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학 후 원하면 전공 바꿀 기회 몇번 있어
▶ 너무 전공에만 얽매여 선택할 필요는 없어
대학입시에서 전공을 위주로 한 선택을 할 것인지, 학교 명성을 위주로 한 선택을 할 것인지는 학생 본인의 운명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결정이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7회 한국일보 칼리지 엑스포에서 학부모들이 강의를 경청하고 있다. <박상혁 기자>
입시를 목전에 둔 수험생들은 대부분 명문대에 입학하고 싶어한다. 대부분의 한인 학부모들이 명문대에 대한 선호도가 높기 때문에 자녀들에게 전공보다는 명문대학 위주로 선택을 하게 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요즘은 명문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이 여의치가 않은 경우가 많아 전공이 중요하다는 식으로 많이 바뀌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이 먼저냐, 전공이 먼저냐를 놓고 많은 학부모들과 수험생들이 갈피를 못잡는 경우가 발생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일괄적으로 대학이 먼저냐 아니면 전공이 먼저냐를 결정하기보다는 본인의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권고하고 있다. 어쨌든 대학과 전공 선택은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일이니만큼 최종결정은 본인과 학부모가 심사숙고한 후에 결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선택이 될 것이다.
■먼저 너 자신을 알라
누구나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있지만 정말로 자기가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객관적으로 판단해서 결정하고 추진하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자녀들을 키우다 보면 분명 어릴 때부터 아이가 유난히 관심과 흥미를 보이거나 좋아하는 것들이 있는데, 지나고 보면 그것이야 말로 아이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일 수 있겠다는 후회를 하는 부모들이 많다.
학생들도 전공 선택에 관해서는 자신에게 솔직할 필요가 있고 스스로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대학진학에 앞서 전공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을 객관화시키는 것이다. 하고 싶은 일과 잘할 수 있는 일 사이에서, 즉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서로 괴리가 많이 생기지 않도록 조정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 일은 학생과 부모 모두에게 해당이 되는 이야기이다.
자녀의 진로를 결정하는 것은 학생 자신이지만 부모는 자녀에게 매우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부모의 조언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학생이 스스로에게 정직할 필요가 있다. 내면의 목소리를 잘 들어야 한다. 나는 이 분야를 좋아하는데 부모님은 졸업 후의 진로와 일자리 등을 고려해 전혀 다른 분야를 권한다면 이럴 때 단호하게 거절하고 자신의 성향과 원하는 전공이 무엇이라는 것을 밝힐 필요가 있다. 그러나 쉽게 결정하기 힘든 경우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생각할 필요가 있다. 급하게 서둘다가 오히려 시행착오를 겪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자신에게 솔직해야 한다
사실 자신을 가장 많이 아는 당사자는 바로 학생 자신이다. 또한 자녀의 성장과정을 옆에서 지켜본 부모의 역할과 조언도 무시할 수 없다.
대학에서 어떤 전공을 선택해야할지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가장 바람직한 조언은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다. 대학 진학을 앞둔 수험생은 일단 고등학교 카운슬러를 만나 조언을 구한다. 그리고 가족이나 선배에게 학창시절 어떻게 전공을 결정했는지 물어본다. 일찍 전공을 결정한 친구가 있다면 편하게 그 과정을 물어볼 수도 있다.
마지막 단계는 자신이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서 과거, 현재, 미래와 관련된 질문들을 던지고 이에 답변하는 것이다.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좋은 예이다.
1. 나는 어떤 커리어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가?
2. 어떤 일을 할 때 즐거움 또는 보람을 느끼는가?
3. 개인적인 관심사는 무엇인가?
4. 고등학교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받았거나 가장 좋아했던 과목들은 무엇인가?
5. 만약 커리어 적성검사를 받은 적이 있다면 어떤 결과를 얻었는가?
6. 특별한 기술이 있다면 무엇인가?
7. 커리어로 연결시키는 것을 고려할 만한 취미가 있는가?
8. 대학 졸업 후 살기를 희망하는 지역이 필요로 하는 커리어 분야는?
■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정확하게 분별한다.
장래희망에 대한 질문은 보통 이런 자녀들에게 어른들이 가장 많이하는 질문이다.
예를 들어 정치인이 되고 싶다고 해서 누구나 정치인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치인의 중요한 기능인 친화력과 스피치 능력, 리더십, 봉사정신 등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능력은 단기간에 길러지는 것도 아니고 또한 노력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다. 친화력과 사회성 등 천성이 어느 정도 뒷받침되어야 한다.
희망사항과 재능은 반드시 일치하진 않을 뿐더러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잘 한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자녀가 좋아하는 것을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문제는 좋아하는 것과 잘 하는 것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 데서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생긴다. 어릴 때부터 음악을 좋아해서 지휘자가 장래희망인 자녀가 있었다.
그런데 현실은 음악을 좋아한다고 지휘지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지휘자는 수많은 단원을 지휘할 수 있는 능력이 수반되어야 하는데 선천적인 재질을 타고 태어나야 가능하다.
자신이 정말로 음악을 즐기는데 지휘자 혹은 연주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정도의 능력이 아니라고 판단할 경우 오케스트라의 진행과 운영을 돕는 경영인 혹은 이벤트 진행자로 일할 수 있다. 즉 음악을 부전공으로 하면서 전공을 경영 혹은 비즈니스를 하는 등 현실적인 전공 선택의 접근방식을 취할 수 있다.
누구나 자기에게 특별한 능력이 부여되어 있는데 자꾸 자신이 잘 하지도 못하면서 하고 싶은 것을 쫓아갈 때 힘만 들고 시행착오를 범할 수 있다.
■ 대학과 전공 선택, ‘잘 하는 일-하고 싶은 일’ 사이 조화 이뤄야부모의 적극적 관심이 자녀 강점 파악 도움의대나 약대 등 전문대학원의 경우 학부 때 좋은 학점을 이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자신의 수준보다 약간 낮춰 하향지원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본보 칼리지 엑스포에서 홍영권 USC 의대교수가 강의하고 있다. <박상혁 기자>
■부모의 관심과 사랑이 자녀의 적성과 재능을 파악하는 데 중요하다
사랑하는 자녀가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 것을 가장 잘 알아야 하는 사람이 바로 부모이다. 그리고 강점을 최대로 잘 이끌어줘야 한다. 자녀가 스스로 재능을 일찍 알 수 있다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성공할 확률이 높다. 자녀의 적성과 재능을 무시하고 대학 진학을 위해서 혹은 취업을 위해서 자녀에게 맞지도 않는 전공을 강요했다가 후회하는 부모들이 많다.
따라서 부모는 아이의 강점을 가능하다면 일찍 발견해야 한다. 즉 자녀가 무엇을 잘 하는지 능력을 잘 살펴본다. 분명히 어린 시절 놀 때도 보일 것이고 학교의 성적표에서도 나타날 것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어른이 되었을 때 결국 자기가 잘 하는 분야에서 일을 하게 된다.
특히 부모는 자녀의 호기심이 무엇인지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호기심을 갖고 몰입한다면 결국엔 창의적인 사람이 될 수 있다. 자녀의 적성을 발견하기 힘들 경우 하루에 정말로 좋아하는 수업이 하나라도 있으면 거기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 대학을 선택하는 것도 전공과 연결되는 것이 좋다
한 남학생의 경우 수학에서 매우 뛰어난 능력을 보였다. 이 학생은 하버드와 MIT 등 명문대에서 모두 합격통지서를 받았다. 사실 수험생 자신은 MIT에 진학하고 싶어했다. 그런데 이 학생의 학부모는 그래도 모두가 선망하는 하버드에 진학하는 것이 낫겠다 싶어 결국 하버드를 택했다. 졸업을 앞둔 이 학생은 요즈음 수학이나 이공계통의 경우 하버드보다는 MIT가 진로 결정에 더 유리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물론 취업을 하는 데에 전혀 지장이 없지만 학교의 명성에만 의존해 학교를 결정하는 것이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게됐다.
■학교의 명성과 전공을 저울질 할 경우 실속 있는 판단이 중요하다
#1. 남가주에 소재한 한 약대에 재학중인 한인 여학생은 7년전에 미 동부의 명문대학과 남가주의 명문대학 등에서 입학 통지서를 받았다. 합격한 NYU, 보스톤 칼리지, 오벌린 대학 등을 칼리지 투어를 하고 남가주에서도 USC 등을 놓고 수개월간 고민을 했다. 여학생은 당시 전공을 결정하진 않았지만 큰 범주로 간호대, 약대 등을 진학할 생각을 하면서 과연 어느 학교를 가는 것이 나을지 저울질했다. 주변의 친지는 물론 입시전문가들과도 옥신각신하면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의예과나 약대입학에 유리한 사립대학을 최종적으로 결정했다. 여학생은 이 대학에서 우수한 학점을 이수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현재 재학중인 약대에 무난히 합격해 현재 약사의 길을 가기위해 대학원에서 학업에 매진중이며 당시 본인의 선택에 만족해 하고 있다.
#2. 올해 남가주의 한 의대에 입학한 한인 남학생은 이름을 대면 알만한 명문 사립대에서 입학 당시 50% 장학금을 오퍼받았다. 그러나 이 대학대신 이름은 덜 알려졌지만 의대 입학에 유리한 사립대학에 풀 장학금을 받고 입학했다. 당시 의대공부에 관심을 보였던 이 남학생은 4년동안 열심히 학업에 몰두한 결과 거의 완벽에 가까운 학점을 받아 의대에 입학할 수 있었다. 친구들처럼 이름이 잘 알려진 명문대에 입학하는 것이 원래 꿈이었지만 현실적으로 의대입학이라는 최종적인 목표를 놓고 경쟁이 약간 덜한 사립대학에서 우수한 학점을 이수함으로써 의대진학의 꿈을 이룰 수 있었다. 명문대에 입학도 하고 학점도 좋으면 금상첨화이겠지만 명문대에서 좋은 학점을 받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때문에 입학당시에는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좋은 결실을 맺게되었다.
■절대 서두르지 않는다
엔지니어링이나 비즈니스 전공 등의 경우에는 학부에서 전공을 미리 결정해서 입학하는 것을 선호한다. 왜냐하면 해당 교양과목이나 전공과목을 이수하지 않으면 상급 학년으로 진학할 수 없는 전공 상의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고등학교 학생 가운데 자신의 적성을 제대로 파악해서 전공을 결정할 수 있는 학생은 많지 않다.
대학에 들어가서 교양과목 등을 듣고 여러 경험을 하다보면 내가 관심이 있는 분야에 대한 식견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일부 전공을 제외하고는 자녀들이 서두르지 않고 자신의 커리어의 중요한 받침이 될 수 있는 전공을 올바르게 선택할 수 있도록 부모가 도우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전공을 선택할 때 선배들에게 튜더링을 받으면서 그들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도록 멘토가 있다면 큰 도움이 된다.
■정답은 없다. 상황에 맞게 신중한 결정을 내릴 필요가 있다.
전공이 먼저냐, 대학이 먼저냐를 놓고 입시철마다 많은 학부모들과 수험생들이 옥신각신하는 경우가 많다. 모든 학생과 학부모가 처한 상황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무엇이 먼저라고 단정짓기는 힘들다. 때로는 대학의 명성을 우선 순위로 한 결정이 맞을 때도 있기 때문에 무엇이라고 단정짓지 말고 각 상황의 장단점을 비교분석할 필요가 있다.
어드미션 매스터즈의 지나 김 시니어 디렉터는 “대학을 위주로 혹은 전공을 위주로 선택할 것이냐는 전적으로 학부모와 수험생 본인의 결정”이라며 “단지 학교보다는 전공을 위주로 한 선택이 실수할 확률이 적다”고 조언했다. 또한 미국대학의 경우 초기에 전공 선택을 잘못했다고 할지라도 몇 번이고 변경을 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전공을 고를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에 전공에 너무 얽매인 선택도 바람직하지않을 수도 있다. 결국 최후의 결정은 본인들의 몫이고 그 결정에 대한 책임도 스스로 질 필요가 있기 때문에 입시전문가들의 조언도 참고해야겠지만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최종적인 목표가 무엇인지를 염두에 두고 결정을 내리는 수밖에 없다.
“최후에 웃는 자가 최후의 승리자이다”
<
박흥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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