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후 힐러리 클린턴 아니면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45대 대통령으로 뽑힌다. 물론 이들만의 양자대결은 아니다. 게리 존슨(자유당)과 질 스타인(녹색당)도 끼었다. 민주?공화 양당의 거물급 후보 15명이 중도에 낙마했다. 일부 주 투표지엔 군소후보 30여명의 이름이 당당하게 올라 있다. 투표자들이 손수 이름을 써넣는 ‘기명후보’도 540여명을 헤아린다.
세계 최대강국의 최고통치자가 되고 싶은 건 인지상정일 듯하다. 아마도 초등학생부터 꼬부랑 노인까지 대다수 보통 미국인들이 -치기나 공상으로라도- 대통령이 돼보겠다는 꿈을 한번쯤은 꿨음직하다. 클린턴의 ‘모두 함께 더 강하게’나 트럼프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캐치프레이즈처럼 이들도 나름대로 원대한 포부나 선거공약을 가슴에 품었을 터이다.
이런 ‘대통령 몽상가’들이 많음을 반증하듯 뉴욕타임스, 퍼레이드(Parade) 등 유수 신문잡지들이 대통령선거 때가 되면 각계각층 인사들을 대상으로 “만약에 내가 대통령이라면(If I Were President)…”이라는 타이틀의 설문조사를 벌인다. 프로 정치인 못지않게 현실적 정책구상을 밝히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농담이나 동문서답으로 웃긴다.
전설적 농구선수인 카림 압둘-자바는 ‘헌법의 날’(9월17일)을 국경일로 격상하고 이날 입법부-사법부간 농구경기를 벌여 가장 위대한 정치문헌(헌법)에 대한 경외심을 높이겠다고 했다. 여배우 드루 배리모어는 주말 3일(금토일) 휴일제도를 시행하겠다고 했고, 작가 브래드 멜처는 모든 교사들에게 1주일간 캠프 데이비드(대통령 별장) 휴가를 주겠다고 했다.
인기 TV 쇼 ‘Dr. 오즈’의 사회자인 메메트 오즈는 모든 18세 국민에게 1년간 국가를 위해 봉사토록 의무화하고 그 대가로 학비를 지원하거나 취업시켜주겠다고 했다. 작가 테리 맥밀런은 내각에 성소수자(LGBT) 장관을 앉히고 최저임금을 시간당 20달러로 올리며, 학자금 빚을 탕감해주고, 대량살상 무기와 6발 이상의 탄환구입을 금지시키겠다고 호언했다.
초대형 교회 목사 겸 TV 토크쇼 사회자인 T. D. 제이크스는 교육제도와 형사법 제도를 뜯어 고쳐 학교가 교도소 복역자 양성소가 되는걸 막겠다고 했고, 가수 크레이그 모건은 미국의 국방력을 어느 나라(북한?)도 넘볼 수 없을 만큼 강화시키겠다고 했다. 과학자 템플 그랜딘은 TV쇼 ‘암행 사장’처럼 ‘암행 대통령’이 돼 민심을 여과 없이 챙기겠다고 했다.
최신 히트영화 ‘설리’에서 허드슨 강에 여객기를 비상 착륙시킨 영웅 조종사역을 맡은 톰 행크스는 미국 전역에 유럽처럼 최첨단 고속철도를 깔아 툭하면 기상이변으로 발이 묶이는 여행객들의 불편을 덜겠다고 했고, 신판 ‘황야의 7인’ 영화에서 왕초로 나오는 덴젤 워싱턴은 “대통령이 돼도 지금처럼 마누라가 하라는 대로 할 테니 기대 말라”며 낄낄댔다.
마이클 샌들 교수(하버드대)는 경기장의 ‘스카이박스’(귀빈실)부터 없애 미국인들 사이의 신분에 따른 괴리현상을 없애겠다고 했고, 메리 데이빗 월젠바흐 수녀는 평화봉사단과 아메리코 봉사단을 확장하고 모든 연방의원들이 대화하고 협상하고 절충하는 방법을 익히도록 1주일간 워크숍을 개최하며, 매년 회기개막 때 10분간 묵념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에도 물론 대통령 몽상가들은 많다. 선거가 1년이나 남아 있지만 벌써 ‘잠룡’들의 이름이 인구에 회자된다. 반기문, 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등 여야 대표주자들을 비롯해 김무성, 안희정, 오세훈, 남경필, 김부겸, 손학규, 유승민, 정우택, 이재명, 나경원, 추미애 등이다. 이들의 공약이 뭔지 모르지만 관심도 없다. 자고로 대통령 공약은 공약(空約)이었다.
만약 뉴욕타임스가 내게도 설문했더라면 아시안 이민쿼터를 1,000배 늘리겠다고 대답했겠다. 미국의 인종차별^총기^마약^동성애 등 고질은 문화가 다른 아시아 이민자들의 투표파워를 통해 관련법들을 고치지 않고는 치유할 수 없다. 내가 한국 대통령이라면? 핵 공갈범 김정은에게 더 끌려 다니지 않고 그를 정신병원에 집어넣겠다. 어차피 공약(空約)이다.
<
윤여춘 시애틀지사 고문>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