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제자 도마는 예수의 부활 소식에 의심을 품었다. 그는 예수의 옆구리 못 자국을 만지고서야 부활을 믿었다고 성경은 기록하고 있다. 그래서 도마는 의심 많은 사람들을 일컫는 대명사가 됐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의심증을 가진 사람들이 사기꾼들에게는 종종 가장 손쉬운 먹이가 된다는 사실이다. 눈앞에 보이는 것 하나에 의심은 눈 녹듯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맹목적 신뢰가 들어선다. 사기꾼들은 이런 사람들을 집중적으로 노린다.
무수한 경고와 피해사례들에도 불구하고 반복되는 폰지 사기는 이런 수법의 전형이다. 얼마 전 동부지역에서 발생한 한인업체에 의한 폰지 사기가 바로 그랬다. 사기업체의 주장은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허황된 것이었다. 500달러를 투자하면 10만달러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며 투자가들을 현혹했다.
무수한 변수와 불확실성이 작용하는 투자세계에서 이런 수익을 올리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이것은 현실 세계의 경험과 사례들뿐 아니라 수학적 분석을 통해서도 입증됐다. 그런데도 말도 안 되는 이런 주장에 많은 사람들이 넘어가고 있다.
투자가들에게 ‘수익’(사실은 다른 투자가들의 돈)이 지급되는 것을 눈앞에서 보게 되면 과연 그런 고수익이 가능할까 라는 합리적 의심과 판단은 작동을 멈추게 된다. 그러면서 당장 올라타지 않으면 굴러온 기회를 놓칠 것 같은 조급증과 강박이 고개를 든다. 이성과 지성은 이런 강박에 깔려버린다. 폰지 사기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눈에 보이는 것은 손쉽게 믿어 버리는 인간의 보편적 성향 때문이다.
‘청담동 주식부자’로 널리 알려진 30세의 젊은이가 주식사기 행각으로 3,000명 이상에게 1,000억원 이상의 피해를 입힌 사건이 최근 한국에서 발생했다. 이희진이라는 이 청년은 술집 웨이터와 막노동판을 전전하다 “주식으로 거부가 됐다”며 방송에 출연해 지명도를 얻은 후 유사 투자자문회사 차려놓고 사기행각을 벌여왔다. 그는 “장외주식으로 2~10배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투자가들을 유혹한 후 자신이 헐값으로 구입한 장외주식을 이들에게 비싸게 팔아 거액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의심하는 사람들에게 이희진이 사용한 수법은 자신의 통장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그가 보여 준 통장에는 족히 100억원 정도가 들어 있었다는 것이다. 한 대에 30억 이상 호가하는 최고급 부가티 등 여러 대의 고가 자동차들도 투자가들의 믿음을 사는 데 한몫했다.
물론 이 통장과 고가의 자동차들은 그가 사기행각을 통해 모은 돈으로 만들고 산 것들이었다. 이희진의 통장과 자동차는 의심할 바 없는 성공의 징표였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집을 팔고 퇴직금과 적금을 깨는 등 평생 모은 재산을 탈탈 털어 사기꾼의 입에 넣어줬다.
오래전 한인사회를 발칵뒤집어 놓았던 ‘C 플러스 캐피탈 매니지먼트‘ 사건은 사기수법의 종합판이라 할 수 있는 케이스였다. 이 업체는 폰지 방식으로 수익을 지급해 다른 투자자들을 끌어 들였으며 대표는 호화스러운 사무실과 최고급 자동차로 자신의 ’성공‘을 과시했다. 꼬박꼬박 지급되는 고수익과 업체 대표의 ’연출‘에 깜빡 넘어간 많은 한인들은 자신에게도 투자할 기회를 달라며 매달렸다. 사기를 당하지 못해 애를 쓴 결과가 돼 버린 것이다.
투자사기에 넘어가지 않으려면 상식적 판단의 끈을 절대 놓아서는 안 된다. 골드만 삭스에서 수십년 동안 투자자문을 해 온 로버트 멘셜은 “사기 피해를 당하지 않으려면 개인의 건전한 판단이 가장 중요하다”는 원론적 조언을 한다. 남들이 어찌됐든, 누가 얼마를 벌었다고 하던 흔들리지 말고 그것이 과연 타당성 있는 비즈니스 모델인지, 그리고 합리적 수준의 수익인가를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사기꾼들은 눈속임용 도구들을 보여줌으로써 투자자들을 속이려 든다. 신앙의 세계에서는 보이지 않는 것까지 믿는 게 올바른 믿음일지 몰라도, 투자의 세계에서는 보이지 않는 것은 물론 보이는 것까지도 의심할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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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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