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탱크부대가 샌퍼난도 밸리(LA)에 있는 내 집을 느닷없이 침공했다. 미명의 잠결이었지만 분명히 꿈결이 아니었다. 땅을 가르는 탱크바퀴의 굉음에 귀청이 터질 듯 했다. 작은 단층 목조집이 탱크에 받혔는지 요란하게 흔들리며 삐거덕거렸다. 침대가 바퀴 달린 듯 미끄럼질을 했다. 전기도 나갔다.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말로만 들었던 지진이었다.
지난 1994년 1월17일 새벽 4시반경에 일어난 이 ‘노스리지 지진’은 규모가 6.7이었다. ‘빅원’엔 미달이지만 그 진동은 북미주 도시 지역에서 일어난 역대 지진 중 가장 컸다. 남가주 일원은 물론 200마일 이상 떨어진 라스베가스에서도 감지됐다. 진도 6의 강력한 여진이 1분 후와 11시간 후 일어났고, 그 후에도 크고 작은 여진이 수천 차례 꼬리를 이었다.
피해도 엄청 컸다. 사망자가 60~70명(공식집계는 57명)에 달했다. 8,700명 이상이 중경상을 입었다. 전국 고속도로 중 가장 붐비는 샌타모니카 프리웨이(10번)를 비롯한 LA 일원의 여러 고속도로가 파손돼 교통지옥이 3개월간 이어졌다. 샌퍼난도 밸리에 사는 신문사 직원들 중에도 피해자가 있었다. 내 이종사촌 여동생의 노스리지 세탁소도 피해를 입었다.
그 악몽이 7년 만에 재현됐다. 시애틀지사로 전근온 뒤인 2011년 2월28일 아침 6.8 규모의 니스퀄리 지진이 터졌다. 신문사 주차장이 물결처럼 출렁였다. 주도 올림피아 인근이 진앙인 이 지진은 워싱턴 주 전역과 오리건, 아이다호는 물론 캐나다에서도 감지됐다. 한명이 심장마비로 죽었고 수백명이 다쳤으며 40억달러 가량의 재산피해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한국 경주 부근에서 5.8 규모의 강진이 일어나 전 국민이 공황상태에 빠져 있다. 노스리지나 니스퀄리 지진보다는 약하지만 한국의 역대 지진 중 가장 강력했기 때문에 사람들이 놀랄 만했다. 더구나 첫 지진 이후 1주일만인 19일 밤의 4.6 규모를 포함한 여진이 400 차례 이상 이어지고 있어 ‘빅원’이 올 전조가 아니냐며 국민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진을 밥 먹듯 겪는 이웃 일본인들과 달리 한국인들은 땅 속에 관한한(북한의 땅굴 말고는) 걱정이 없었다. 역사상 기록되거나 관측된 지진이 고작 2,600여 번이다. 한국의 대표적 활성단층인 영월 지진대에 속한 경주는 지진이 상대적으로 잦았다. 서기 779년(신라 혜공왕 15년)에 강력한 지진이 일어나 100여명이 숨지고 많은 집이 무너졌다는 기록이 있다.
지진은 자연현상이다. 하늘의 비처럼 땅속의 지진도 막을 수 없다. 비만큼 빈도도 잦다. 지난 1년간 감지된 1.5 이상 지진만 4만2,517번이다. 이틀 전엔 일본 지바현에서 6.3 강진이 또 터졌다. 비는 생명의 근원이지만 너무 많이 쏟아지면 ‘노아의 홍수’처럼, 최근 함경북도의 ‘100년만의 대홍수’처럼 엄청난 재앙을 초래한다. 지진은 크든, 작든 해만 끼친다.
경주 지진이 역대 최대 규모였지만 천만다행으로 인명피해가 전혀 없었고 재산피해도 미미했다. 심리적 피해가 더 컸다. 정부가 경주를 특별 재난지역으로 선포했지만 수도권에서도 강진이 일어날 수 있다는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정말 큰일이다. 지진 없이도 와우아파트와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가 맥없이 무너졌다. 서울은 고층아파트의 숲이다.
몇 주 전 한 산행 동료가 “북한의 무력도발을 피해 이민 왔는데 이제 미국본토가 북한 미사일의 사정권에 들었으니 역이민 갈 사람이 많겠다”고 농담했다. 모르는 소리다. 아마도 본국으로 역이민하려는 미주 한인들보다는 미국으로 이민 오려는 본국인들이 훨씬 많을 터이다. 한국이 가난했을 때나 북한 위협이 고조됐을 때마다 어김없이 이민 대열이 늘어났다.
‘하늘에는 안창남(비행사), 땅에는 엄복동(자전거 선수)’이라는 응원가가 한국에서 일제강점기에 유행했다. 둘 다 민중의 영웅이었다. 요즘엔 ‘하늘엔 북핵, 땅엔 지진’이라는 한탄가가 나올 만하다. 한국인들이 더 많이 이민 와야 한다. 삶의 질에서 한국은 미국에 여전히 족탈불급이다. 단 ‘금수저’들, 특히 반미 종북 좌파들의 이민은 사양한다. 이미 충분히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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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춘 시애틀지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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