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애국심은 그 말보다 실천에 있다”
도산 안창호 선생이 남긴 말씀의 하나다. 114년 미주 한인 이민사를 대표하는 선각자이자 독립운동가인 도산은 말씀 그대로 말보다 행동으로 실천하는 삶의 모범을 보였다.
올해 광복절을 지나며 도산의 삶과 유산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됐다. 한국의 유명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때마침 LA에서 도산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한국인들이 잊고 있었던 도산의 삶과 업적을 일깨우는 내용을 방영한 것도 시의적절했다.
LA에는 도산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기념 시설물이 곳곳에 있다. LA 초기 한인타운이 형성됐었던 제퍼슨 블러버드의 현 대한인국민회관 앞 교차로가 지난 1994년 가장 먼저 ‘도산 스퀘어’로 명명됐고, 미 본토 최초의 한인타운이 있었던 리버사이드에 2001년 도산 동상이 세워졌다.
이어 미주 한인 이민 100주년을 계기로 2004년 10번과 110번 프리웨이 교차로가 ‘도산 인터체인지’로, 한인타운 6가와 하버드의 우체국은 ‘도산 우체국’으로 각각 명명됐다. 또 USC 캠퍼스에는 현재 한국학연구소로 쓰이고 있는 ‘도산 패밀리 하우스’가 자리하고 있다.
이들 기념물은 사실 한인 이민사의 대표 인물인 도산을 기리기 위해 한인사회가 기울인 노력의 산물이다. 도산 우체국과 도산 인터체인지는 다이앤 왓슨, 케빈 머레이 등 당시 한인타운을 관할하던 연방과 지역 정치인들을 상대로 LA의 주요 한인 단체들이 한인 커뮤니티의 목소리를 결집해 관철시킨 것이었고, 도산 동상 건립의 뒤에는 홍명기 회장이 이끈 리버사이드 도산기념사업회의 노력이 있었다.
이같은 상징적 기념물들은 도산이라는 이민사의 지도자적 인물을 통해 미국 사회에 한인 이민사회의 존재와 중요성을 각인시키고, 앞으로 미국에서 커뮤니티를 이어 나갈 한인 2·3·4세 후예들에게 뿌리와 정체성을 갖게 하는데 그 의미가 있다. 아울러 평소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상징물의 차원에서 더 나아가, 미주 한인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계승하기 위한 구심점이 될 제대로 된 시설물이 있어야 할 필요성도 부각시키고 있다.
다행히 미주 한인사회는 그 중심지인 LA 한인타운 한복판에 이같은 ‘산실’을 갖게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바로 한인 이민사회와 그 문화유산을 알리는 ‘랜드마크’가 될 한미박물관(Korean American National Museum) 건립 플랜이 착착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월 건립 본격화를 선언하는 첫 기금 행사가 열린 후 한인사회 주요 리더들과 독지가들의 기부 릴레이가 이어져 900만달러에 육박하는 기금이 답지했다. 우리 후세들에게 ‘코리안 아메리칸’의 역사와 문화유산을 제대로 남겨주자는 한미박물관 건립의 취지에 대한 한인들의 공감과 동참 의지가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놀라운 성과다.
한미박물관은 한미 문화의 조화와 융합을 강조한 건축 디자인과 매스터플랜이 모두 완성돼 있고, 건립 후 원활한 운영을 위한 수익원 확보 방안도 아파트 복합시설 건립안을 통해 이미 해결해 놓았다. 이제 남은 것은 박물관 시설 건립에 필요한 기금 조성을 완료하는 일이다.
한인사회가 지난 20여년간 이어온 꾸준한 노력 끝에 마침내 결실을 눈앞에 두고 있는 한미박물관 건립 프로젝트는 마라톤으로 치자면 이제 4분의 3 지점을 지나 피니시 라인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 마지막 피치를 견인할 동력은 바로 한미박물관의 의의에 공감하는 한인들의 십시일반 참여가 될 것이다. 미주 한인 이민사회가 가지는 중요성을 감안할 때 한국 정부와 기업들의 동참도 바람직하다.
도산의 장녀 고 안수산 여사는 생전에 부친이 “좋은 미국 사람이 되라. 그러나 우리 뿌리는 잊지 말아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미국땅에서 살아갈 한인사회 미래의 주역들에게 ‘금과옥조’와 같은 말씀이다. 한미박물관은 그 뿌리와 정체성을 기억하도록 지켜주는 ‘한인사회의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초석’이다. 이에 관심을 갖고 크고 작음을 떠나 힘을 보태고 기여하는 일이 바로 도산 선생이 강조하신 ‘실천’을 행하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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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하 사회부장·부국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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