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무엇일까. 어느 가수가 부른 노래 말처럼 눈물의 씨앗일까. 아니면 무엇일까. 사랑 때문에 사람들은 죽고 산다. 아니 살고 또 죽는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사랑 때문에 울고 웃고 살아가는가. 사랑은 삶의 원동력이란 말도 있다. 그래, 사랑하기에 삶의 가치를 느끼고 사랑하기에 살아야 한다는 명분은 충분히 가능하다.
러브스토리의 감독 아서 힐러(Arthur Hiller)가 92세로 8월17일 로스엔젤레스에서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뉴욕 부르클린에서 태어난 작가 에릭 시걸(Erich Sigal)이 1970년 애정을 주제로 발표한 소설을 영화화한 러브스토리는 같은 해 12월 개봉됐고 한국에도 소개돼 수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울고 웃고 한 기억이 새롭다.
러브스토리(Love Story)의 주제는 순수한 사랑이다. 갑부의 상속자 하버드대학생 올리버가 가난한 이탈리아 이민자의 딸 래드클리프여대 학생 제니와 도서관에서 만나 서로 사랑에 빠진다. 가난한 여자랑 사귄다고 올리버의 아버지는 아들과 의절한다. 그러나 두 사람의 사랑은 변함없이, 결혼까지 하게 된다. 하지만 생활은 말이 아니다.
올리버는 자신이 벌어서 하버드 법대에 입학했고 제니는 사립학교 교사로 취직해 둘은 학교 근처의 옥탑방을 빌려 꿀 같은 신혼살림을 차린다. 이후 올리버는 법대 3등으로 졸업하고 뉴욕의 대형로펌에 취직해 두 사람의 인생이 피는구나 싶었는데 제니가 백혈병 말기임이 확인된다. 결국 제니는 사랑하는 올리버를 남겨둔채 죽는다.
그토록 사랑하던 제니가 백혈병 말기 인줄을 몰랐던 올리버는 전에 그녀에게 더 잘해 줄 것을 후회했지만 이미 때는 지나고 사랑도 여기서 끝나고 만다. 그래 사랑이란 이런 건가. 언젠가는 끝이 나는 게 사랑인가. 결혼 전에는 죽자 살자 사랑했던 두 사람이 왜, 결혼하고 나서는 그 마음들이 변해 버리는가. 영원한 사랑은 없는가.
리오 올림픽 9일째인 지난 15일 올림픽 시상식에서 중국의 다이빙선수 스프링보드 동메달리스트 친카이(30)가 여자 다이빙 스프링보드 은메달리스트 허쯔(26)에게 다가가 예쁜 반지를 꺼내어 청혼했다. 허쯔는 수줍음을 타며 청혼을 받아들였다. 둘의 사랑스런 모습은 영상을 타고 전 세계에 보도됐다. 그들의 사랑, 오래가길 바란다.
10년 전인가 이런 칼럼을 쓴 적이 있다. 사랑은 무색무취한 것이어야 한다고. 무색무취한 물. 무색무취한 공기. 실증 안 나고 오래 가는 것들이다. 오래만 가나, 물과 공기가 없으면 생명이 유지되거나 연장될 수 없다. 사랑도 이런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오늘 사랑하고 내일 토라지는 그런 사랑을 사랑이라고 말할 순 없지 않은가.
순애보적인 사랑을 남기고 떠난 사람 중에 장기려박사가 있다. 1995년 84세로 세상 떠난 장박사는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12월 혼란 통에 부인을 북에 두고 월남하게 됐다. 그 후 45년간 남한에서 주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의술을 펼치고 북에 있는 부인을 그리며 살다 홀로 세상을 떠났다. 진정한 사랑, 이런 거 아닌가.
세상에서 언젠가는 사라져야만 하는 인간의 사랑은 영원할 수가 없는 것 아닐까. 왜냐하면 사랑하는 대상이 세상에서 없어지기 때문이다. 간혹, 대상 없이 영혼결혼을 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다. 사랑하는, 혹은 결혼해야 할 대상이 죽었을 때, 그의 영혼과 결혼식을 올리는 거다. 그리고 혼자 살아간다. 이 사랑, 보통 사랑은 아니다.
동양 사람들에게만 통할 수도 있는 정(情)을 사랑과 비교해 본다. 사랑은 장작불의 불꽃처럼 타오르는 서구적 열정이라 한다면 정은 소록소록 쌓여지는 타다 남은 화롯불속의 동양적 애틋함이라고나 할까. 꺼진 것만 같은 재속의 불이 들칠수록 뽀얀 재속에 발갛게 나타나는 그런 불. 그런 정이 섞인 사랑이 오래가는 사랑이지 싶다.
누군가 말한다. 애정은 사랑의 원인이고 우정은 사랑의 진행이고 열정은 사랑의 결과라고. 결혼 40년차에 가까운 친구부부가 하는 말. 사랑이 뭐 별거에요, 둘이 서로 등 긁어주며 살아가는 게 사랑이죠. 러브스토리를 만든 아서 힐러는 떠났지만 영화 속 주인공 올리버와 제니는 우리들 마음속에 순수한 사랑으로 영원히 살아남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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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욱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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