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존재의 귀중함이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생명이 가진 가치는 세상에 유일무이하기에 그 어떤 가치보다 값지고 귀한 것이기에 그렇다. 특히 인간으로 태어난 생명은 세상에 그 어떤 다른 생명보다도 귀하다. 그 존재의 그 귀중함이랴!
그런 귀한 생명을 사람도 아닌 반려견이 한 어린 아기를 구한 후 죽은 일이 방송에 의해 전해졌다. 8월20일,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의 한 가정집에서 불이 났다. 불난 집안엔 8개월 된 여자아이 비비아나와 이 집의 반려견인 폴로만 있었다. 비비아나의 엄마 포렘스키가 아기를 2층에 두고 차에서 물건을 꺼내려 잠깐 내려온 사이에 불이 난 거다. 불과 연기 때문에 집안에 들어가지 못한 포렘스키는 발만 동동 구룰 수밖에 없게 됐다.
불자동차가 오고 불은 진화됐다. 엄마가 올라가 보니 놀라운 현상이 벌어져 있었다. 반려견 폴로가 아기를 감싸고 길게 누워 있었던 것. 아기는 얼굴과 팔과 몸에 화상을 입었으나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고 비비아나를 감싸고 있던 폴로는 심한 화상을 입었다. 그리고 동물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생명을 잃고 말았다.
비비아나의 엄마 포램스키는 폴로는 비비아나가 태어나기 전에 우리의 첫째 아이와 같이 어디든 따라다니던 보물 같은 존재였다며 폴로의 죽음을 슬퍼해했다. 살신성인이 아닌 살견성인이다. 폴로는 아이를 감싸서 불이 더 심하게 아이에게 다가옴을 막아주고 스스로 목숨을 던진 거다. 폴로는 의로운 견(義犬)이 되었다.
한국 고사 중에 고려시대 문인인 최자가 쓴 보한집(1230년)에 나오는 오수의 개가 있다. 전라북도 임실 오수란 마을에서 한 사람이 술이 취해 풀밭에 쓰러져 잠든 사이 불이 났다. 주인이 쓰러져 있는 것을 본 개는 개울에 있는 물에 자신의 몸을 물에 적신 뒤 주인을 감싸 주인은 살리고 죽었다. 임실 오수에선 이 개를 위해 의견상(義犬像)이란 동상을 세워주고 지금도 그 개를 기리고 있다.
이런 개들은 사람보다도 더 나은 존재가 아닌가 싶다. 사람으로 태어났어도 사람의 구실을 하지 못하고 가는 인생들이 얼마나 많은가. 구실은 둘째이고 사람이 사람을 등치고 사기 쳐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며 억울하게 살아가게 하는 경우는 또 얼마나 많은가. 개보다 못한, 짐승보다 못한 인간 존재들도 있음에야.
2014년 9월, 오레곤 시티의 한 개울가에서 아이들이 놀이를 하는 중이었다. 이 중엔 8살 제시 콜 세이버(Jesse Cole Shaver)도 있었다. 그런데 아이들 중 하나가 벌통을 건드렸다. 벌통에선 벌들이 쏟아져 나왔고 아이들은 모두 도망갔다. 미처 피하지 못한 제시는 벌에 쏘여 넘어지며 수많은 벌들이 달려들어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이때 제시와 함께 있던 개 핏불 하데스가 제시의 옷을 물어 끌고 풀숲으로 갔고 이어 제시의 엄마 있는 곳까지 데리고 가 제시의 생명을 구하게 할 수 있었다. 핏불 하데스, 그 개가 아니었다면 제시의 생명은 거기서 끝났으리라.
고양이가 사람의 생명을 구한 일도 있다. 2014년 2월26일 미국의 온라인매체 허핑턴포스트는 고양이 미트볼을 소개했다. 미트볼은 다세대주택에서 여러 명과 함께 살았다. 하루는 새벽 잠든 사이 고양이를 키우던 알렉산드라 말린이 시끄러운 소음 때문에 잠에서 깨게 됐다. 깨어보니 도어에서 바닥을 긁고 있는 고양이를 봄과 동시에 매캐한 냄새를 맡게 됐다. 이미 연기가 온 집을 휩쌀 정도로 불이 났는데도 사람들 11명은 그대로 잠을 자고 있었다. 이에 알렉산드라는 사람들을 깨웠고 소방서에 연락해 화재는 진압됐고 모두 무사할 수 있었다.
폴로가 아기를 놔두고 도망을 쳤다면 비비아나가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폴로는 불이 난 이층방 도어에서 계속 비비아나를 지켜보다 결국엔 아기의 곁으로 달려가 그를 감싸 안고 불길을 막다가 죽어갔다. 오수의 개. 벌에 쏘인 제시를 끝까지 살려낸 핏불 하데스. 나무를 물어뜯어 시끄럽게 해 11명을 구한 고양이 미트볼. 사람보다 귀한 동물들이 아닐 수 없다.
사람이 사람을 위해 죽는 경우는 많다. 그러나 동물이 사람을 위해 죽는 경우는 드물다. 아주 희귀하다. 폴로, 오수의 개, 하데스, 미트볼. 인간의 존재보다 더 귀한 동물들임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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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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