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트라이커가 없어서…” 선수 탓
▶ 우왕좌왕 수비 전술 수면 위로
울리 슈틸리케(왼쪽) 감독이 12일 이란과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4차전에서 초초한 듯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테헤란=연합뉴스>
한국과 일본이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에서 나란히 부진에 빠지자 내년 겨울 ‘역대급’ 한ㆍ일전이 펼쳐질 거란 우스갯소리가 들린다.
한국은 12일(한국시간) 이란과 최종예선 A조 4차전 원정에서 0-1로 무릎을 꿇었다. 90분 동안 유효슈팅 하나 때리지 못한 완패였다.
한국은 2승1무1패(승점 7)에 그치며 조 3위로 떨어졌다. B조 일본도 호주 원정에서 1-1로 비기며 2승1무1패로 3위로 처졌다.
아시아 최종예선은 각 조 1,2위가 본선에 직행한다. 내년 10월 3위끼리 플레이오프를 치러 이긴 팀이 11월 북중미 46위와 대륙간 플레이오프를 치러 최종 승리한 팀이 마지막 티켓을 얻는 방식이다. 한국과 일본이 플레이오프에서 벼랑 끝 승부를 벌일 가능성이 있다는 냉소적이고 씁쓸한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물론 최종예선은 아직 6경기나 남았다. 섣부른 비관은 금물이다. 축구는 의외성이 많은 스포츠라 경기를 잘 하고도 운이 없어 한 경기를 질 수 있다. 부상이나 컨디션 저하로 선수들 몸이 무거워 원하는 결과를 못 받을 때도 있다.
하지만 최근 슈틸리케호의 부진은 일회성이 아닌 총체적 난국의 결과물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축구 한 베테랑 지도자는 “선수들 얼굴만 봐도 안다. 표정이 살아 있지 않다. 팀이 심상찮아 보인다”고 진단했다. 울리 슈틸리케(62ㆍ독일) 국가대표 감독의 밑천이 다 드러났다는 말까지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전술 부재다.
슈틸리케 감독 부임 초기부터 제기됐던 지적이다. 그의 전술이 고리타분하고 선진 축구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작년 1월 호주 아시안컵 때 불만이 극에 달했다가 조별리그 3차전에서 개최국 호주를 이기고 분위기를 반전하며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아시안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하고 그 동안 비교적 쉬운 상대와 경기하며 크게 도드라지지 않았지만 최종예선 들어 다시 불거지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최종예선 4경기에서 5골이나 내준 불안한 수비가 대표적이다. 최종예선을 치르는 내내 포백 수비가 바뀌었다. 또 다른 전문가는 “다른 건 몰라도 수비는 최종예선에 들어가기 전 명확한 틀을 갖춰야 한다. 밖에서 봐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확연하다”고 쓴소리를 했다.
축구를 흔히 배에 비유한다. 선장(감독)의 지시에 선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항해가 순조롭다. 감독은 선수들이 그라운드 위에서 최고의 기량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끊임없이 독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신뢰가 필수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최근 선수들에게 믿음을 잃었다. 사실 부임 초기부터 대표팀 내에는 슈틸리케 감독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 듯한 분위기가 있었다. 한 에이전트는 “유럽에서 뛰는 선수들이 크게 늘었다. 선수들도 다양한 형태로 세계적인 명장들을 경험하고 있다. 과거처럼 외국인 감독이 왔다고 무조건 맹신하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끊임 없이 선수들에게 리더십을 증명했어야 했다. 하지만 최근 인터뷰마다 ‘선수 탓’ ‘남 탓’하며 선수들의 마음이 돌아섰다. 이란전 패배 직후 뒤 슈틸리케 감독이 “세바스티안 소리아(33ㆍ카타르 국가대표공격수) 같은 스트라이커가 없어서 그렇다”고 한 말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당장 손흥민(24ㆍ토트넘)이 “다른 선수까지 들어가면서(거론하면서) 선수들의 사기를 (떨어뜨린다)”고 받아쳤다.
대표팀 막내급 선수가 언론 인터뷰에서 감독 말을 반박할 정도로 관계가 곪았다. 주장 기성용(27ㆍ스완지시티)이 “감독님도 화가 많이 나셨을 것이다. 감독님만의 책임이 아니다. 나부터 반성한다. 선수단도 책임이 있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이대로 가면 완전히 난파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 중재 역할에 맡은 것으로 보인다. 다른 전문가는 “어차피 경기를 뛰는 건 선수들이다. 선수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없다. 선수단 분위기는 기성용, 구자철과 같은 고참급 선수들이 잡아줘야 한다. 슈틸리케 감독과 이들의 관계 회복이 절실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한국은 다음 달 15일 우즈베키스탄과 홈 5차전을 치른다. 이 경기 내용과 결과에 슈틸리케 감독의 ‘운명’이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편 슈틸리케 감독은 12일 귀국길에 오르기 직전 테헤란 에스테그랄 호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논란이 된 세바스티안 소리아 발언에 대해 “경기 당일 오전 지동원(25ㆍ아우크스부르크)과 소리아가 보여준 모습에 관해 얘기했고 동기 부여를 하는 측면에서 그의 저돌성과 돌파력에 관해 얘기했는데 잘못 전달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는 감정이 올라와 그런 경우가 있다. 손흥민이 교체돼 나올 때 물병을 찬다든지 하는 경우가 있었던 것과 비슷하다”며 “어제 경기 후 준비했던 것이 하나도 나오지 않아 나 자신에게 가장 화가 나 있었다. 나는 선수단을 항상 존중했다”고 진화에 나섰다.
<
윤태석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