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무엇인가. 태어나 살다 죽음으로 가는 것이 삶인가. 삶에는 인생의 삶도 있고 다른 동물의 삶도 있다. 다른 동물에게도 삶이란 이름을 붙여 주는 것은 그들도 태어나 살다, 죽음으로 들어가는 것이 인간과 별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사람과 동물의 삶도 있지만 다른 것들의 삶도 있다. 그것은 식물을 포함한 모든 생체계의 삶이다.
유기체 철학은 세상의 모든 것을 살아 움직이는 삶으로 관찰한다. 지구와 하늘과 태양을 포함한 우주도 살아있는 생체로 풀이한다. 더더구나 수 만년 움직이지 않고 한 자리에 버티고 앉아 있는 큰 바위덩어리도 살아있음으로 해석한다. 그런 해석 자체는 바위를 쪼개어 들어가다 보면 분자와 원자가 살아 움직이고 있음에 근거한다.
영국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알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는 근대 철학을 집대성하여 과정철학을 내놓았다. 그가 주장하고 있는 과정철학은 사물의 존재를 사물의 형성 과정으로 본다. 풀어보면 존재(being)하는 것은 형성(becoming)되는 과정으로, 존재한다는 그 자체는 존재되어짐의 과정으로. 그러기에 실재(實在)함은 곧 과정을 뜻한다.
화이트헤드의 과정철학을 잘 설명해 주고 있는 그의 책 <과정과 실재(Process and Reality)>에서 그는 “실재는 곧 과정으로 흐름을 중심으로 보면 과정이 되고 관계를 중심으로 보면 유기체(有機體)가 된다”며 자신의 철학을 유기체적인 세계관에 기본을 두고 있음을 말한다. 과정철학은 21세기의 현대신학인 과정신학으로 입문된다.
과정철학은 결론도 중시하지만 과정을 더 중시한다. 결정되어진 목적에는 반드시 과정이 있는데 그 과정 안에서도 결정을 즉, 목적을 이루어내는 관계성을 아주 중요시한다. 특히, 관계성은 모든 것을 집합시키는 과정단계로 관계되는 상대적인 연합과 집합 혹은 합생(合生) 없이는 어떤 결정도 또 목적도 이루어질 수 없음을 설파한다.
나를 있게 한 어머니와 아버지.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의 관계 속에서 나라는 존재는 태어난다. 나라고 하는 한 인간의 태어남의 결정론에 앞서서 펼쳐진 어머니와 아버지의 관계가 더 중요시되는 거다. 또 어머니와 아버지는 각각의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사랑 안에서 존재하게 됐으며 그 관계성은 대대를 이어져 온 조상까지 올라간다.
한 사람의 존재가 있기 위해서는 수없이 많은 관계의 집합이 수백 수천 년 동안 계속되어져 내려왔음을 부인할 순 없다. 그 관계성 안에는 디엔에이(DNA)와 유전도 포함된다. 그러기에 한 사람의 존재가치는 그만큼 귀한 것이다. 육적인 것도 그렇지만 여기에 영적인 것까지 관계시키면 실로 인간의 삶 자체는 경이로움이 아닐 수 없다.
사람 몸 안엔 수백억만 마리의 몸을 이롭게 해주는 유기체적 미생물이 함께 존재한다. 어찌 보면 내가 나를 위해 살아가는 게 아니라 내 몸속에서 자신의 몸과 서로 소통하는 그들을 위해 살아가는지도 모를 일이다. 내가 먹는 음식의 영양분을 그들도 섭취하는 등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관계성을 사람과 그들은 맺고 있기에 그렇다.
한 잎의 생명인 꽃이 피기 위해서는 햇빛과, 흙과, 바람과, 물이 서로 관계되고 연합하여 합생 되지 않으면 필 수 없다. 하물며 한 인간의 삶이랴. 태어남 이전에 서로 얽힌 관계성. 태어남과 생 속에 얽히는 관계성. 자라고 살아가며 얽히는 관계성. 죽기까지 가며 오고가는 관계성. 죽음이후에 남겨놓는 관계성. 관계의 이어짐이다.
화이트헤드는 뉴톤이나 칸트의 결정론적 사고방식을 거부한다. 그러니 화이트헤드의 과정철학 안엔 운명론자들은 설 자리가 없게 된다. 인간의 삶 역시 그렇다. 언제든 개선되고 좋아질 수 있는 게 사람의 삶이다. 결정된 운명이란 거부되기에 그렇다. 태어남, 살아감, 죽음 모두 운명이 아니라 삶에의 과정일 뿐이지 않겠는가.
오늘 하루의 삶은 형성되어지는 생의 일부분이다. 그러니 오늘을 열심히 살아야 하는 거다. 내가 존재하는 것은 내가 형성되어지는 과정일 뿐, 끝은 아니다. 죽음도 마찬가지. 영적인 또 다른 세계로 향하여 가는 과정의 일부분일 거다. 길을 가다가 돌이 있으면 차지 말아야지. 그 돌도 존재란 삶의 과정을 살아가고 있음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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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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