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별이나 이혼한 경우, 수입 반토막·경비 그대로 새로운 예산안 마련을
▶ 재정결정 신중해야, 보험금으로 모기지 갚기 연금 가입 등 상담 필요
어느날 갑자기 혼자가 됐다.
다시 혼자가 된 이유가 배우자와의 이혼이건 사별이건 헤어짐에는 반드시 정서적 대가가 따른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둘에서 하나’로 찢어지면 예상치 못했던 경제적 대가까지 지불해야 한다.
기혼에서 독신으로의 역주행은 전혀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기존의 재정적 체크리스트를 철저하게 재검토해야 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프랜시스 파이낸셜의 재산관리전문가이자 재무설계 팀장인 아반티 라마니는 “갑자기 싱글이 되면 중요한 경제적 결정은 고사하고 대부분 일상적인 활동조차 할 수 없는 상태로 빠져들기 마련”이라고 지적했다.
한 가지 희소식은 이처럼 굵직굵직한 결정은 대체로 시간을 두고 처리할 수 있는 것들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재무상담가들은 되돌릴 수 없는 경제적 결정은 일단 숨을 돌린 뒤로 미루라고 권한다.
물론 즉각적인 대응을 필요로 하는 일도 분명히 있다. 배우자가 사망했다면 당장 장례계획을 세워야 하고 어카운트 명의도 바꿔야 한다.
그러나 이사라든지 모기지 잔액청산과 같은 보다 장기적인 결정은 시간을 두고 처리할 수 있다.
이혼도 수개월, 혹은 수년간 진행되는 절차다. 본인이 취할 수 있는 옵션이 무엇인지 생각할 충분한 시간이 있다는 뜻이다.
▲화급한 현안에 집중하라
공인재무설계사이자 ‘미망인을 위한 재무지침서’의 저자인 캐슬린 레히는 “성급할 결정에 수반되는 문제는 감정에 휩싸여 판단력이 흐려진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레히는 남편이 숨진 후 얼마되지 않아 자신을 찾아온 한 여성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 여성은 남편의 생명보험금으로 모기지를 갚았다.
얼핏 보기에는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결정이다. 모기지를 청산하면 월 페이먼트를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결정으로 그녀의 수중에 있던 현금이 모두 사라졌기 때문에 파도처럼 넘실대며 연이어 밀어닥치는 남편의 치료비 청구서를 감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미망인이 된 여성은 모기지를 갚기에 앞서 새로운 수입과 지출 전망에 바탕을 둔 예산안부터 작성해야 했다.
루비츠 파이낸셜그룹의 수석 준법감사관(chief compliance officer)으로 활동하는 린다 루비츠 분은 “가장 먼저 해야 할 작업은 수입원은 무엇이고 어디에 지출을 해야 하는지를 파악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혼자가 된 남성이나 여성은 경비가 이전에 비해 절반으로 줄지 않는다는 사실에 놀라곤 한다.
너무 빨리 행동을 취하다보면 나쁜 충고에 취약해질 수 있다.
레히의 고객 중 한 명은 남편이 사망하자 서둘러 은행으로 달려가 부부 공동계좌에서 그의 이름을 빼버렸다. 그녀의 상황을 전해들은 은행의 재산관리전문가는 연금을 비롯한 몇 개의 신상품을 내놓으며 구입을 강권했다.
레히는 “이런 경우 신상품을 강매하는 사람에게 흥미로운 제안이지만 지금 당장 결정을 내리기 힘들다. 재무설계사와 상의한 후 알려주겠다고 대답하도록 미망인 고객들을 훈련시킨다”고 밝혔다.
갑자기 배우자를 잃었거나 이혼한 사람들은 이전보다 수입이 적다는 사실에 당혹스러워한다. 2인 가구 유지비는 1인 가구에 비해 25%가 비싸다.
공인 이혼재무분석가이자 공인재무설계사인 크리스 첸은 “이혼한 고객들 중 상당수는 수입이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씀씀이를 줄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어린 자녀들과 함께 사는 집을 그대로 가지고 있을 것인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은 예에 속한다. 사람들은 그들의 집에 애착과 미련을 두기 때문에 그대로 쥐고 있기엔 경제적으로 무리라는 사실을 간과하려 든다는 설명이다.
좋은 어드바이스를 받는 것이 대단히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수입이 반토막이 난 상황에서 집을 그대로 갖고 있다간 10년이나 15년 후에 어떤 상황에 부딪히게 될지 상세히 설명해줄 조언자가 필요하다.
▲결승점으로 나아가라
많은 재정문제들은 시간을 두고 해결할 수 있지만 지나치게 시간을 끌어도 치명적인 결과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게 재무상담가들의 공통된 결론이다.
인사이트 파앤셜 스트래티지스트의 첸은 “이혼절차의 막바지에 도달하면 너무 지쳐 판단력이 흐려진다”고 지적했다.
다시 예를 들어보자. 첸의 클라이언트는 남편 연금의 절반을 갖게 되었다. 자신의 몫을 손에 넣기 위해서는 QDRO로 알려진 서류를 신청해야 했지만 이혼 후 18개월이 지난 뒤까지 그녀는 신청을 하지 않았다.
그녀의 전 남편은 심장마비로 갑자기 사망했다. 그러나 QERO가 없다는 이유로 인사부에서는 그녀의 몫을 주려들지 않았다. 결국 3년이라는 긴 시간과 적지 않은 법률경비를 지불하고 나서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루비츠 파이낸셜그룹의 루비츠 분 또 이혼을 하는 고객들에게 공동계좌를 닫고 재정적으로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루비츠는 이혼 후 3년이 흐른 다음 모기지를 신청했지만 기각 당했다. 이혼수속을 마친 뒤 남편이 파산을 신청했는데 그때까지 둘은 공동계좌를 그대로 갖고 있었다. 루비츠는 “신용보고서를 확인하지 않아 내 크레딧 등급이 전 남편의 것과 뒤엉켜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학습곡선(learning curve)을 예상하라
배우자와의 사별 혹은 이혼은 새로운 재정적 기술을 마스터 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배우자와 함께였을 때에는 반드시 그래야 할 필요가 없다.
서서히 바뀌고는 있지만 재정상담원들은 아직도 재정문제는 남성이 이끌고 여성은 다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전통적인 ‘성적 역할분담’에 익숙하다.
연방 센서스국에 따르면 과부의 평균 나이는 59세다.
많은 여성들은 남편이 사망한 후 10년 이상을 더 산다. 따라서 여성은 어느 시점에선가 스스로 재정을 관리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하이타워 어드바이저스의 파트너겸 매니징 디렉터이자 SO FEW로 알려진 커뮤니티 포럼 ‘소사이어티 오브 파이낸셜리 임파워드 위민’의 설립자인 로버트 셰인은 “재정적인 스킬을 습득하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외국어를 배우는 것과 같다”며 “스트레스가 심한 상태에서 불어나 이태리어를 배우면 많은 것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재정 스킬을 터득하는 것도 시간을 두고 천천히 해야 한다. 셰인은 “블로그와 경제 기사를 읽고 매일 한 개씩 재무관련 용어를 익혀두라”고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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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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