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살고 싶은 건 인지상정이다. 노인들마다 나름대로 장수비결을 몇 가지씩 실천한다. 금연, 금주는 기본이다. 소식하되 육류보다 채소를 주로 먹고, 걷기와 수영 같은 유산소 운동이나 취미활동에 정진하고, 친구들과 자주 어울리고, 화 내지 말고, 성생활을 가급적 유지하고…등등이다. 하지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장수비결이 하나 더 있다. 책을 읽는 것이다.
지난주 사회과학의료학회 저널에 발표된 한 연구보고서는 매주 최고 3시간 반을 독서에 할애한 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보다 그 후 12년간 죽을 확률이 17% 적었고, 주간 독서시간이 3시간 반을 초과한 사람들의 사망비율은 23% 적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책을 읽는 사람들은 읽지 않는 사람들보다 거의 2년간 더 산다고 이 보고서는 결론지었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로 불린다. 한국에선 벌써 독서 행사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가을은 실제로 책이 가장 안 팔리는 계절이다. 날씨가 방구석에서 책 읽기보다는 들로 산으로 쏘다니기에 좋기 때문이다. 오히려 나들이가 어렵고 밤이 긴 겨울이 독서계절로 제격이다. 가을이 독서의 계절인 건 책을 사도록 유도하려는 출판업자들의 꼼수라는 설이 그럴듯하다.
미국인들은 계절에 구애 없이 책을 많이 읽지만 굳이 독서계절을 꼽으라면 단연코 여름이다. 휴가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마다 책을 몇 권씩 꼭 챙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지난달 매서추세츠주의 ‘마사 포도원’ 섬에서 가족과 휴가를 즐기며 노예해방 운동의 실화소설 ‘지하철도’와 신간 스릴러 ‘기차 위의 소녀’ 등 5권을 읽었다. 총 2,000여 페이지 분량이다.
세계 최고 갑부인 빌 게이츠가 독서광이라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자신이 읽은 책을 중심으로 매년 여름 ‘권장도서 목록’을 개인 블로그에 발표한다. 팔로워들이 엄청 많다고 했다. 올해도 그는 공상과학 소설 ‘세브니브스(Seveneves)‘를 비롯한 5권을 추천했다. 시애틀 작가인 닐 스티븐슨이 쓴 이 소설은 오바마 대통령의 휴가 책 5권 중에도 포함됐다.
뉴욕타임스는 매년 전 세계 청소년을 대상으로 10주간 ’여름 독서대회‘를 개최한다. 한 주일간 뉴욕타임스의 종이신문과 온라인 판에 게재된 기사, 사설, 칼럼, 사진, 비디오 등을 읽거나 본 후 간략하게 코멘트를 제출하는 형식이다.
지난 6일 발표된 마지막 10차 대회의 우승자는 자랑스럽게도 한인 미셸 김양이었다. 수잔 백양과 김성빈군은 장려상을 받았다.
물론 꼭 종이로 된 책을 읽어야 독서하는 건 아니다. 청소년들과 밀레니얼 세대(1980년 이후 출생자)들은 컴퓨터, 태블릿, e-북(전자책), 스마트폰 등을 통해 더 많이 읽는다. 학교는 물론 교회에서도 성경책 대신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앉아 있는 신도가 크게 늘어났다. 모든 종이책이 종언을 고할 것이라는 예언이 지난 10여년 간 끊임없이 제기됐다.
하지만 책이 없어져서 ’컴맹세대‘들이 독서하지 못할 위험은 없다. 미국의 종이책 독자는 전자책 독자보다 여전히 2배 이상 많다. 퓨 리서치센터가 지난주 발표한 설문조사 보고서에서 전체 미국인의 거의 3분의2(65%)가 지난해 종이책을 읽었다고 했다. 전자책 독자는 28%였다. 지난해 미국에서 팔린 종이책은 총 5억7,100만권으로 1년간 1,200만권이 늘었다.
지난해 어떤 포맷으로든 책을 한권 이상 읽었다는 사람이 73%였고, 종이책만 읽는다는 사람이 10명중 4명꼴(38%)이었다. 미국인들의 연간 평균 독서량은 12권이었다. 한국인들의 독서상황도 비슷하다. 지난해 종이책 독서율은 65.3%, 모든 포맷을 포함한 독서율은 74.4%로 집계됐다. 성인들의 평균 독서량은 2013년 12.9권에서 작년엔 14권으로 늘어났다.
한국에선 청풍명월의 가을이 독서에 방해(?)가 될지 몰라도 시애틀에선 우기에 접어드는 가을부터가 독서의 적기다. 시애틀은 뉴욕, 보스턴, LA, 샌프란시스코 등과 함께 항상 전국 10대 독서문화 도시로 꼽힌다. 꼭 책만 찾을 필요는 없다 신문잡지를 읽어도 장수한다고 위의 사회의료학회 보고서는 밝혔다. 한국일보를 열심히 읽는 것도 장수비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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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춘 시애틀지사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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