음악과 가까이 벗했던 사람은 아니었다.
자신과는 전혀 관계없었던 음악, 그 음악이 어느날 가까이 다가오기 시작한 것은 어떤 특별한 사건이나 시기적인 이유때문보다는 사실 음악이 누구나 사랑할 수 있는 보편적인 예술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굳이 시기적인 이유를 들자면 그 때가 바로 인생의 disguise, 즉 삶을 과장하고 싶은 (예민한 청소년)시기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때를 야망의 시기라해도 좋고, 왕성한 사색(상상력)의 시기라해도 좋을 것이다. 이때 사람들은 고공 점프를 앞둔 개구리처럼 몸을 잔뜩 움크리기 마련인데 꿈이 클수록 현실은 오히려 더 작아지기도하고 더 어두워지기도 하기 마련이다.
문학이니 예술이니 하는 것들이 위대한 것은 그 자체로는 결코 인간을 부유하게 만들지는 않지만 인생의 가장 어렵고도 순수한 시기… 바로 방황하는 젊은이들에게 가장 진실한 벗이 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음악가 베토벤은 삶과 예술을 통해 인간이란 무엇이며, 인간의 정신이 얼마만큼 현실의 조건을 넘어서 스스로 희망에 도달할 수 있는가를, 그 음악적 성과로 보여줬던 악성이었다.
베토벤 이후 세계의 문예는 더욱 장렬한 낭만주의를 꽃피우기 시작했는데 그중 로망 롤랑의‘장크리스토프’야말로 베토벤으로부터 영감받은, 인류의 또다른 (문화)유산이라하겠다. ‘장 크리스토프’는 1915년 노벨 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는데 헤르만 헷세의 ‘유리알 유희’도 음악을 소재로 다루긴했지만 본격적으로 음악가를 다룬 소설이 노벨상을 탄 것은 ‘장 크리스토프’가 유일했다.
톨스토이와 베토벤은 숭배했던 로망 롤랑은 특히 음악을 좋아하여 베토벤과 자신의 가치관을 오버랩시킨 10권짜리 대하 소설을 완성해 냈다. 누구나 한번쯤 겪게되는 낭만의 (시대)란 운명처럼… 가장 치열하고 괴로워야할 시기에 찾아오는, 너무도 멀고 가슴 아프도록 아름다운 것이기에 그것은 또 누구에게는 구원이기도 한 것이다.
하루를 연명할 밥그릇을 위해 사느냐? 아니면 무언가 정신적인 가치, (비참한 삶에서 구해줄) 영혼의 양식을 위해 사느냐? 낭만주의란 선택과 가치에 대한 끝없는 자기 질문이며, 특히 악성(의 예술)처럼 누군가에게는 (가치를 초월한 빛…) 구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20세기의 걸작,‘장 크리스토프’는 토로하고 있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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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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