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고혈압학회 서울대회서 난상토론- “환자 목표 혈압 낮출수록 심혈관 질환 사망률 낮아져”
▶ “너무 낮추면 어느 시점부터 되레 사망률 높아질 수도” 일부선 ‘J곡선’ 근거로 반대
‘고혈압 환자의 목표 혈압을 더 낮게 잡을수록 더 좋다(The lower, the better)’. 이처럼 고혈압 환자의 혈압을 적극적으로 혈압을 관리하자는 주장이 고혈압학계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4일부터 29일까지 엿새 동안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는 제26회 세계고혈압학회 학술대회(Hypertension Seoul 2016)에서도 이 문제를 놓고 난상토론 중이다.
고혈압은 140/90㎜Hg 이상일 때를 말한다.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3명이 고혈압 환자다. 고혈압 환자는 950만 명(2013년)이다. 하지만 인지율은 62.6%, 치료율은 58.6%에 불과하고 조절률은 40.6%로 낮다(보건복지부).
고혈압 환자 10명 중 4명은 자신이 환자인지도 몰라 치료조차 하지 않고, 10명 중 6명은 혈압 관리조차 않지 않고 있다. 그래서 고혈압이 ‘침묵의 살인자’가 된다. 김철호 대한고혈압학회 이사장(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은 “인구 고령화와 함께 향후 10~20년에 노인 연령대에서 고혈압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최고 혈압 130㎜Hg 이하로 낮추자” ‘목표 혈압 낮추기’ 운동의 기폭제는 지난 5월 미국의학협회저널(JAMA)에 발표된 ‘SPRINT(Systolic Blood Pressure Intervention Trial)’ 연구 결과다. 제프 윌리엄슨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웨이크포레스트대 내과 박사팀이 주도한 이번 연구에서 고혈압 목표 혈압을 낮출수록 사망률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130~180㎜Hg인 50세 이상 고혈압 환자 9,361명을 대상으로 이뤄진 이번 연구에서 심혈관 질환 고위험군 고혈압 환자들의 수축기 혈압(최고 혈압)을 120㎜Hg 미만 목표로 치료한 결과, 140㎜Hg 미만 치료군과 비교했을 때 주요 심혈관 질환 발생률이 34% 줄고 심혈관 질환 사망률도 33%나 감소했다.
이를 바탕으로 세계고혈압학회(International Society of HypertensionㆍISH)는 최근 고혈압 환자의 수축기 혈압(최고 혈압) 목표치를 130㎜Hg에 맞추자는 메시지까지 던졌다.
캐나다 심장학계는 혈압교육프로그램(CHEF) 가이드라인을 통해 ‘50세 이상 연령대로 수축기 혈압 130㎜Hg 이상인 심혈관 질환 고위험군 환자에서 120㎜Hg 미만 목표치가 고려돼야 한다’는 권고안을 내놓기도 했다.
윌리엄슨 박사는 26일 코엑스에서 열린 ‘SPRINT 임상 연구의 교훈’이라는 주제로 “SPRINT 연구 결과, 혈압을 낮추면 낮출수록 심혈관 질환 위험 감소의 폭이 더 크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수축기 혈압 관리 목표를 140㎜Hg에서 120㎜Hg으로 낮추자”며 “빠르고 강력한 혈압 강하를 통한 건강관리야말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정배 제일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혈압을 기존보다 5㎜Hg 더 낮추면 뇌졸중 위험을 14% 줄일 수 있다”며 “국민 평균혈압을 더 낮춰 잡고 이를 실천에 옮기면 궁극적인 심혈관 질환 위험을 더 크게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대 의견도 없지 않다.
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는 “실제 임상시험 결과를 분석해보니 심혈관 질환 고위험군에서 보다 낮은 수치의 혈압을 유지했을 때 임상혜택의 확고한 근거가 불충분했고, 혈압을 너무 낮췄을 때 오히려 심혈관 질환 발생과 이로 인한 사망률이 증가한다고 보고되면서 우려가 제시됐다”고 했다.
수축기 또는 이완기 혈압을 지나치게 낮추면 어느 시점부터 오히려 심혈관 질환과 사망률이 더 증가한다는 ‘J곡선 가설’에 근거해서다. J곡선 가설은 ONTARGET(NEJM 2008년), INVEST (JAMA 2003년) 연구의 사후 분석에서 확인된 것이다.
“소금 섭취 줄이면 고혈압ㆍ뇌졸중ㆍ심혈관 질환 감소” 이번 26회 세계고혈압학회 학술대회에서는 또한 고혈압을 예방하기 위해 과다한 소금(나트륨) 섭취를 줄이자는 주장이 쏟아져 나왔다.
영국 위윅대 프란시스코 카푸치오 박사는 “소금 섭취와 혈압과는 관련이 많다”며 “많은 임상 연구결과, 소금 섭취가 많을수록 혈압이 높아지고 소금 섭취를 줄이면 혈압이 떨어진다”고 했다.
카푸치오 박사는 “이는 남녀노소와 모든 인종에서 동일한 결과가 나오고 있다”며 “소금 섭취를 줄이면 그에 비례해 혈압뿐만 아니라 뇌졸중이나 만성 콩팥병 등과 같은 심혈관계 질환도 더 줄어든다”고 했다.
그는 특히 “현대인이 섭취하는 소금의 대부분은 가공 음식에 첨가된 것이어서 정부와 기업은 소금 섭취를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일랜드 갤웨이&맥매스터대 마르틴 오도넬 박사는 “나트륨의 하루 섭취량은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하루 2g 미만으로 권장하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평균 4g 정도 섭취하고 있어 소금 섭취량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캐나다 캘거리대 노엄 캠벨 박사는 “WHO에서 2025년까지 소금 섭취를 30% 줄이자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고 했다. 영국 그레이엄 맥그레거 박사는 “당분이 함유된 음료수 섭취를 통해 비만 위험이 증가한다”며 “영국에서 조사한 결과, 비만한 사람에게서 24시간 소변으로 나트륨이 많이 배출되고, 소금 섭취가 많을수록 비만이 증가하고 체지방량이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했다.[ㅑㅡㅎ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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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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