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은 한국야구선수들이 본격적으로 메이저리그(MLB) 무대 도전에 나선 해였다. 한국프로야구(KBO) 최고 거포로 군림하던 박병호가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미네소타 트윈스에 입단했고 KBO의 ‘타격 기계’ 김현수는 프리에이전트(FA) 자격으로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계약했다. KBO를 거쳐 일본 프로야구 무대에서 활약하던 오승환과 이대호도 각각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하고 빅리그에 도전장을 던졌다.
여기에 오랜 세월동안 마이너리그에서 눈물 젖은 빵을 씹던 최지만이 LA 에인절스를 통해 메이저리그 무대에 데뷔한 것을 보태면 무려 5명의 한국선수가 새로 MLB 무대에 합류했다. 기존의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 류현진(LA 다저스), 강정호(피츠버그 파이리츠)를 합치면 코리언 빅리거가 8명으로 늘었다. 이들이 빅리그 무대를 누비는 것을 한인들은 뿌듯한 마음으로 지켜보며 이들과 함께 뛰고, 함께 울고 웃었다.
물론 모든 것이 장미빛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사실 정확히 말하면 좋은 일보다는 그렇지 못한 일이 더 많았던 시즌이었다. 어깨수술에서 재기를 노리던 류현진은 7월초 마침내 복귀전을 치렀으나 구속이 현저히 떨어진 모습으로 완전한 재기에 대한 불안감만 증폭시켰고 그나마 이번에 팔꿈치 통증으로 부상자명단에 돌아갔다가 결국 수술을 받고 다시 시즌을 마감했다. 내년 시즌은 류현진의 재기여부를 판가름할 사실상 마지막 기회가 될 전망이다.
추신수는 시즌 동안 4번이나 부상자명단에 오르는 등 지독한 부상의 덫에 걸려 고생한 한 해였다. 제대로 뛰어보지도 못하고 시즌을 마감할 위기에 놓였으나 다행히 소속팀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고 포스트시즌 개막 직전 복귀하면서 막판 반전을 준비하고 있다. 그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화끈한 활약을 펼쳐 정규시즌의 아쉬움을 후련하게 날려버리길 기원해 본다.
스프링 트레이닝 기간 중 시애틀과 마이너계약을 체결한 뒤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아 개막 로스터에 이름을 올렸던 이대호는 시즌 전반기에 기대를 뛰어넘는 파워를 보여주며 시애틀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으나 후반기 들어 급격히 페이스가 떨어져 다소 실망스럽게 시즌을 마감하고 말았다. 시애틀과 1년 계약을 체결했던 이대호는 시즌 종료와 동시에 프리에이전트 신분이 됐고 내년 시즌 과연 빅리그에 돌아올 것인지 조차 아직 미지수다.
KBO 홈런왕 박병호는 올해 빅리그에 진출한 한국선수 중 가장 큰 기대를 받았던 선수였다. 그는 엄청난 기대에 부응하듯 시즌 개막 후 바로 미네소타의 중심타선으로 자리 잡고 엄청난 비거리의 홈런포를 펑펑 터뜨려 ‘코리안 베이브 루스’로 자리매김을 하는 듯 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빠른 공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드러낸 박병호는 극심한 타격난조가 장기화되면서 결국은 마이너로 강등됐고 그 곳에서 부상으로 시즌을 마쳤다.
박병호의 경우는 메이저리그 타자라면 가장 기본적인 필수 요건인 빠른 볼을 맞추는 능력이 문제가 됐기에 내년 시즌에 과연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 오랜 마이너리그 생활을 끝내고 빅리그에 데뷔한 최지만은 54경기에서 0,171의 타율이 말해주듯 성적이 좋지 못해 내년 빅리그 잔류가 불투명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강정호와 김현수, 오승환 등은 성적 면에서 큰 불만이 있을 수 없는 시즌을 보냈다. 심각한 무릎부상에서 돌아온 강정호는 아시안 내야수로 역대 최고인 21홈런을 치며 피츠버그에서 최고 거포로 자리매김했다. 다만 필드 밖에서 불미스런 사건이 터진 것이 정말 안타까운 일로 남게 됐다.
시범경기에서 극도의 부진을 보여 마이너행 요구를 받았으나 이를 거부하고 팀에 잔류해 개막전에서 홈팬들로부터 야유를 받는 참담한 경험을 했던 김현수는 정규시즌에선 시즌 내내 단 한 번도 타율을 3할 아래로 떨어뜨리지 않은 끝에 데뷔 시즌에 3할타자가 되며 말 그대로 ‘미운 오리새끼’에서 ‘백조’로 변신하는데 성공했다. ‘코리안 타격기계’의 자존심을 살려낸 김현수는 다음 시즌 본격적으로 나래를 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올해 가장 성공적인 시즌을 보낸 한국선수로는 오승환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카디널스 불펜에서 1차 셋업맨으로 출발한 오승환은 한일무대에서 쌓은 ‘파이널 보스’(끝판대장)의 위용을 유감없이 보여주며 시즌 중반 세인트루이스의 클로저로 자리매김했고 올 시즌 팀내 최다인 76경기에 등판해 19세이브와 평균자책점 1.92라는 눈부신 성적을 올렸다.
워낙 많은 선수들이 있다 보니 잘 풀린 선수도 있고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선수가 있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2016년은 KBO에서 코리안 빅리거들이 충분한 경쟁력이 있음을 입증한 해였다고 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많은 코리안들이 활약한 이번 시즌을 보내면서 내년 시즌에는 훨씬 더 많은 선수들의 멋진 활약상을 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
김동우 부국장·스포츠부장>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