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얼마 전 그녀의 아버지와 다퉜다고 했다. 그녀의 아버지는 이민 후 수십 년간을 예외 없이 공화당만을 지지하셨다. 당 보다는 출마자에 중점을 두며 투표를 한다는 ‘실용주의파’ 친구는 최근 민주당을 향해 마음이 기울어진 상태였는데, 그녀의 아버지는 이번 대선에서도 후보와 무관하게 공화당을 위해 투표 하실 것이라 하셨단다. 대선 투표 문제로 의견이 엇갈린 부녀는 대화 중 급기야 의절을 운운하는 어조로 서로에게 으름장을 놓게 되었는데, 그들은 30여 년간 수많은 이유로 논쟁을 벌였지만 정치적 이해관계가 그 둘 사이의 갈등의 발단이 된 것은 어쩌면 이번이 처음이란다.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들이 종교적, 인종적, 사회적, 경제적인 이유 등을 고려해 특정한 당을 지지하게 되지만,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한 가정 내에서 자식과 부모가 같은 정치적 이념을 공유하던 시대는 지났다. 아날로그가 디지털로 바뀌는 과정에서 세대 간의 사고방식 차이, 감성과 문화적 대립도 눈에 띄는 변화를 맞이했다.
한국으로 치자면 전라도와 경상도, 미국으로 말한다면 보수적인 빨간 주와 진보 성향의 파란 주로 나뉘는 지역감정에서 주로 비롯되던 정치적 갈등 현상이 ‘세대 간 가치관의 충돌’이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인 안정감을 추구하는 아날로그 세대와, 개개인의 주관을 중점으로 좋고 싫음을 극명하게 표현하며 지속적인 변화를 지향하는 디지털 세대가 공존하는 시대에 돌입하며 개개인의 상반된 가치관의 경쟁이 심화되었다.
추종자들보다는 안티가 많은 듯한 대선주자들을 주제로 매스컴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벌어지는 이전투구 현상은 참 가관이다. 정치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쌍방의 인신공격이 난무하는 사이버공간의 대화들을 평정심을 유지하며 읽어 내려가기가 힘들듯 싶다. 악플에 악플로 대응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자신의 정견에 동의하지 않는 모두를 완전한 바보 악마집단으로 폄하하는 폭언들을 보며 어느새 ‘우리편 이겨라!’하는 심정으로 마음에 드는 의견에만 “좋아요”를 힘껏 누르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는 한다.
하지만 정치는 스포츠가 아니다. 한 국가의 정치는 특정 세력의 승리를 목적으로 한다기보다 국가 전체의 성공을 목적으로 해야 하는 것 아닐까? 양당 존립의 목적은 의회의 의결권이 한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치지 않도록 반대 의견을 수렴하여 신중하게 법안을 상정하기 위한 것이지, 올림픽이나 월드컵처럼 4년 주기로 정당 챔피언을 뽑는 힘겨루기 시합을 하기 위함이 아니란 말이다.
편을 갈라서 자신이 평소에 지지하는 정당이 이기는 것을 무조건적으로 기뻐하며 필사적으로 다른 정당을 비판하는 것이 그 당에 대한 의리이자 충성심이라 느낄 수 있으나, 국민이 진정으로 지지해야 하는 것은 국가의 발전이자 평화이지 특정 정당의 독점적인 정권쟁취가 아니다.
나는 감히 이상적인 민주주의 사회의 정치를 결혼에 비교하고 싶다. 그 누가 어떻게 매번 윽박지르고 이기기만 하면서 성공적인 결혼 생활을 할 수 있을까? 좌파도 우파도 결국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나라의 발전과 복리증진이다. 다른 두 성향의 정당이 한 가지 목표를 가지고 의회로 결합했으니 분열보다는 화합에 뜻을 두어야 한다.
필요할 때 서로에게 충고와 비평을 하더라도, 결국 둘의 이해와 합의, 양보가 필요하다. 때로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국가의 정책이 진보적이 되어야 하고, 때로는 시대의 변화가 있을지라도 국가 고유의 본질을 지키는 것 역시 중요하다. 그리고 때로는 타협된 이념에 승복하는 것 역시 민주주의의 요건이라 본다.
자신이 선택한 정치적 정체성에 절대적인 의미를 담아 물불을 가리지 않고 몰입하기에 앞서 객관적인 시각으로 국가의 올바른 행보를 생각해봐야 한다. 유세 과정에서 노출되고 부풀려지는 출마자들의 사생활과 부정비리에 관한 유언비어들에 치중하기에 앞서 그들의 정치적 정강정책과 공적을 잘 판단해야 한다.
민주당이 우선시하는 복지 증진과 소득 재분배를 지지할 것인가, 공화당이 바탕으로 하는 연방정부의 권한 축소를 도모하여 총기소유를 비롯한 개인의 자유와 경제활동을 극대화 시킬 것인가? 투표권자 본인의 신념과 소망을 반영하기 위해서 투표하는 것이야말로 한 시민이 국가에 할 수 있는 최선의 투자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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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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