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대낮 햇살은 뜨거우나 아침저녁엔 제법 가을바람이 분다. 9월 첫째 주 월요일인 노동절을 계기로 절기는 가을로 접어든다. 노동절 연휴이후 모든 초중고, 대학교가 시작되는 백투스쿨 시즌이기도 하다.
직업의 종류를 막론하고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근로자, 또는 노동자라고 한다. 오늘날 8시간 근무제를 하는 노동자들은 이번 황금연휴동안 다들 계획이 있을 것이다. 3일간 집에서 푹 쉬기도 하고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아니면 노동절 대폭세일 샤핑을 즐길 것이다. 다들 이 날이 연방공휴일인 것은 알아도 노동절의 효시가 8시간 노동을 향한 노동자들의 투쟁결과라는 것은 잘 모르고 있다.
노동절의 유래를 살펴보자. 18세기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자본주의가 출범하며 유럽이나 미국의 노동자들은 장시간 노동과 열악한 노동조건아래 혹사당했다. 1886년 5월 1일 시카고 풀만철도회사 근로자들은 하루 12시간, 휴일도 없이 7일내내 일하는 것에 항의하여 8시간 노동을 요구하는 파업시위를 일으켰다.
시위가 고조되는 과정에서 경찰의 발포로 노동자가 사망하자 항의집회가 헤이 마켓 광장에서 개최되었다. 20만 명의 노동자와 가족들의 거리 집회가 해산되기 직전 헤이 마켓 광장에 폭탄이 투척되어 경찰과 시위군중이 심하게 충돌하고 시위주동자 8명이 체포되었다. 이들은 사형 또는 금고형을 선고받았다.
1889년 파리에서 열린 제2인터내셔널 창립대회에서는 시카고에서의 희생을 기념해 5월 1일을 미국 노동자들의 단결의 날로 정했다. 미국은 시카고 노동자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오랜 시간 투쟁을 거쳐 10시간의 벽을 지나 8시간 노동법이 제정되었다.
1894년 그로버 클리블랜드 미 대통령은 노동자들을 달랠 필요가 있었다. 그런데 공산주의라면 질색 하는 미 정부는 이미 국제노동자의 날이 된 5월 1일(May Day)을 9월 첫째 주 월요일로 바꿔버렸다. 헤이 마켓 사건의 상처를 헤집는 것을 원치 않았던 것.
클리블랜드 대통령은 헤이마켓 사건보다 앞선 1882년 미국 노동운동의 선도 조직 중 하나인 뉴욕중앙노조가 9월 5일 노동절을 기렸고 이후 다른 주에서도 9월 노동절을 기념한 바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래서 9월 첫째주 월요일이 노동절이 되었다. 1810년 협동조합운동의 창시자인 로버트 오웬은 하루 10시간 노동을 요구했다가 1817년 8시간 노동일을 정식화 했다. 그의 모토는 ‘8시간 노동-8시간 재충전-8시간 휴식이었다.
여기서 우리는 노동 후 재충전, 휴식이란 단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재충전 방법으로 자신의 전문분야나 직업 관련 공부, 능숙한 기술 익히기, 책 읽기, 좋아하는 스포츠나 게임, 영화감상, 음악감상, 스포츠 댄스, 그림 그리기 같은 취미생활이 있다. 물론 충분한 영양섭취도 이에 들어간다.
상황이 힘들고 지칠수록 활력을 재충전하여 힘을 새롭게 축적해야 한다. 머리든 몸이든 재충전할 시간을 주어야 다시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다. 또한 휴식처럼 중요한 것도 없다. 실컷 자거나 여행, 명상, 선탠, 요즘 유행하는 멍 때리기, 기타 기분전환이 되는 것들이 모두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 휴식은 새로운 의욕을 불어넣는다.
열심히 일 한 다음에는 잘 쉬어 주어야 노동-재충전-휴식, 이 삼박자가 잘 굴러간다.
요즘 우리의 현실은 별로 밝지 않다. 아직 직장을 못 구한 대학과 대학원 졸업생, 취직을 했다고는 하나 연봉이나 대우가 낮은 직장인, 전공과 상관없는 파타임 잡 등 구직난은 심각하다.
2014년~2015년 전반적인 글로벌 고용시장이 안정을 되찾았다고는 하나 올해 원자재 시장 불황으로 실업률은 급격히 악화되었다. 최근에 파이낸셜타임스는 유엔 산하 국제노동기구((ILO) 보고서를 인용, 올해 전세계 청년 실업자가 약 50만명 늘어 총 7,100만명에 달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새로운 비즈니스를 여는 자영업자가 줄어드니 취업장이 점점 줄고 사람이 일할 자리를 기계가 대신 하는 것도 한 원인이다. 이렇게 일자리가 없어지니 점차 노동자도 줄고 있다. 훗날, 노동절도 사라지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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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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