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대륙 전체가 온통 빨강색이다. planet.com이 자유국가와 독재국가들을 세계지도에 색깔 별로 분류해 그려 놨다. 독재국가는 빨강색, 자유국가는 노란색으로. 그 결과가 그렇게 나타난 것이다.
온통 빨강색의 유라시아 대륙, 그 끄트머리의 극히 작은, 그래서 눈에 잘 띠지도 않는 한 점이 노란색으로 칠해져 있다. 대한민국이다. 그 모양새가 그렇다. 광대한 유라시아대륙을 점령한 거대한 독재세력에 포위돼 있다고 할까. 그런 모습이다.
빨강색으로만 칠해진 이 독재국가들은 그러면 다 같은 체제인가.
“20세기의 독재체제가 대부분 1당 독재의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면 21세기의 독재체제는 1인 독재 형태가 많아지고 있다.” 포린어페어지의 진단이다. 멕시코의 제도혁명당(PRI)이 그 한 예로, 70,80년대 대부분의 라틴아메리카국가들은 군사평의회에 의한 군부독재체제 하에 있었다.
냉전종식 후 세계의 독재체제에는 한 가지 큰 변화가 일어 왔다. 1당 독재에서 1인 독재로의 전이(轉移)다.
조사에 따르면 1988년 세계의 독재, 내지 권위주의 형 국가 중 1인 독재체제는 23%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늘날에는 40%에 이른다. 그러니까 권위주의체제 세계에서 ‘1인 독재’는 일종의 대세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1인 독재의 그 대표적인 인물의 하나가 러시아의 푸틴이다. 터키의 에르도안도 이 범주에 들어간다. 그리고 덩샤오핑 이래의 집단지도체제를 무너뜨리고 당 ‘핵심’으로 불리게 된 시진핑도 빼놓을 수 없다.
하루가 멀다고 세계의 언론에 등장하고 있는 이 1인 독재자들의 모습. 다시 말해 1인 독재 체제의 전면부상을 많은 관측통들은 불안한 시선으로 응시하고 있다. 독재체재는 그렇지 않아도 상당히 부정적인 유산을 남기기 마련이다. 그 독재체제 중에서도 가장 최악의 결과를 불러 올 수 있는 체제가 바로 ‘1인 독재’이기 때문이다.
우선 위험하고 공격적인 해외정책을 취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크리스토퍼 웨이 등 정치학자들에 따르면 1인 독재자는 더 핵무기 개발에 광분하는 경향을 보인다. 민주체제에 무력도발을 해오기 일쑤이고, 국가 간 분쟁을 야기 시키는 경우가 많다.
쿠웨이트를 침공한 사담 후세인, 우간다의 이디 아민, 그리고 북한의 김정은이 그 케이스다. 국내적으로 아무런 견제세력이 없는 상태에서 1인 독재자들은 전쟁 등 무력도발에 나서는 경향이 높다.
같은 독재체제이지만 당 내 라이벌 세력이 존재하는 1당 독재 체제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모험주의적 행동에 주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푸틴의 크림반도 침공, 시리아사태 개입도 같은 맥락으로 간주된다. 반대세력은 철저히 봉쇄됐다. 게다가 언론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다. 이 같은 국내여건이 푸틴으로 하여금 무력도발을 용이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권력의 독점화와 함께 시진핑은 남중국해 등지에서 점차 공격적 자세를 취하고 있다.” 포린어페어지의 지적이다. 시진핑의 권력집중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그 시진핑이 군부와 해외정책 기구를 완전 장악했을 때 남중국해서의 도전은 말로 그치지 않고 군사행동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1인 독재체제는 체제유지를 위해 끊임없이 외부 ‘적대세력의 음해’를 국민에게 주지시킨다. 그 적대세력은 대부분의 경우가 미국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음해세력이 중국의 부상을 방해하고 있다’는 베이징의 선전선동이 그 전형적인 예다.
이 1인 독재체제들의 전면부상과 함께 앞으로 10여년의 세월동안 세계는 격동과 불안정한 시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 뒤 따르는 암울한 전망이다. 민주세계가 공유하는 가치관과 이상을 이해도 못하고 받아들이지도 않는다. 그에 따른 필연의 수순이라고 할까.
그 1인 독재체제들이 힘을 한데 모은다. 그러니까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거다. 그 때에는 그러면 어떤 결과가 올까.
“1940년 가을 일본, 이탈리아, 독일은 3국 동맹을 맺었다. 파시스트 주축국을 중심으로 유럽과 아시아에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간다는 것이다. 기존질서를 파괴하고 새 질서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7,000만의 인명이 희생됐다.” 월 스트리트 저널의 브렛 스티븐의 지적이다.
푸틴의 러시아, 시진핑의 중국, 회교 혁명정권의 이란, 그리고 에르도안의 터키가 새로운 클럽을 형성하고 있다. 새로운 독재자 클럽이다. 그 클럽이 동맹으로 굳어질 때 어떤 결과가 올까. 그에 대한 답을 암시적으로 던진 것이다.
지나친 해석이 아닐까. 그렇게도 보인다. 그렇지만 온통 빨강색으로 물들여진 유라시아대륙, 그 끄트머리에 한 점 노란색으로 칠해진 대한민국. 그 그림을 보노라면 결코 허튼 소리로만 들리지 않는다.
<
옥세철 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