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한국 대표팀에 두산 베어스의 에이스인 더스틴 니퍼트를 발탁할 가능성이 제기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뉴시스>
“우완 선발투수가 없다.”
내년 3월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나설 한국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김인식(69) 감독은 5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작년 프리미어 12에서도 우완 투수가 없어서 걱정을 많이 했다. 이번 WBC에서도 많이 고전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완 투수가 숫자상으로도 모자라지만, 뛰어난 투수가 없는 게 걱정”이라고 고민을 토로했다.
리우올림픽에 출전한 축구대표팀을 두고 ‘골짜기 세대’라는 말이 나왔지만, 이는 한국 야구계에도 적용할 수 있다. 류현진과 김광현, 윤석민, 양현종 등 리그를 대표하는 선발투수가 등장했던 것도 벌써 10년 전이며, 이후 리그를 호령하는 거물급 투수의 등장은 맥이 끊겼다.
2006년 1회 WBC는 박찬호, 김병현, 김선우, 봉중근, 구대성 등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던 해외파에 국내 정상급 투수까지 모두 포함해 ‘드림팀’을 꾸렸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은 류현진과 김광현, 윤석민까지 걸출한 투수진을 앞세워 9전 전승 금메달을 수확했고, 2009년 2회 WBC 역시 이들을 주축으로 준우승을 달성했다.
하지만 2013년 3회 WBC는 류현진과 김광현, 봉중근까지 ‘좌완 삼총사’가 모두 빠지며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를 받았고, 성적 역시 좋지 않았다. 작년 프리미어 12 역시 우완 기근에 시달렸고,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한 윤석민 대신 일본프로야구에서 활약하는 이대은이 대표팀에서 활약하며 공백을 채웠다.
김 감독의 걱정처럼, 현재 KBO 리그에는 압도적인 우완 토종 에이스가 보이지 않는다. 국내 우완 투수 중 리그 평균자책점 1위는 신재영(3.78)이고 그 뒤를 윤성환(4.41)과 류제국(4.41)이 뒤따른다. 올해 규정이닝을 채운 국내 우완 투수는 이들 3명뿐이고, 모두 국가대표 경험이 부족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두산의 에이스로 활약중인 용병투수 더스틴 니퍼트가 주목받고 있다. 2011년 두산에 입단한 니퍼트는 올해로 6년째 KBO 리그에서 활약 중이며, 올해는 19승3패 평균자책점 3.03으로 리그 다승과 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 중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야구의 세계화’를 기치로 내걸어 창설한 WBC는 국가대표 선발 기준이 열려있다. 국적과 무관하게 대회 출전이 가능한데, 부모 중 한 명의 국가를 선택해 출전하는 게 가능하다.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해당 규정을 이용해 1회 대회는 미국, 2회 대회는 도미니카 공화국 대표로 출전하기도 했다.
영주권을 가진 선수도 대표팀에 선발할 수 있는데, 니퍼트는 대한민국 영주권 취득 자격을 갖췄다. 대한민국 국민의 배우자로 국내에 2년 이상 체류한 사람(결혼 당시 체류 기간이 2년이 넘어도 해당)은 영주권 취득이 가능하다. 지난해 말 한국인 여성과 결혼한 니퍼트는 영주권 신청 자격을 갖췄지만, 현재는 취업비자로 한국에 머물고 있다.
정금조 한국야구위원회(KBO) 운영부장은 “아직 내년 WBC 대회요강을 전달받지 못했지만, 지난 대회요강에는 ‘영주권을 가진 자 혹은 영주권 취득 자격을 충족해 신청, 발급을 대기 중인 자도 대표 선발이 가능하다’는 부분이 있다”고 확인했다.
다만 정 부장은 “그렇다고 해서 KBO에서 니퍼트를 당장 선발할 뜻이 있다는 건 아니다. 기술위원회에서 검토에 들어간 문제도 아니다. 대회요강을 확인해야 하고, 선수 본인 의사도 중요하다. KBO는 (선발을 대비해) 절차상 문제가 있는지 미리 점검하는 차원이며, 이번 대회요강이 나와봐야 (니퍼트의 대표 선발이 가능한지) 최종 확인이 가능하다”면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중요한 건 선수 본인의 출전 의지다. 두산 구단 관계자는 “니퍼트 선수에 대해 말이 나오는 건 알고 있지만, (KBO로부터) 어떠한 이야기도 듣지 못했다. 선수 본인도 이러한 주제로 이야기를 꺼낸 적이 없다”면서 “지금은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대회는 내년 3월이지만, 벌써 특히 KBO에서 징계를 받은 상태인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대표 선발 여부를 놓고 많은 말이 오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아직 내년 대회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았고, 엔트리 확정까지도 시간적 여유가 있다. 정규시즌 막판인데, 시즌 뒤에 본격적으로 논의를 시작해도 늦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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