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 시즌이다. 느지막하게 일어나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아이팻이나 TV에 꽂혀 뒹굴뒹굴 여름날을 보내던 아이들의 일상이 바뀌었다. 아침 일찍 벌떡 일어나 학교로 향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부모들은 속이 시원하기도 하고 한편으로 긴장이 되기도 한다.
한 학년 올라간 새 학기부터 아이들 공부를 또 어떻게 챙겨줘야 하나 - 학부모로서의 숙제가 시작되었다. 아이가 11학년쯤 되면 부모에게는 막연한 긴장을 넘어 구체적 스트레스가 밀려든다. 대학진학이 확정되기까지 앞으로 2년, 부모와 자녀는 평생 싸워본 적 없는 싸움을 원 없이 싸워보게 될 것이다. 얼마나 많은 “다 너를 위해서~” “제발 나 좀 내버려둬요!”가 반복될 것인지, 기대하시라.
이번 주 타임이 아주 특별한 가족들을 소개했다. 타임은 자녀들이 하나같이 성공한 9가족을 선정해 각 가정의 자녀 양육방식을 분석했다. 형제자매가 같은 분야에서 성공한 경우 그리고 부와 명성을 대물림한 명문가는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단순히 돈이 많거나 유명한 것을 넘어 리더십, 사회봉사, 성취 면에서 정상에 오른 형제자매들의 이야기인데, 한 가정에 한명도 아니고 모두가 그런 성공을 거두었으니 도대체 어떻게 자녀를 키웠는지 관심이 가지 않을 수가 없다.
우선 눈에 띄는 이름으로 시카고 시장인 램 엠마누엘, 유투브 CEO 수잔 워지츠키 등이 있다. 엠마누엘 가정에서는 시민운동가로 활동했던 엄마와 소아과 의사 아버지 밑에서 삼형제가 자랐다. 정계에 진출한 램 외에 제크는 U펜의 부총장으로 오바마 케어 법안 작성을 주도한 생명윤리학자이고, 아리는 할리웃의 대표적 탤런트 에이전시를 운영하고 있다.
워지츠키 가정에서는 스탠포드 물리학과장인 아버지와 교사 출신 엄마 밑에서 세자매가 자랐다. 세 딸들은 유투브 CEO 외에 UC샌프란시스코 교수, 테크놀로지 회사 창업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 외 각 가정 자녀들이 ABC 엔터테인먼트 회장, 작가, 화가, 록스타, 패션디자이너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들 가족은 민족, 소득, 거주지 등에서 제각각이지만 부모들에게 두 가지 공통적 요소가 있다. ‘이민’ 과 ‘교육가’이다. 한 가정을 제외한 모든 가정에서 부모 중 한사람이 이민자이거나 교육가였다. 엄마나 아버지가 교사/교수인 가족은 7가족, 이민1세이면서 교육자인 경우도 5가족이나 되었다.
이민자와 교육가의 공통점은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 교육가는 교육의 전문가로서, 이민1세는 소수계로서 살아남을 자산으로 후세의 교육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워지츠키의 전직교사 엄마는 조기교육에 대한 확신이 강했다. 딸들이 걸음마를 배울 때부터 미술이나 공작을 시키고, 매주 도서관에 데리고 다니며 읽기와 산수, 수영을 가르쳤다. 태어나서 5살까지의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그는 믿었고 효과가 있었다.
‘이민’은 자녀들에게 희망으로 그리고 압박감으로 성취욕을 자극한다. 9가족 중 푸에르토리코 이민 가정의 아빠는 20년 동안 매일 밤 잠든 딸들의 침대 옆에서 기도하듯 속삭였다. “할 수 있어, 할 거야(I can and I will)”를 딸들의 무의식에 주입시키기 위해서였다. 세 딸은 투자펀드 파트너, 병원 의료 디렉터, 골든 글로브 수상 배우로 성공했다.
아울러 부모의 헌신에 보답하고, B학점을 용납하지 않는 부모의 높은 기대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압박감이 이들 이민가정 자녀들을 정상을 향해 달리게 만든 것으로 분석된다.
‘호랑이 엄마의 승전가’라는 책을 써서 주목을 받았던 에이미 추아 예일대 법대 교수도 비슷한 분석을 했다. 그는 미국에서 성공하는 소수계의 특징으로 세가지 요인을 꼽았다. 중국계, 한국계, 인도계 등 이민자 그룹, 소수 종교인 몰몬 교도가 부상하는 것은 우월감과 불안감 그리고 충동 억제력 덕분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민족적(종교적) 자부심에서 오는 우월감, 반면 주류가 아닌 데서 오는 불안감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성공에 대한 투지를 강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필수적인 것이 미래를 위해 현재의 모든 유혹들을 물리치는 힘이다.
문제는 이 모두를 부모의 강압에 의해서가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의 9가족 자녀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부모의 간섭을 별로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신이 원해서 해야 멀리 갈 수 있다는 사실을 그 부모들을 알았다.
자녀들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성공의 길로 인도할까. 시작은 좋은 습관이다. 할 일이 있으면 놀고 싶어도 참고, 힘들어도 이를 악물고 끝내는 버릇을 어려서부터 길러주는 것이다. 그리고 옆에서 응원해주는 것이다. 학과 공부는 그 다음이다.
junghkwon@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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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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