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1,100만명 불체자 전원 추방과 멕시코 국경장벽 설치를 내세웠던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자신의 이민공약 완화방침을 점점 구체화하고 있다.
이번 대선의 캐스팅보트를 쥔 히스패닉 유권자를 껴안기 위해 이같은 기존의 강경공약에서 한 발짝 물러서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경선 승리 원동력이었던 강력한 이민정책이 후퇴조짐을 보이는 데 대한 보수진영 내 비판기류도 적지 않아 향후 이 사안이 본선 판도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트럼프는 지난 23일 텍사스주 오스틴에서 열린 폭스뉴스 주최 타운홀 미팅에서 이민정책 완화구상의 일단을 드러냈다.
그는 “나쁜 사람들을 내쫓아야 한다는 데는 모두가 다 동의한다”면서 “그러나 이 문제와 관련해 내가 그동안 수많은 사람을 만나봤다. 아주 훌륭하고 강력한 사람들이 나에게 와서 ‘트럼프, 내가 당신을 좋아하지만 이곳에 15년, 20년 산 사람들과 그들의 가족을 쫓아내는 것은 정말로 힘든 일’이라고들 말하는데 그 일은 정말로 어려운 것”이라고 말했다.
집권 때 불법이민자 강제추방군을 만들어 모두 쫓아내겠다는 자신의 공약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다.
트럼프는 또 “그들은 체납세금을 내야 한다. (정상적으로) 세금을 내야 한다”면서 “그들을 사면하는 일은 없겠지만, 현재 (문제해결을 위해) 그들과 얘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이전 언론 인터뷰에서 “불법이민자들에게 시민권을 주는 일을 절대 없다”면서도 이민정책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음을 여러 차례 시사했다.
트럼프는 오는 31일 애리조나주 피닉스 유세에서 구체적인 이민공약 완화방안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트럼프의 이 같은 입장 선회에 대해 주류 진영에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그의 일부 강경지지자들은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트럼프의 강력한 지지자를 자처하는 대표적 여성 보수논객 앤 쿨터는 25일 새벽 트위터에 트럼프의 이민정책 완화를 비꼬는 글을 연이어 올렸다. 쿨터는 “트럼프가 남겨 놓은 것이라고는 ‘둥근 테’밖에 없다. 그들(불법이민자)은 그 테를 점프해 통과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트럼프의 경선 경쟁자였던 테드 크루즈(텍사스) 연방 상원의원은 최근 지지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트럼프가 이민정책을 완화하고 추방군 창설 공약에서도 물러서고 있다”고 꼬집었다고 폴리티코가 전했다.
크루즈 의원의 공보참모를 지낸 어맨다 카펜터는 “트럼프의 공약에는 모두 시효만료가 있고 우리는 이미 경선 때부터 그것을 알았다. 트럼프는 그의 가장 충성스러운 지지자들이 가장 신경을 쓰는 이슈에 대해 사기를 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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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민 61%가 트럼프 반이민정책 반대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대선후보의 불법체류 이민자 추방과 국경장벽 건설 등 반이민정책에 대해 미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론조사기관인 퓨 리서치센터가 25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트럼프 후보의 반이민정책에 미국민의 과반수가 반대하고 있으며, 핵심 공약인 국경장벽 건설에 대한 반대 여론을 갈수록 높아지는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국경 장벽 건설에 대해 미국민의 61%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9월의 48%에 크게 높아진 것이다.
민주당 성향 유권자는 84%가 반대 의사를 밝혔고, 공화당 성향 유권자는 63%가 찬성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79%가 찬성했다.
트럼프 후보가 불법체류 이민자를 범죄자 취급하는 막말을 서슴지 않았던 것과 달리 미국민의 76%는 불법체류 이민자가 미국인처럼 근면하고 정직하다고 답했고, 공화당 성향 유권자들 조차가 65%도 트럼프의 막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응답자의 71%는 불법체류 이민자가 미국인이 기피하는 일을 한다고 답해 이민자의 기여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여론조사는 지난 9∼16일 유권자 2,010명을 상대로 실시한 것이다.
이 조사 결과는 트럼프가 라이벌인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에 비해 지지율이 10% 안팎 뒤지자 소수인종에 대한 공략을 강화한 가운데 나왔다.
또 트럼프 후보가 강경한 반이민정책을 완화하는 공약수정을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나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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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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