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율주행차 보급 따른 보험료 예측, 2020년대 초반… 상용화 초기 큰 변화 없어
▶ 2020년대 중반… 공유차 늘며 5~20% 떨어져, 2030~2040년대… 70% 하락… 보험사 문 닫아
자동차 보험에 즐거이 돈을 쏟아 붓는 운전자는 없다.
그러면서도 생돈을 들여 보험에 가입하는 이유는 사고발생시 져야 할 재정부담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아무리 조심해도 인간인 이상 실수는 있기 마련이라 울며 겨자 먹는 심정으로 보험을 구입하는 것뿐이다.
그러나 중대한 상황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컴퓨터로 작동되는 완전한 ‘자율주행 차량 시대’의 막이 서서히 오르기 시작하면서 자동차보험도 이제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것과는 전혀 다른 획기적인 변화를 겪을 전망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무인주행차량이 2020년대 초반부터 거리에 등장하기 시작할 것이고 2030년대에 이르면 자동주행기능을 갖춘 차량의 수가 7,5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본다.
테크놀로지 컨설팅사인 세렌트의 애널리스트인 도널드 라이트는 “조만간 새 차 구입자들은 딜러십에서 차를 몰고 나오는 게 아니라 마치 승객처럼 차에 실려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자율주행기능을 갖춘 차량이 본격적으로 보급되는 시점부터 보다 극적인 상황이 전개될 것이라는 게 라이트의 견해다.
자율주행차는 운행의 안전성을 높여줄 뿐 아니라 사고의 책임을 차량 소유주에서 떼어내 차량과 소프트웨어 제작자에게 넘기게 된다.
이렇게 되면 운전자기 개인적으로 자동차보험을 구입할 필요성이 줄어들게 될 것이 뻔하고 자동차 보험사들은 자연히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드라이버리스 차량을 사용하는데 겁을 집어먹는 사람들도 분명 있을 것이지만 인간이 운전하는 차량이 더 안전하다고 믿는 건 오만이다.
전국고속도로 교통안전국(NHTSA)에 따르면 대형 교통사고의 94%가 운전자 실수에서 비롯된다.(나머지는 기계결함과 날씨가 주된 원인이다.)운전자는 종종 위험한 상황을 보지 못하고 사고방지에 필요한 올바른 판단을 내리지 못하며 정교하고 정확한 차량조작도 하지 못한다. 자율주행차량은 바로 이 3개 영역에서 인간보다 월등한 능력을 갖출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리서치 및 상담 전문업체인 KPMG에서 보험통계와 리스크 관리 책임자로 활동하는 제리 올브라이트는 자율주행차량이 일반화 되는 2040년에는 자동차 사고가 80% 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무인운전차량은 단순히 충돌사고만 줄이는 게 아니라 사고 발생시 책임소재 규명에도 대대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사고가 발생하면 운전자는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 하물며 컴퓨터가 운전기사인 무인주행차량을 타고 가다가 사고가 났다면 본인과실을 인정할 탑승자가 있을 리 없다. 사실 운전을 하지 않은 탑승자에게 사고책임을 묻는 것은 억지다.
이런 상황에서는 사고의 책임이 차량소유주가 아닌 무인운전차량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디자이너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컴퓨터에게 의사결정권을 넘기면 자연스레 보험료가 줄어든다. 자율주행차량 소유주는 자동차 메이커의 통제 밖에 있는 차량절도와 자연재해에 대비한 보험만 구입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라이트는 자율주행차량의 보급이 확산되면서 자동차 보험료가 최고 3분의 2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무인운전차량의 보급 속도를 예측해 5-10년 단위로 작성한 보험료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2020년대 초반
완전 자동화된 무인주행차량의 시장 판매가 시작되는 시기다. 우버와 리프트 등 차량공유업체가 자율주행차량을 이용하기 시작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컨설팅전문업체인 델로이티의 보험과 기술담당 대표인 존 매트리는 무인차량의 상업적 사용이 개인적 사용에 우선할 것으로 점쳤다.
자율주행차량은 공급부족을 일으킬 것이고 가격은 현재의 차량에 비해 최소한 1만 달러가량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고시 책임소재 문제를 가려내는데 상당한 시간을 필요로 할 것이며 자동차 보험시장은 그다지 큰 타격을 입지 않을 것이다.
▲2020년대 중반
세렌트는 차량공유 추세 탓에 거리를 운행하는 차량의 대수가 줄어들 것이며 전체 운행차량 가운데 40% 이상을 전면충돌방지, 차선이탈경고, 맹점 모니터링 등의 기능을 지닌 부분적 자율주행차량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세렌트의 애널리스인 라이트는 이로 말미암아 개인 자동차보험료가 5~20%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2020년대 말~2030대 초반
공유차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거리를 달리는 자동차가 눈에 띄게 줄어들어 도로는 한결 안전해질 것이다.
매트리는 이 시기에 자동차보험사들의 전체 연간 수입이 현재 수준인 2,000억 달러에서 1,400억 달러로 곤두박질 칠 것으로 예견했다.
▲2030년대 말~2040년대 초반
새로운 표준이 자리 잡는 시기다. 차량공유회사들은 무인운전차량을 대거 운행할 것이며 자율주행차량이 부자의 전유물이던 시대가 막을 내리게 된다.
이때쯤에는 자율주행차량의 1마일 당 주행비용이 2016년의 마일 당 운전경비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았다.
자동차보험료가 저렴해질 뿐 아니라 차체 경량화기술의 진보로 무인운전차량의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소유주의 개스비 지출도 낮아진다.
충돌빈도가 워낙 적어 관련 보험을 구,입할 필요가 없어지고 결국 시장을 떠나는 대형 자동차보험사들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라이트는 뒤에 남은 보험사들은 생존을 위해 상업용 차량공유, 혹은 상품 책임보험이나 정비 등에 초점을 맞춰 비즈니스 모델을 대폭 수정할 것으로 점쳤다.
매트리는 “이 시점에 도달하면 개인 자동차보험료는 현재 수준에서 70% 이상 하락할 것이며 자율주행차량에 대한 일부 운전자들의 불안감도 차량공유업체들이 무인운전차를 대대적으로 운행하는 것을 목격하면서 조각조각 떨어져 나갈 것”으로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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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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