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에다 1차전 선발 출격, 컵스 좌완 레스터와 마운드 대결
▶ 전력은 컵스 절대 우세…다저스 로버츠감독의 전략에 관심
다저스와 컵스의 NLCS에서 1차전 선발로 나서는 다저스의 겐타 마에다가 14일 훈련 중 리글리필드를 걷고 있다.
LA 다저스와 시카고 컵스가 역사적인 월드시리즈 진출을 놓고 맞붙는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NLCS)가 15일 시카고 리글리필드에서 막을 올린다.
다저스는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NL 디비전 시리즈에서 마지막 두 게임을 따내 3승2패로 NLCS에 진출했고 컵스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3승1패로 따돌려 지난 2010년부터 이어진 자이언츠의 ‘짝수해 우승행진’에 마침표를 찍고 여기까지 왔다.
이 두 팀의 매치업이 성사되면서 누가 이기든지 둘 중 하나는 오랜 월드시리즈 가뭄을 끝내게 됐다. 다저스는 오럴 허샤이저의 신들린 피칭과 커크 깁슨의 헐리웃 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한 대타 끝내기 홈런으로 유명한 1988년 월드시리즈 우승 이후 무려 28년 만에 월드시리즈 진출과 우승에 도전한다. 하지만 다저스 팬들의 한은 컵스팬들 앞에선 명함도 내밀 수 없다.
컵스는 소위 ‘염소의 저주’라는 것이 들러붙은 1945년 이후 70년간 월드시리즈에 나가본 적이 없고 마지막으로 우승한 것은 무려 108년 전인 1908년이다. 지난 2004년 보스턴 레드삭스가 86년 이어진 ‘밤비노의 저주’를 푼 데 이어 이번엔 컵스가 ‘염소의 저주’를 끝낼 수 있을지가 엄청난 관심사가 되고 있는 것이 당연하다.
다저스와 컵스의 전력을 비교한다면 한마디로 컵스의 절대 우세라고 할 수 있다. 투수력, 타력, 수비력, 벤치 등 아무리 뜯어봐도 다저스가 컵스에 비해 앞서는 구석이 거의 없다. 그 결과는 올 시즌 103승을 올린 컵스와 91승을 올린 다저스의 차이에서 잘 나타났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번 시리즈가 해보나마나 무조건 컵스가 이긴다고 단정할 순 없다. 162게임짜리 ‘마라톤’인 정규시즌에선 두 팀 간의 격차가 뚜렷할지 몰라도 7전4선승제 ‘단거리 스프린트’인 플레이오프에선 그 차이가 그리 크게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1988년에도 다저스는 NLCS에서 실력이 한 수 위로 평가받던 뉴욕 메츠를 꺾은 뒤 월드시리즈에선 메츠보다 더 강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를 완파하고 정상에 올랐었다. 단기전인 시리즈는 장기전인 정규시즌과는 분명히 다르다. 비록 객관적인 전력평가로 볼 때 다저스의 승산이 30~40%에 불과하다고 해도 뒤집어 생각한다면 그 정도면 충분한 승산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14일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답하는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
이번 다저스-컵스 시리즈가 더욱 관심을 끄는 것은 단순히 역사적 관점 때문만은 아니다. 두 팀에는 지난 2년간 NL 사이영상 수상자(다저스-클레이튼 커쇼, 컵스-제이크 아리에타)가 버티고 있고 지난해 리그 신인왕(컵스-크리스 브라이언트)와 올해 리그 신인왕(다저스-코리 시거, 아직 공식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그가 신인왕은 못 받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도 보유하고 있다.
또 지난해 NL 감독상을 받은 컵스의 조 매든 감독은 이미 수년전부터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두뇌파 사령탑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명장이고 올해 처음으로 지휘봉을 잡은 다저스의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이미 범상치 않은 행보를 보이며 올해 NL 감독상의 유력한 후보로 부각됐다.
특히 13일 내셔널스와의 디비전 시리즈 최종전에서 3회에 셋업맨 조 블랜턴을 올리고 7회에 클로저 켄리 잰슨을 투입한 뒤 9회엔 이틀전 4차전에 선발로 나서 110개의 공을 던졌던 에이스 커쇼까지 투입해 승리를 따낸 로버츠 감독의 전략은 지금까지 정석처럼 받아들여졌던 야구의 상식을 송두리째 파괴한 것이었다.
이번 시리즈가 기대되는 것은 바로 다저스와 내셔널스의 최종전처럼 정규시즌에선 전혀 볼 수 없었던 경기들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클로저를 7회에 올리고 커쇼를 이틀만에 다시 클로저로 마운드에 올리는 일은 정규시즌이라면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사실은 플레이오프에서도 전혀 볼 수 없었던 엄청난 파격이다. 하지만 로버츠 감독은 이날 벼랑 끝 경기에선 지금까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파격적 작전 운용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고 컵스의 매든 감독도 충분히 그런 충격적인 카드를 활용할 수 있는 걸출한 전략가다.
‘가을야구’ 무대에서 이 두 감독의 두뇌싸움을 보는 것만으로도 야구팬들의 가슴이 설레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다저스는 가뜩이나 전력에서 열세인 마당에 투수진 운용도 극히 불리한 상태로 시리즈에 나서게 됐다. 15일 시작되는 시리즈 1차전에 에이스 커쇼는 물론 2선발인 리치 힐도 나설 수 없어 3선발인 일본인 투수 겐타 마에다를 등판시킨다. 마에다는 올 시즌 팀내 최고인 16승(11패)을 올렸지만 최근 경기에선 부진을 보이고 있다.
디비전 시리즈 3차전에 3이닝동안 5안타로 4실점하는 등 마에다는 마지막 3번의 선발등판에서 평균자책점 11.17로 불안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더구나 클로저 잰슨은 13일 경기에서 자신의 생애 최고인 51개의 공을 던져 이틀 뒤인 1차전에서 등판기회가 온다면 정상적인 컨디션을 보일 수 있을지도 의문시된다.
다저스는 또 16일 2차전 선발도 정하지 못했다. 당연히 커쇼를 내보내고 싶지만 그는 지난 11일 경기에 사흘만 쉬고 등판해 110개의 공을 던진 뒤 이틀 뒤인 13일 다시 마운드에 올라 다저스를 구해내는 세이브를 따내는 등 강행군을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커쇼가 나설 가능성이 높지만 그의 등판을 다저스테디엄에서 벌어지는 시리즈 3차전으로 미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렇다면 2차전 선발이 비게 된다. 사흘전 선발 등판했던 2선발인 힐을 내보낼 수는 없기에 어쩌면 내셔널스와의 최종전에서 2이닝 무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된 만 20세의 영건 훌리오 우리아스를 투입할지 모른다. 만약 우리아스가 선발로 나선다면 그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포스트시즌 최연소 선발등판 기록을 수립하게 된다.
당장 2차전부터 누가 선발로 나설지 아무도 모르는 다저스와 달리 컵스는 이미 1~4차전의 선발투수가 완벽하게 짜여졌다. 샌프란시스코와의 디비전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좌완 존 레스터가 1차전에 출격하며 이어 카일 헨드릭스, 제이크 아리에타, 잔 랙키가 2~4차전에 등판을 기다린다. 하나같이 걸출한 투수들로 정상적인 시나리오라면 컵스의 압승이 예상되는 매치업이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더 큰 기대가 되는 시리즈다.
비록 아메리칸리그에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ALCS로 맞붙고 있지만 이들 두 팀의 팬들을 제외한 나머지 야구팬들의 시선은 다저스-컵스의 NLCS로 쏠릴 것이 분명하다. 시리즈 1차전은 오후 5시(LA시간)에 시작되며 케이블채널 FS1으로 중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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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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