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사는 세상에는 질병이 없게 해주마!”부모로서 자녀에게 이런 약속을 할 수 있다면 그 기분이 어떨까. ‘생로병사’ 인간의 4가지 고통 중 ‘병’의 고통을 제거해주겠다는 것인데, 불가능해 보이는 그 일에 32살 아빠, 31살 엄마가 도전했다.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와 프리실라 챈 부부이다.
저커버그 부부는 지난해 12월 딸이 태어나자 딸 맥스에게 약속을 했다. 공개편지를 통해 페이스북 보유지분의 99%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공표하고 자선기구 ‘챈 저커버그 이니셔티브(CZI)’를 설립했다. 그리고는 지난 21일 부부는 그 약속의 일환으로 CZI에 앞으로 10년 동안 30억 달러를 투자, 딸이 살아가는 21세기 말에는 모든 질병을 예방, 치료, 관리할 수 있는 의료기술을 확립하겠다고 발표했다.
“맥스의 세대에는 모두의 삶이 극적으로 개선되어서 잃어버리는 생명이 하나도 없게 만들고 싶다”고 프리실라는 말했다. 샌프란시스코 종합병원 소아과 의사인 그는 평소 ‘아이가 백혈병’이라고 그 부모에게 알릴 때, ‘의사들이 애를 썼지만 아이를 살릴 수 없었다’고 그 부모에게 전할 때의 아픔을 토로했다. 이 모두가 인간의 몸과 질병에 관한 인류의 지식의 한계, 고통을 완화시켜줄 기술력의 한계로 인해 생기는 일이니 그 경계선을 멀찌감치 밀쳐내기 위해 기초과학 연구에 투자한다고 설명했다.
부부가 기대하는 대로 정말 질병 없는 세상이 도래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투자한 만큼 질병퇴치에 진전이 있어서 다음 세대의 삶이 전반적으로 개선될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부부의 재산 규모는 현재 552억 달러. 그 99%를 투자한다면 여러 분야에서 놀라운 변화가 가능할 것이다. 프리실라의 부모는 중국계 베트남 태생으로 난민선을 타고 미국에 왔다. 그런 그가 한세대 만에 오늘에 이른 것은 교육 덕분이라며 부부는 의학과 교육 지원에 특히 집중하고 있다.
같은 연배 젊은이들은 이제 겨우 취업 걱정할 나이에 이들 부부는 이런 원대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니, 사람의 삶이란 천차만별이다. 부럽고 존경스런 일이다. 워렌 버핏과 빌 게이츠가 주도하는 억만장자들의 기부운동 ‘기부 서약(Giving Pledge)’에 부부가 동참한 결과이다. 돈의 위대한 힘을 그들은 제대로 활용하고 있다.
부자는 돈이 많다는 점에서 공통적이지만 돈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두 부류로 나뉜다. 행복한 부자와 불행한 부자이다. 행복한 부자는 돈의 힘을 최대한 활용해 행복을 사들이는 사람, 불행한 부자는 돈의 족쇄에 묶여 행복을 잃어버리는 사람이다. 전자는 돈의 주인인 사람, 후자는 돈이 주인인 사람이다. 불행하게도 전자 보다 후자가 많다.
삼성, 현대, 동아, 롯데 등 한국의 재벌들 치고 형제 간 재산싸움 없는 곳이 거의 없다. 굳이 억만장자까지 갈 것도 없이 웬만큼 돈 있는 집안이면 형제들끼리 사이좋은 경우가 많지 않다. 자랄 때는 우애 있던 형제들이 돈 욕심에 눈이 멀어 원수가 되곤 한다. 마실수록 더 목이 마른 음료처럼, 돈은 가질수록 더 갖고 싶어지는 속성이 있다.
그래서 나오는 부자의 특성이 인색함이다. 가진 게 많으면 남들에게 더 후하게 나눠줄 것 같은데 실제로는 그 반대의 성향을 보인다. 한 예로 UC 버클리 연구진이 모노폴리 게임으로 실험을 했다. 연구진은 게임을 조작해 한쪽이 순식간에 부자가 되게 만들고 옆방에서 참가자들의 태도를 관찰했다. 그 결과 한낱 게임인 데도 불구하고 참가자들은 부자가 될수록 가난한 상대방에게 소위 ‘갑질’을 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말투가 위압적이 되고, 함께 나누게 되어있는 간식을 독차지하다시피 한다.
또 다른 실험에서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10달러씩 주고 각자 원하는 만큼 다른 참가자에게 기부하라고 했다. 그 결과를 보면 부유한 참가자일수록 가난한 참가자에 비해 기부 금액이 평균 44% 적었다.
부자들의 행복을 앗아가는 또 다른 특성은 고립이다. 부자가 될수록 남들과 심리적, 물리적 거리를 두는 경향이 있다. 우선 사는 곳이 대저택이다 보니 이웃과 마주칠 일이 거의 없다. 가난한 시절에는 서로 도움을 주고받느라 남들과 자주 어울리지만 부자가 되고 나면 그럴 필요가 없어진다. 그렇게 다른 사람들로부터 담을 쌓고 살면 행복과도 담을 쌓게 된다는 것이 관련 연구들의 결론이다.
재산이 많든 적든 돈이 족쇄가 되어 행복을 가로막는다면 슬픈 일이다. 돈은 있는데 도무지 행복하지가 않다면 방법은 있다. 돈의 힘을 제대로 확인해보는 것이다. 어려운 이웃을 돕거나 기부를 하면 왠지 더 부유한 느낌이 든다. 은행잔고 부자 보다는 마음의 부자가 행복한 법이다.
junghkw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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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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