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건강 때문에 고생하는 지인들이 많아졌다. 멀쩡해 보였는데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도 자주 들린다. 연령층도 점점 젊어지고 있다. 50-60대가 대부분이지만 40대도 덩달아 늘고 있다. 며칠 전에도 지인이 갑자기 쓰러졌다는 소식을 접했다. 골프를 치다가 정신을 잃었다고 한다. 라운딩을 하면서 자꾸 다리에 힘이 빠지는 것 같다고 해서 엄살(?)인줄 알았단다. 그런데 몇 홀 못가 휘청거리다가 넘어지면서 정신까지 못 차려 병원으로 옮겼다고. 다행인 것은 주위사람들의 신속한 조치로 무사히 깨어난 것.
그는 평소 건강해보였다. 담배는 조금 피지만 술도 안마셨다. 근데 왜 쓰러졌을까? 문제는 콜레스테롤에 있었다고 한다. 꾸준히 복용해야 하는 약을 얼마간 끊었다가 뇌졸중(stroke)을 경험하게 된 것이다. 이제는 후유증 없이 재발 예방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니 그나마 다행이다. 이젠 우리주변에서 뇌졸중이 가장 흔한 건강적신호로 꼽히고 있을 정도다.
뇌졸중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질환이다.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서 정상적인 혈액 공급이 이뤄지지 않는 상태다. 그로인해 뇌기능이 갑작스럽게 손상되는 질환인 셈이다. 혈관이 막히면 뇌경색, 혈관이 터지면 뇌출혈이라 한다.
대표적 증상은 운동마비, 감각마비, 언어장애, 의식저하 등이다. 주요원인은 고혈압과 동맥경화증. 당뇨, 비만, 소금과잉 섭취, 정신적 긴장, 음주, 흡연, 가족력 등도 영향을 미친다. 때문에 과로에 의한 누적된 피로는 고혈압, 부정맥 등 위험인자의 방아쇠를 당기는 역할을 한다. 고혈압을 방치하는 것은 자살행위와 같다.
당뇨는 동맥경화를 10년이나 빨리 진행시킨다. 당뇨환자의 혈액은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수치가 높고, 혈액의 끈적거림이 강해 쉽게 굳기 때문이다. 당뇨가 뇌졸중 발생률을 2-3배 높인다. 그러니 뇌졸중을 잘 일으킬 수 있는 뇌혈관 질환 위험인자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적당한 운동과 식생활 개선을 통해 혈액 속의 콜레스테롤을 낮춰야 한다. 건강한 혈관을 유지시키는 것이야 말로 불로장생인 셈이다.
뇌졸중은 ‘소리 없는 살인자’, ‘얼굴 없는 저격수’라고 불리는 아주 무서운 질병이다. 하지만 뇌졸중을 의심할 수 있는 위험 징후가 먼저 나타난다고 한다. 그 증상은 우선, 한쪽(또는 양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저리고 감각이 둔해지는 것이다. 한쪽 눈이 안 보이거나 물체가 두 개로 보일 때도 마찬가지다. 발음이 어눌해지거나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을 때도 위험 신호다. 갑자기 망치로 얻어맞은 듯 머리가 심하게 아프다면 가능성이 높다. 어지럽거나 술 취한 사람처럼 균형을 못 잡고 휘청거리면 거의 뇌졸중으로 봐야 한다.
이럴 때는 지체 없이 병원을 찾아가야 한다. 문제는 대개 본인 스스로 그런 증상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다. 그런 증상과 동시에 인지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당사자가 괜찮다고 해도 안심해서는 안 된다. 사고는 그렇게 방심할 때에 일어난다. 잠깐 휘청거렸을 뿐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때부터 이미 사망의 문턱을 넘고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의사들은 곁에서 목격한 사람이 신속하게 조치를 취해야 생명을 구할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혹자는 뇌졸중의 영어단어인 ‘Stroke’의 파자를 통해 뇌졸중을 진단하는 방법을 소개하기도 한다. 그에 의하면 S는 smile의 머리글자다. 뇌졸중이 의심되면 ‘웃어보라’고 한다. T는 talk의 머리글자. 한 두 단어가 아닌 ‘제대로 된 문장을 구사하라’고 한다. R은 raise의 머리글자. ‘두 팔을 높이 올려보라’고 한다. 이 세 가지를 평상시처럼 무난하게 잘한다면 'OK'다. 여섯 글자 중 마지막 남은 E는 응급실인 emergency의 머릿글자. 세 가지 중 한 가지라도 못하면 바로 ‘응급실로 가라’는 말이다. 이렇게 문제를 인지하고 3시간 이내에 치료가 이루어지면 뇌졸중에서 오는 결과를 역전시킬 수 있다고 하니 괘나 중요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뇌졸중은 ‘침묵의 시한폭탄’이다. 멀쩡하게 잘 지내던 사람도 갑자기 뇌의 기능이 마비되어 ‘억’하고 쓰러진다. 모든 질환과 마찬가지로 치료보다는 예방이 더욱 중요하다. 만성질환 등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건강검진은 건강한 삶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또한 본인과 가족을 위한 가장 뜻 깊은 선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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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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