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승환, 첫해 마무리 활약…김현수·강정호 고난 딛고 맹위
▶ 추신수·박병호·류현진은 부상에 눈물
◇ 2016년 한국인 메이저리거 정규시즌 성적
"한국의 아침을 상쾌하게 열겠다"고 약속한 코리언 메이저리거들이 팀당 162경기를 치르는 장기 레이스 미국 메이저리그 정규시즌을 마쳤다.
6개월 동안 한국의 메이저리그 팬들은 코리언 빅리거 소식에 환호하고 때론 안타까워했다.
2016년, '꿈의 무대' 메이저리그에는 총 8명의 한국 선수가 뛰었다.
4월 4일 개막전에 나선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가 빅리그 데뷔전에서 안타를 친 것이 신호탄이었다.
'코리언 메이저리거 맏형'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는 빅리그 개막전에서 오랜 친구 이대호(시애틀 매리너스)와 맞대결하는 역사적인 장면을 연출했고, 야유를 받으며 빅리그에 첫발을 내디딘 김현수(볼티모어 오리올스)는 '타격 기계' 능력을 과시하며 야유를 환호로 바꾸는 드라마를 썼다.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중간계투로 시작해 마무리로 승격했다.
빅리그 2년 차 강정호(피츠버그 파이리츠)가 부상을 딛고 메이저리그에 합류하면서 한국인 빅리거의 스토리는 더 다양하고 화려해졌다.
최지만(로스앤젤레스 다저스)도 오랜 마이너리그 생활을 마치고 빅리그에서 첫 안타와 첫 홈런을 치는 영광을 누렸다.
하지만, 유일한 한국인 선발 투수인 류현진(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은 시즌 내내 부상 후유증에 시달리다 단 한 경기만 뛰고 다시 수술대에 오르며 시즌을 마쳤다.
추신수와 박병호도 부상의 덫에 걸려 아쉬움을 남긴 채 시즌을 마감했다.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규정 타석이나 이닝을 채운 한국 선수는 없다. 하지만 곳곳에서 짜릿한 장면이 나왔다.
◇ '마무리' 오승환·'거포' 강정호 = 국내 팬들은 오승환과 강정호의 경기를 보며 가장 큰 희열을 느꼈다.
신인의 마음으로 세인트루이스와 계약하며 메이저리그 무대에 입성한 오승환은 4월 4일(한국시간) 정규시즌 개막전에서 0-3으로 뒤진 7회 등판해 1이닝 무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세인트루이스는 메이저리그에선 루키인 그에게 화려한 데뷔전을 허락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승환은 경기를 치를수록 빛을 발했다.
7월 3일, 오승환은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밀워키 브루어스와 홈경기에 3-0으로 앞선 9회초 등판해 1이닝을 무피안타 무실점 2탈삼진으로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오승환의 빅리그 첫 세이브였다.
6월 초까지만 해도, 세인트루이스 마무리는 트레버 로즌솔이었다. 하지만 로즌솔이 부진에 빠지자 마이크 매서니 감독은 오승환에게 마지막 이닝을 맡겼다.
오승환은 압도적인 구위로 메이저리그에 연착륙했다.
오승환은 팀에서 가장 많은 76경기에 나서 6승 3패 19세이브 평균자책점 1.92를 기록했다.
79⅔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55안타만 내줬다. 이닝당 출루 허용(WHIP)은 0.92로, 오승환이 마운드를 지킬 때는 1이닝당 평균 출루 주자가 한 명이 채 되지 않았다.
그는 9이닝당 삼진 11.64개를 기록하는 '탈삼진 능력'도 뽐냈다.
강정호는 '거포 내야수'의 입지를 굳혔다.
지난해 9월 18일 시카고 컵스와 홈경기에서 주자 크리스 코글란의 거친 슬라이딩에 왼쪽 무릎을 다쳐 5월 7일 세인트루이스전에서 올 시즌 첫 경기를 치른 강정호는 홈런 2방을 치며 화려한 복귀 신고를 했다.
출발은 늦었지만, 만회하는 속도는 무척 빨랐다.
강정호는 올해 102경기에서 타율 0.255(318타수 81안타), 21홈런, 62타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126경기를 뛰며 기록한 홈런(15개)과 타점(58)을 넘어섰다. 동시에 아시아 내야수 중 처음으로 한 시즌에 20홈런을 친 빅리거로 기록됐다.
미국 언론에 '강쇼'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할 만큼 인상적인 활약도 자주 펼쳤다.
9월 첫째 주에는 개인 처음으로 내셔널리그 이주의 선수로 뽑히는 영광도 누렸다.
8월말 어깨 부상을 당하고 성폭행 의혹으로 고소당하는 등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강정호의 입지는 더 단단해졌다.
빅리그 무대에서 맞대결하는 오승환과 강정호의 모습을 보는 것도 한국 팬에게는 큰 즐거움이었다.
둘은 4차례 맞대결했고 4타수 1안타(1피홈런) 1타점 1삼진을 기록했다. 우열을 가릴 수 없는 '무승부'였다.
◇ '기회만 다오' 김현수·이대호 = 김현수와 이대호는 제한된 기회에서도 한국인 타자의 능력을 과시했다.
김현수의 데뷔 첫해는 드라마틱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김현수는 시범경기에서 타율 0.178이라는 저조한 성적을 남겼고, 마이너리그에 내려보내려는 구단을 상대로 계약 조건에 포함된 강등 거부권을 행사했다.
볼티모어 팬들은 4월 5일 개막전을 앞두고 열린 홈구장 식전 행사에서 이런 김현수에게 야유를 퍼부었다. 벅 쇼월터 감독은 시즌 초 김현수를 백업 멤버로 썼다. 하지만 경기를 치를수록 김현수를 칭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현수는 메이저리그 첫해에 타율 0.302(305타수 92안타), 6홈런, 22타점을 기록했다. 기회는 많지 않았지만 그는 묵묵히 경기에 집중했다.
김현수는 9월 29일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방문경기에서 9회초 대타로 등장해 극적인 역전 결승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볼티모어의 포스트시즌 진출에 큰 힘을 실은 한방이었다.
시즌 초 그를 비판하던 미국 언론도 "김현수가 팀을 살렸다"고 했다.
이대호는 지독한 플래툰 시스템(투수 유형에 따라 선발 출전을 결정하는 시스템)에 시달렸다.
하지만 104경기에서 타율 0.253(292타수 74안타), 홈런 14개, 49타점의 준수한 성적을 올렸다.
이대호는 4월 9일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시즌 홈 개막전에서 3경기, 5타수 만에 빅리그 첫 홈런을 쏘며 한국인 빅리거 역대 최소 타수 홈런 기록을 세웠다. 한·미·일 1군 무대에서 모두 홈런을 치는 진기록도 작성했다.
이대호는 후반기 손바닥 부상과 타격 슬럼프로 한 차례 마이너리그에 다녀왔지만, 다시 메이저리그에 복귀해 시즌 최종전을 치렀다. 플래툰 시스템에 시달리긴 했지만, 그는 확실한 빅리거였다.
올해 처음 빅리그 무대를 밟은 최지만은 54경기에 나서 타율 0.170, 5홈런, 12타점을 기록했다.
◇ '부상의 덫' 류현진·추신수·박병호 = 안타까운 소식도 자주 들렸다.
다저스 왼손 선발 류현진은 지난해 5월 받은 왼 어깨 수술 후유증으로 고전했다.
그는 9월 29일 팔꿈치 수술을 받아 다시 재활에 돌입했다.
류현진은 올해 한 차례만 마운드에 섰다. 7월 8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 나선 그는 4⅔이닝 8피안타 6실점으로 부진했고, 곧 부상자명단(DL)에 올랐다.
이후 재활에 매달렸으나, 결국 수술대에 다시 오르며 시즌을 마감했다.
추신수는 올해 4차례나 DL에 오르는 불운을 겪었다.
결국 추신수는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된 이후 가장 적은 48경기에 나서 타율 0.242(178타수 43안타), 7홈런, 17타점으로 정규시즌을 마쳤다.
하지만 그는 만회할 기회가 있다. 10월 1일 빅리그에 복귀한 추신수는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덕에 가을 무대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프로야구 홈런왕 훈장을 달고 미국에 진출한 박병호도 부상으로 일찍 시즌을 마감했다.
박병호는 빅리그 데뷔전에서 안타를 치고, 3경기 만에 홈런포를 가동하는 등 시즌 초 강렬한 인상을 심었다.
하지만 빠른 공 공략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부진에 빠졌다.
6월부터는 오른손목 통증이 겹쳤고 결국 7월 2일 마이너리그로 내려갔다.
메이저리그에 복귀하지 못한 박병호는 62경기 타율 0.191(215타수 41안타), 12홈런, 24타점의 아쉬운 결과를 남겼다.
7월 이후에는 마이너리그 트리플A에서만 뛴 박병호는 8월 25일 오른손 중지 수술을 받아 시즌을 마감했다.
박병호는 한국에서 재활하며 2017년 도약을 꿈꾼다.
2016년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한 이대호, 오승환, 강정호, 박병호(왼쪽부터). [연합뉴스 TV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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