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지인은 라카냐다의 주택을 약 150만 달러에 팔고 글렌데일 지역의 한 작은 콘도로 이사했다.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집을 왜 팔고 다운사이즈 했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이제야 고백하지만 몇 년 전 무리하게 집을 산 후 한 번도 몸과 마음이 편한 적이 없었다. 재정적 부담은 말할 것도 없고 …. 집이 안식처가 아니라 감옥 같았다. 사업을 한다고 1,2차 모기지와 에퀴티 라인까지 뽑아 사실상 깡통주택 수준이었지만 그래도 집을 뺏기지 않고 팔 수 있어 그나마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 집에 살면서 매달 모기지와 에퀴티 페이먼트를 내고 나면 생활비를 걱정해야 했다고 그는 말했다. 거기다 1년에 두 번씩 꼬박꼬박 날아오는 재산세를 낼 돈이 없어 크레딧 카드로 지불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고 한다.
그는 방 2개의 40만 달러 대 작은 콘도로 이사를 하고나니 마음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고 한다. 자녀 중 한명은 대학 기숙사에 가있고, 직장 일을 시작한 맏이와 아내 등 3명이 살기에 큰 불편이 없다고 한다.
사실 그동안 그는 기자에게 “어떻게 같은 타운하우스에서 18년이나 살 수 있나, 지겹지도 않느냐. 더 큰 집으로 이사하는 것이 아메리칸 드림 아니냐”며 수차례 ‘핀잔’을 준 당사자이어서 그의 고백이 더욱 마음에 와 닿았다. 그는 요즘 주위에서 비슷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만날 때 마다 “집은 과시용이 아니라 안식처가 돼야 한다”고 ‘전도’를 하고 다닌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한인들은 내 집 욕심이 세계에서 두 번째 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과하다. 집도 이왕이면 크고 비쌀수록 더 좋다. 비싼 집을 샀으니 조금 더 무리해서라도 자동차 역시 집 ‘수준’에 맞게 고급차를 굴려야 한다.
이 정도 되면 집과 차는 실용성을 넘어 과시용 전시물이 된다. 고기 살 돈이 없어 라면을 끓여먹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다. 말 그대로 ‘눈물 젖은 라면’이다.
그런데 최근 미국 주택시장에서는 초소형 주택을 지칭하는 ‘타이니 홈’(tiny home) 열풍이 거세다. 주택전문 채널들에서는 이미 고정 인기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았다. 타이니 홈은 실내 면적이 400평방피트 이하인 주택을 지칭한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 살고 있는 집을 팔고 다운사이즈하는 경우가 절대 다수인데 신혼부부부터 아이가 있는 부부, 은퇴부부 등 다양하다.
이들이 살고 있는 집은 우리가 볼 때 그저 평범한 집이다. 그런데도 이들은 모기지 페이먼트에 묶여 사는 인생에서 벗어나 여유롭게 여행도 하면서 살고 싶다고 한다. “한번 사는 인생인데 부채의 족쇄에서 벗어나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것이다.
이들이 구입하는 타이니 홈 중 상당수는 200~300평방피트 크기이고 차로 옮길 수 있어 한동안 살다가 싫증이 나면 집을 통째로 옮길 수도 있다. 타이니 홈이라도 갖출 건 다 갖췄다. 가격은 5만 달러 이하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현금으로 살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이들은 타이니 홈으로 이사하면서 소유의 개념이 기본적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이전 집에 살 때는 몰랐는데 쓰지도 않는 가구와 옷, 물건들을 엄청나게 쟁여놓게 살고 있었던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고 한다.
무리하게 집을 구입해 재정적 파산과 함께 고통을 당하는 사람이 미국에는 아직 많다. 연방 정부는 지난주 깡통주택 소유주를 대상으로 하는 대표적인 구제 프로그램인 ‘주택 재융자 프로그램’(HARP)를 내년 9월30일까지 1년 연장키로 결정했다. 이 프로그램의 시발점, 나아가 지난 2008년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의 시발점 역시 서브프라임(비우량) 모기지로 무리하게 주택을 구입했던 주택 수백만 채가 깡통주택으로 쏟아져 나오면서 비롯됐다는 것을 감안하면 분수에 맞는 주택 구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미국에서 내 집은 잘만 갖고 있으면 에퀴티가 차곡차곡 쌓이면서 재산목록 1호가 된다. 그런데 성공적인 내 집 마련은 감당할 수 있는 집을 사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또 집을 담보로 무리하게 2차 모기지나 라인오브 크레딧 등 현금을 꺼내지 말고 에퀴티를 꾸준히 쌓으면서 페이먼트 부담을 낮추는 등 집을 잘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따른다. ‘내 집’은 외부 과시용이 아니다. 몸과 마음을 푸근하게 해주는 진정한 안식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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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환동 경제부장·부국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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