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한 햇볕이 따듯한 햇살로 다가온다. 후텁지근하던 날씨도 한결 선선해졌다. 새벽녘 창가에 이슬방울이 맺힌다. 새벽공기는 꽤 쌀쌀하다. 계절이 바뀌었음을 몸으로 느낀다. 바야흐로 가을이다.
하늘은 높고 청아하다. 코끝은 간질이는 바람은 상쾌하다. 그런 가을이다. 풀잎이 빛을 바꾼다. 나무는 이파리를 벗는다. 어느새 초록이 울긋불긋 탈바꿈한다. 순수한 색깔. 열정의 빛깔. 계절의 변화를 눈으로도 느낀다. 바야흐로 단풍이 물드는 계절이다.
푸르던 나뭇잎은 초록을 벗는다. 색색으로 꽃단장 중이다. 역시 가을은 단풍이 제격이다. 단풍의 외모는 마냥 아름답다. 고통을 딛고 가꾼 덕택이다. 나뭇잎은 저절로 붉게 물들지 않는다. 한낮의 뜨거운 태양과 새벽녘 차가운 이슬을 온몸으로 버텨야 한다. 그렇게 끝까지 줄기를 붙잡고 있는 나뭇잎들만이 단풍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무도 모르게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더위와 추위를 견뎌내야 한다. 그런 인내와 노력의 시간이 있었기에 가을단풍은 그 빛깔이 더욱 곱고 아름다워 보이는 것이다.
단풍이 짙어지는 가을산은 참 매력적이다. 오색찬란하게 물들어가며 한 폭의 아름다운 풍경화로 만든다. 예부터 10월 단풍이 3월의 꽃보다 붉다((十月葉弘於三月花)고 했다. 가을단풍이 아름다움을 뽐낼 수 있는 시간은 짧다. ‘아차’하는 순간 지나가 버리는 것이 가을이기 때문이다.
자연의 선물인 ‘단풍’을 즐기기엔 산행이 좋다.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어지는 계절이 가을이라 더 좋다. 깊은 산이 아니라도 괜찮다. 높지 않아도 상관없다. 멀지않고 가까운 곳이면 어떠랴. 언제 어디서난 산은 그저 좋은 곳이다.
산은 변함이 없어서 좋다. 한 번의 거스름도 없이 계절에 맞춰 형형색색 옷을 갈아입는다. 봄에는 연한 새싹이 신록의 색으로 차려입는다. 숲이 우거지는 여름이면 초록을 자랑하는 옷차림이다. 그런 모습으로 유혹하는 게 산의 멋이자 매력이다. 단풍이 붉게 물드는 가을엔 오색으로 꾸민다. 흰 눈이 내리는 겨울엔 하야 옷차림으로 깨끗하게 단장한다. 그렇게 계절마다 그 모습 그대로 변함없이 정다운 손짓을 하는 게 바로 산이다.
이처럼 우리는 옷을 갈아입는 산 덕분에 가을이란 아쉬운 계절에 울긋불긋 자연이 그려낸 단풍을 보면서 마음을 달랠 수 있다. 곧 다가올 추운 계절도 준비할 수 있는 셈이다.
산의 매력을 참으로 많고도 많다. 예찬론자들의 공통적인 이야기들은 이렇다.
산의 매력은 잠시나마 세속의 온갖 것들을 다 잊게 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조용한 산길을 거닐며 나무, 돌, 바람, 새 등 대자연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대자연의 고마움과 겸허한 마음이 되살아난다. 마치 따스한 어머니의 품 안과 같이 느껴진다.
부자나 가난뱅이나 누구에게나 평등하다. 인종에 상관없이 차별하지 않고 모두를 풍을 수 있는 넉넉함을 지니고 있다. 시기, 경쟁, 다툼, 요란함 등이 없다. 어떤 운동보다 건강에 좋다. 신선한 공기, 좋은 풍광 그리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다. 어디 그뿐이랴! 이외에다 제각각 느끼는 산의 매력은 수두룩하다.
예로부터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겸손하고 허영이 없다고 했다. 몸이 건강하고 의지가 강하여 어려운 여건을 참고 잘 극복한다고도 했다. 무엇보다 소박하고 순수해 낭만적인 생활을 갖도록 마음의 여유가 있어서 좋다고 했다. 일찍이 공자도 “'인자요산 지자요수(仁者樂山 知者樂水)-어진 자는 산을 좋아하고, 지혜로운 자는 물을 좋아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산에 오르는 일을 참 즐거운 일이라 한다. 자연과 함께하면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산에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다. 산행엔 건강과 인내, 여유와 배려가 있다고 한다.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산에 다니면서 건강, 사람, 즐거움과 지혜를 얻는다고 말하는 이유다.
흔히 나이가 들수록, 건강에 위협을 느낄수록 산행을 좋아하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연령, 건강에 상관하지 말자. 단풍이 물드는 계절이다. 가족과 함께 산에 올라 따뜻한 정을 나누고 등산이 가져다주는 행복감에 흠뻑 젖어 보면 좋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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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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