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왜 이리 진짜, 가짜 논란이 많은 지 모르겠다. 사방팔방, 모든 분야에서 진짜냐 가짜냐, 즉 진실이냐 거짓이냐가 화두가 되는 것이 우리의 삶이 진짜냐 가짜냐 까지 비약된다.
지난 6월에는 세계적 거장인 이우환의 그림 진위 공방전이 전 미술계를 뒤덮었다. 위작을 만들었다는 사람들이 법정에 서있고 과학적 분석으로 위작이라 결론이 나오자 작가는 위작으로 판정된 13점의 작품이 전부 자기가 그린 진품이라며 대규모 변호인단을 구성하여 경찰에 맞서고 있다.
인간의 가장 순수한 감성에 감동을 주어야 할 예술의 세계에서 일어난 이 무참한 현실에 국민들은 당혹스럽고 이우환 작품 소장가는 불안해하고 있다.
세간에는 이런 저런 소문이 무성하다. 작가가 위작임을 인정하면 그림 값이 바닥으로 떨어질 것을 염려해서다, 작품 한 점당 수억을 받다보니 수많은 인턴을 고용하여 주문생산을 했기에 자신이 그린 것이 맞다는 등등. 이 모든 것의 진실은 본인만이 알 것이다. 어떤 음모론이 함부로 작가의 명예를 추락시켜서도, 또 어떤 국가의 위신도 무시당해서는 안된다.
또 대중가수 조영남은 자기 노래를 열심히 하여 히트곡을 좀더 만들 것이지 남의 분야인 미술까지 관여했다가 사기꾼 취급을 받고 있다. 무명 화가가 90%이상을 그리고 자신은 덧칠하고 사인하여 자기 이름으로 판 작품이 가짜 판정을 받자 팝 아트는 원래 그런 줄 알았다는 무지한 발언에 아연할 뿐이다.
유명 연예인 상대로 성폭행 주장을 한 일부 여성들의 무고 사건도 잇따르고 있다. 가수 겸 배우 박유천, 배우 이진욱에 이어 이번에는 영화배우 엄태웅까지 성폭행 혐의로 고소당했다. 나중에 아무리 무고죄로 밝혀진다고 해도 이들은 현장에 있었다는 사실 자체로 성폭행 빌미를 제공한 것이고 이미지가 흐려져 당분간 복귀가 힘들 것이다.
이 역시 진실인지, 거짓인지 본인과 상대방만 안다. 100% 진실은 본인이 알고 나머지는 아무리 명석하게 상황을 분석하여 판단했다 해도 그저 추측이 될 뿐이다.명성과 돈을 쫒아 진실과 거짓 공방전이 잦다보니 이러다가 점차 진실과 거짓을 구분조차 못하게 되어 진짜를 가짜처럼, 가짜를 진짜처럼 사는 게 아닌 가 싶다.
한편, 눈부신 정보기술(IT)의 발달은 인공지능과 상담하는 시대에 이르렀다. 인터넷 인공지능 자동법률상담 서비스는 변호사처럼 상담자에게 이것 저것 질문을 하고 질문에 답하다보면 어느새 상담 결과가 나온다. 2020년이 지나면 인공지능 건강 법률 상담은 상용화 될 것이라 한다.
가족끼리, 친구끼리 모여 식사하는 자리에서도 다들 머리를 숙여 셀폰으로 이메일을 체크하고 메시지, 카톡을 하는 시대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대화가 없어지고 있다. 그러나 어려운 일을 당하거나 외로울 때 정을 나눌 친구가 필요하다고 하자. 이미 가족이나 친구들은 자신만의 SNS 세계에 빠져있다.
대화상대가 없다보면 장차 인공지능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려 할 것이다. 자신의 사생활에 대해 이야기 하고 호소한다고 하자. 아무리 끈기 있게 잘 들어주고 결론을 잘 내려준다지만 결코 진짜 친구는 될 수 없다.
인공지능이 말하는 진실을 믿을 수도 없다. 설사 진실이라고 해도 그 뒤에 숨은 진실 같은 것을 짐작할 수 있을까. 사람과 사람 사이는 싸우고 화해하고 이해하고 용서하며 서로 발전해 나간다. 아무리 인공지능이 빠르고 강하고 치밀하게 발전한다고 해도 사람간의 끈끈한 정이나 심적 고통, 희열, 희망 같은, 말로 설명할 수도 잴 수도 표현할 수도 없는 감정까지 알까 싶다. 아무리 상담을 잘한다고 소문난 인공지능 상담가도 단지 기계일 뿐이다.
앞으로 10년, 20년 후 수퍼 인공지능이 개발되면 사람들은 어디에 있을까. 우리는 과연 수퍼 인공지능과 함께 공존할 수 있을까. 수퍼 인공지능은 자신보다 못한 인간의 말을 따르려 할까.
진짜, 가짜의 시비 속에 점차 가짜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가짜는 결코 진짜를 대신 할 수 없다. 진실이 거짓에 가려지고, 가짜가 진짜 노릇을 하지 않게 하려면 문학이나 미술계, 대중문화나 사회일반에 이르기까지 윤리가 마비되어서는 안된다. 우리는 원칙과 도덕성을 지켜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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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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